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먹기 꺼려지는 형광빛 고기의 실체

조회수 2022. 8. 8. 16: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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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한걸음 내딛기 힘들 정도로 숨이 턱턱 막힌다. 덥고 습한 여름날 제정신 차리려면 점심 냉면이 제격. 그런데 이 슴슴한 육수에 영롱한 때깔을 자랑하는 냉면을 자세히 보라. 면 위에 올려진 고기에서 알 수 없는 초록색이나 형광 빛깔이 보일 때가 있다.

‘이거 상한 거 아냐?’라고 생각해본 사람이 많을 텐데 유튜브 댓글로 “냉면 위에 형광빛 고기 먹어도 되는지 취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기 절단면에 빛의 산란으로 인한 물리적 현상이며, 상한 게 아니기 때문에 먹어도 무방하다.

여의도에 있는 한 평양냉면집에 가서 이런 현상을 목격한 적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사장님은 “원래 사태에서 그런 현상이 나기도 한다”며 상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럼 일단 안심인데 이걸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해 국립축산과학원에 전화해봤다.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
"갈비탕이나 이런 데서도 초록빛 푸른빛 무지갯빛 이런 빛을 발할 때가 있거든요. 주로 물에 고기 부분이 잠겨있는 상태에서 빛의 산란이라든가. 빛의 각도에 따라서 그런 현상은 발생해요. 고기가 일단 기본적으로 수분이 60%에서 70% 함유하고 있는데 이게 물에 잠겨 있으면서 표면에 현상…

그러니까 고기엔 수분이 60~70% 정도 포함되어 있는데, 고기 근육 표면의 젖은 정도와 빛이 반사되는 각도 때문에 우리 눈에는 초록빛이나 형광빛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다. 곰탕이나 족발, 설렁탕에 올라가는 고기에서도 종종 형광빛을 볼 수 있는데, 공통점은 '얇게 썬 슬라이스 고기'라는 점이다. 이는 형광빛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고기 근육은 수십 개의 근섬유 다발로 이뤄져 있다. 이런 근육을 슬라이스(샥!)해서 자르면 근섬유 다발이 끊어지고, 끊어진 단면에 결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빛이 들어오면 상호 작용을 일으켜 형광빛이 보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회절이라 말한다. 회절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CD 뒷면의 형광색이 대표적인 예다. CD를 확대해서 보면 여러 홈이 나 있는데 여기에 빛이 산란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건 절단된 돼지고기와 무지개빛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인데 고기 단면을 수직으로 절단했을 경우 무지개색깔이 나온다고 소개하고 있다. 재밌는 건 고기를 자르는 도구가 날카로울수록 무지개빛이 더 잘 돌고, 도구가 무디면 이런 현상이 덜하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물어봤는데 철분이 많이 들어있는 고기가 가열되면 초록색을 띄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고기 단면에서 형광빛이 듬성듬성 보이는 이유도 철분과 관련이 있다. 도축할 때 피를 뽑는 과정에서 피가 남아있는 정도가 균일하지 않게 되고, 부위별로 절단해 유통된 이후에도 철분 성분의 양에 따라 초록색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는 미생물로 인해 녹색으로 변한 경우가 있다. 

"아주 드물지만 중심으로 고기 표면에 점질물이 형성돼서 약간 그렇게 녹색으로 변한 경우가 발생한 경우가 있긴 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원인인 갈변 현상과 관련이 없는지 물어봤는데 갈변이랑은 관련이 없다고 한다.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
“고기가 갈변돼서 무지개 색을 띠진 않고요. 고기가 갈변을 하면은 고기의 붉은 색을 띠는 미오글로빈이 있는데 그것이 예를 들어 철분이라든가. 금속성 분자하고 결합하게 되면 주로 짙한 암갈색. 아니면은 진한 녹색. 아주붉은 색.”

아무리 그래도,, 신성한 고기에 형광빛이라니. 마지막으로 정말 상한 게 아닌 건지 물어봤는데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냄새’나 ‘형태’를 보라고 말했다.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
"일단 냄새라든가 외관이 달라야 하고요. 정상적이 아니어야 하고요. 다른 외관적인 거는 다 정상인데 고기에서만 약간 무지개 색이 난다. 이런 경우는 고기 근육 표면에 빛이 반사되는 각도와 표면의 젖은 정도와 관련되는 자연현상이다."

그러니까 초록색을 띠고 있는데, 우리 눈에 정상적인 고기의 형태라면 자연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국립축산과학원 관계자는 상한 것인지 아닌지는 직접 봐야 확실히 말할 수 있지만, 형광빛은 빛의 산란으로 나타나는 자연현상이며, 상한 것과는 연관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논문에서도 ‘온전한’ 근육 조직으로 구성된 날고기 및 육류 제품에서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물리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냉면이나 곰탕먹을 때 은근히 불안했는데 초록 형광빛을 보더라도 안심하고 먹어도 되겠다. 그럼 난 냉면 먹으러 이만~

당신도 취재를 의뢰하고 싶다면 댓글로 의뢰하시라. 지금은 “아쿠아리움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면 물고기가 빛에 예민해서 달려든다던데 이게 사실인지 알아봐달라”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 중이다. 구독하고 알람 설정하면 조만간 취재 결과가 올라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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