이재명 ‘토요일 檢출석’의 노림수

조문희 기자 2023. 1. 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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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나홀로 출석’ 할 때 지지층은 서초동 총결집
‘검찰이 민생 방해’ 프레임에 ‘정치 탄압’ 이미지 부각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에 이어 위례‧대장동 의혹으로 두 번째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이번 출석일은 28일로 토요일이다. 정치인이 주말 출석을 선호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이 대표 사례를 두고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에서 제시한 평일 출석을 마다하고 주말 출석을 선택한 데엔 일종의 '노림수'가 있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는 이틀 뒤인 오는 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다. 당초 검찰은 27일과 30일 두 차례 출석을 제시했지만, 이 대표가 "평일엔 당무에 임해야 한다"는 이유로 28일 출석을 못 박았다. 이 대표는 변호사 1명만 대동한 채 사실상 '나 홀로 출석'을 감행한다. "응원하고자 하는 의원들의 마음은 알지만 그 시간에 민생에 매진하라"는 취지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李 "평일엔 민생 매진, 주말에 檢출석" 속내는

이처럼 이 대표는 최근 메시지의 방점을 '민생'에 찍고 있다. 이날(26일)엔 '난방비 폭탄 민주당‧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윤석열 정부가 난방비 폭탄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질타했고, 오후엔 호남으로 이동해 '국민 속으로 경청 투어' 일정을 소화한다. 이 행사는 지역 민생 현안을 챙기기 위해 기획한 일정으로, 지난달 충청권을 시작으로 6번째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가 민생을 부각하는 이유는 검찰에 '민생 방해'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의도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대표는 대선 때부터 '일 잘하는' 이미지를 드러내왔는데, 민생을 강조함으로써 "검찰이 일을 방해한다"는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 대표의 메시지에 발맞춰 일제히 '민생 방해'를 구호로 검찰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가 토요일에 출석하겠다고 한 것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민생경제를 집중적으로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에서 이틀 조사를 제시한 것과 관련해선 "쪼개기 수사로 망신을 주려는 것이다. (조사는) 하루면 충분하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는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조국 집회'처럼…서초동서 '李 수호 집회' 열린다

통상적으로 토요일 출석은 정치권에서 선호하던 일이다. 주말엔 상대적으로 이슈 관심도가 떨어져서다. 지난 정부에선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나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토요일에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에 이 대표가 이번에 토요일 출석을 못 박았을 때에도 이슈 관심도를 떨어뜨리기 위한 수법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이 대표가 '나 홀로 출석'을 하는 것도 이슈 집중도를 떨어드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일 포토라인 앞에서 내놓을 메시지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했을 땐 9분 동안 8페이지에 달하는 입장문을 낭독했지만, 이번엔 메시지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대표의 의도와는 달리 이번에도 현장은 문전성시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 당일 중앙지검 앞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도 SNS를 통해 지지층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중이다. 첫 번째 출석일엔 지지층 수천 명이 몰려 이동조차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같은 그림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그림이 이 대표로선 나쁘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집회가 예고된 중앙지검 앞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 집회가 열렸던 곳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상반됐지만,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여전히 그를 '검찰의 희생양'으로 여기는 기류가 강하다. 그 연장선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 탄압받는 현직 야당 대표'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친명계 지도부 인사는 시사저널에 "이 대표가 참 불쌍하다. 지지층은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설 연휴 동안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채 검찰 조사 대비에 매진했다. 검찰 역시 연휴를 반납하고 보강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이 대표 소환조사 이후 늦어도 내달 초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기소된다면 그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최정점에 이르게 되는 셈이라,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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