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은 90년대 후반 첫 연기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그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렇다 할 공백이나 부침 없이 꾸준히 대중들과 만났다. 한때는 코미디의 제왕으로 등극하며 박스오피스를 강타한 티켓 파워를 보여주기도 했고, 지금은 여러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는 중이다. 꾸준하면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차승원의 대표작 영화를 정리해본다.
<신라의 달밤>부터 <선생 김봉두>까지! 2000년대 박스오피스를 제패한 코미디의 제왕

2000년 초중반, 이른바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절, 차승원표 코미디는 항상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다. 그만큼 그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작품은 많은 기대를 받았고, 차승원 역시 믿보 배우로 거듭났다. ‘코미디의 제왕’ 차승원의 전설은 2001년 <신라의 달밤>에서부터 시작된다. 고등학교 때 문제아였지만 큰 사고를 계기로 체육 선생이 된 최기동 역을 맡아서 반전 코미디를 선보였다. 겉으로는 나무랄 것 없는 비주얼이지만, 허당끼 가득한 모습이 웃음을 더욱 크게 끌어올렸다. 이런 열연 덕분에 영화는 45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고, 이후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 등 김상진 감독 코미디 영화에 계속 주연으로, 연타석 흥행 홈런을 터트렸다.
자신의 코미디 감각이 최고조를 다다를 때쯤 차승원은 2003년 <선생 김봉두>를 통해서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잡아낸다. 촌지를 요구하던 한 선생이 시골학교에 부임하면서 참스승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의 자연스럽고 진솔한 연기를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이후 차승원은 코미디에만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해 연기 영역을 넓혀간다. 그럼에도 이 시절 차승원의 활약이 워낙 대단했기에 그가 다시 코미디로 돌아오길 바라는 팬들도 많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며 차승원은 2019년 <힘을 내요, 미스터 리>, 2021년 <싱크홀>을 통해 오랜만에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혈의 누> 사극으로 연기 영역을 넓힌 차승원

연이은 코미디 영화의 성공 속에 차승원은 또 다른 영역에 도전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김대승 감독의 2005년 신작 <혈의 누>에서 그는 자신의 필모 역사상 첫 사극 연기에 도전한다. 사실 그의 사극 연기 도전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큰 키와 서구적인 마스크가 사극 톤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딛고 차승원은 외딴섬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원규 역을 흡입력 있게 소화하며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극중 사건이 아버지의 비리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양심의 딜레마를 겪는 모습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 깊게,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에도 차승원의 사극 나들이는 계속되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이몽학 역, <고산자, 대동여지도> 김정호 역을 통해 사극에서도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안정적으로 넓혀갔다.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올해 말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전,란>에서 선조 역을 맡아서 오랜만에 사극에서 그의 존재감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박수칠 때 떠나라> <하이힐>
가만히 있어도 카리스마 뚝뚝! 수사관이 잘 어울리는 배우

차승원은 여러 영화에서 수사관(형사나 검사 포함) 역을 많이 맡았다. 2005년작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는 패기 넘치는 최연기 검사 역을 맡아서 이야기를 휘어잡으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자아낸다. 2009년작 <시크릿>에서도 벼랑 끝에 몰린 형사 성열 캐릭터를 맡았다. 아내가 거대 조직 보스의 동생을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임을 알게 된 주인공이 좁혀 오는 수사망과 폭력 조직의 위협으로부터 아내를 보호하는 고군분투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차승원의 형사 연기 중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꼽자면 단연 <하이힐>(2014)의 윤지욱이다. 남자도 부러워할 강한 남성의 매력을 가진 형사가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인상적인 연기로 내비친다. 거칠지만 우아한 액션 속에 새로운 자신을 되고 싶은 인물의 마음을 섬세하게 이야기에 녹여내는데, 차승원의 연기 내공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독전> <낙원의 밤> 나쁜 놈인데…. 끌리네?

차승원은 요즘 스크린에서 악역으로 자주 출연한다. 상대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독전>의 브라이언, 넉살 좋은 삼촌, 친구를 보는 듯한 <낙원의 밤>의 마 이사까지. 단순히 잔인하고 악독한 빌런을 넘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생각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낸다.
두 작품 속 캐릭터는 모두 주인공을 위협하고 계략과 함정을 짜는 악의 중심이자, 최종보스다. 그럼에도 이들이 마냥 밉지만은 않은 것은 독특한 개성과 근엄하면서도 묘하게 코믹한 인물의 분위기가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보다 더 기억에 오랜 남는 악역, 차승원의 노련미가 빛나는 성과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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