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낭만부부'의 삶의 이론

김지은 기자 2026. 4.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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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눈가에 팬 주름조차 “우리가 함께 쓴 사랑의 시구절”이라 말하는 부부가 있다. 전국의 조카들에게 낭만을 전파하는 ‘낭만부부’ 기필 씨와 규리 씨다.

[우먼센스] 유튜브 채널 <김해준>의 '낭만부부'를 통 해 공개되는 60대 중년 부부 기필 씨와 규리 씨의 일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다. 시장에서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즐거운 기필 씨와 남편의 짓궂은 장난에 짜증을 부리다가도 호탕하게 웃는 규리 씨의 모습은 우리가 사랑하는 부모님의 정겨운 얼굴을 닮 았다. 

조카에게 끊임없이 "희원아, 깍두기 좀 먹 어봐"라거나 "희원아, '여짝'으러 와"라고 하는 모습에서는 내리사랑이 느껴지고,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 세우며 '따봉' 포즈 를 취하고 "낭만부부 좋다, 좋다"라고 하는 모습에서는 해사함이 느껴진다.

*본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김해준>의 캐릭터 '낭만부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 인터뷰로, 캐릭터 특유의 말투를 그대로 살렸다.

규리 원피스 YCH,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필 셔츠 트렁크프로젝트, 선글라스 리에티, 타이·서스펜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카 덕분에 유튜버가 됐습니다. 구독자들이 왜  '낭만부부'를 좋아할까요?
규리 주변에서 연예인이 됐다고 그래요.
기필 희원이 덕분에 <아침마당>에 두 번이 나 나갔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무지하게 연락이 오고 재밌어요. 

귀농 이야기로 콘텐츠가 시작됩니다.
기필 나는 이 얘기를 안 했으면 좋겠네.
규리 지금 귀농을 막상 했는데 추워서 다 시 올라왔어요. 가서 뭐 하는 것도 없어. 
기필 근데 이제 또 내려가야지. 이 사람은 혼자 내려가라는데 그럴 순 없지. 부부니까 함께 가야 돼. 떨어지는 건 우리 머리에서 비 듬밖에 없어.

"희원아, 먹어봐"라는 유행어가 생겼어요.
기필 맛있는 거를 입에 빨리 넣어봤으면 하 는 마음인 거야. 그게 뭐 별다른 게 있겠 어. 다 조카 생각하는 마음에서 하는 거지.
규리 희원이가 고집이 세서 끝까지 안먹더만. 김씨 집안이 그래요.

구독자들이 '낭만부부'의 러브 스토리를 궁금해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첫인상이 어 땠나요?
기필 처음에는 참, (이 사람이) 굉장히 정숙 하고 섹시한 이미지가 있었어. 첫눈에 반해 버렸는데 티는 내지 않았지. 처음에 봤을 때 '난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직진했지.
규리 무슨 티를 안내. 날 쫓아다녔지. "하늘 의 별을 따주네", "네 눈에 별이 있네" 이런 말로 나를 꼬셨어. 그러니까 내가 거기에 넘어가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낭만적인 멘트를 자주 하죠?
규리 시도 때도 없이 "나는 꽃이 안 예뻐. 네 가 꽃이니까" 같은 말을 해.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 징그러워.
기필 표현을 해야 돼. 표현을 안 하면 몰러. 어느 순간 결혼을 결심했나요? 
규리 이런 말씀드리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따라다니는 남정네가 좀 많았어요. 그런데 이 양반이 맨날 와 가지고 놀자고 하고, 대문 앞에 서있고 귀찮게 하니까 받아 줬지. 근데 우리가 무엇이 또 잘 맞았는지 신혼여행에서 첫째가 생기고 그랬잖아요.

부부간에 금실이 좋으니까요.
기필 우리는 금실이 좋아요. 어제도.
규리 (기필을 째려보며) 그런 말은 하지 마. 궁금해하지 않으시니까.

요즘도 서로를 보면 설레요?
기필 샤워할 때. 나는 샤워 소리를 들으면 그 렇게 설레더라고. 
규리 나를 보호해주고 이럴 때 설레요.  이 사람이 듬직한 맛은 있으니까. 그런데 또 어쩔 땐 초등학생 같아. 

기필 씨는 요즘 말로 '직진남'이에요.
기필 좋으면 표현하고, 서운하면 얘기하고. 그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에요. 좋아하는 건 꼭 해야 돼.
규리 그러니까. 너무 직진 스타일인 게 막걸리를 그렇게 좋아하셔서 하루에 두 통씩 드세요. 직진이야, 직진. 그거 못 먹게 하면 또 서운하다고 해. 그 횟수를 줄이라고 부탁하는데, 그것이 없으면 안 되나 봐요. 나는 막걸리를 마시는 그것만 미워.
기필 그것만 미운 거는 진짜 잘 살고 있는 거 예요. 부부 생활을 하면 한 가지만 미운 게 아니야. 미운 게 무지하게 많은데 나는 그거 딱 하나예요. (막걸리는) 약이에요. 약.

규리 씨는 무엇으로 스트레스를 푸나요?
규리 나는 식물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져. 또 언니들하고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해. 내가 그 모임 언니들하고 2시간씩 통화해버려.  
기필 맨날 통화하는 거야. 모임하고 집에 와 서 "잘 들어갔냐?"라면서 또 2시간을 통화 해. 뭔 할 말이 많은가 몰러. 

청춘들아, 낭만 별거 없어요.

힘든 것도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이라

모두 지나갈 테니 사랑을 잊으면 안 돼요

기필 씨가 시장으로 가는 이유

요즘 하루 루틴이 궁금합니다.
기필 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건강을 생각해 자전거를 타요.
규리 아침에 목욕탕을 자주 가요. 목욕탕에 갔다 와서 아침을 먹고 아저씨는 시장에 가고 나는 언니들을 만나거나 아니면 둘이 같이 시장에 가요.  

시장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기필 사람 사는 냄새. 정도 느끼고 시장에서 형님들하고 한잔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 나이 들어 집에만 있으면 사람이 더 다운돼. 사람들을 만나서 기분 좋게 유쾌하게 놀고 오는 거야.
규리 우리 아저씨가 전국의 시장을 다 돌고 싶어 해. 전국 시장에 아는 형님들이 쫙 깔 려 있는 거예요. 형님들을 그렇게 좋아하고 형님들을 잘 따라. "아이고, 형님" 하면서 막 걸리를 따라드리고.
기필 시장에선 다 친구가 돼요. 내가 한마디 딱 붙이면 형님들이 서너 마디씩 해요. 거기 에 내가 여섯, 일곱 마디를 더 붙여. 그러면 친구가 되는 거야. 술 앞에 있으면 그냥 다 친구야.

30년 동안 부부로 살면서 변하지 않은 게 있 다면요?
기필 사랑하는 마음이지, 뭐.
규리 정으로 산다는 말은 난 이해가 안 돼. 나는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으로 살지. 
기필 잘못 느끼고 있는 거야. 나는 사랑하는 마음이 좀 변했어. 더 커져버렸어. 나는 훨씬 더 커졌어.
규리 꼭 남한테 꼭. 이렇게 티가 나게.

솔직한 표현이 기필 씨의 매력이죠.
기필 오늘은 딱 막걸리 한잔 먹어야 되는….
규리 명분을 찾았어요. 오늘은 드셔.

두 사람이 싸울 때도 있잖아요. 대부분 어떤 이유예요?
기필 그러니까 대체적으로 막걸리 먹을 때 죠. 싸우는 것보다 나 여사한테 내가 맨날 혼나지.

그럼 어떻게 화해해요?
기필 뭐, 우리는 몸의 대화를 해요.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잖아. 따로 대화할 시간도 없으니까 이불 안에서 하는 거지. 우리는 각방을 절대 안 써요. 우리는 싸워도 무조건 한 이불 안에서 자.

30년간 부부로 살면서 서로 늙어가는 모습을 보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규리 내 얼굴에 주름이 이렇게 생겨도 무엇 이 이쁜지 계속 이쁘다고 해줘. 그러니까 나는 늙어가는 줄 잘 몰라. 항상 이쁘다고 해 주는 건 고맙지.
기필 나는 사람도 나이가 들면 나무같이 나이테가 생기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 해. 나이테가 생길수록 나무는 더 울창해지고 멋있어지잖아. 나 여사가 그렇게 더 예뻐 지고 세련돼지고 멋있어진다고 생각하지. 시간이 갈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거야.
규리 우리 아저씨도 젊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멋있어요. 젊었을 때 별명이 멸치였는데 나랑 살면서 이렇게 풍채가 좋아졌어. 긴 세월 동안 우여곡절도 있었을 거예요.

언제 서로 가장 존경스러웠나요?
기필 안 좋은 일들이 생겨도 나를 믿어준 게 참 존경받아야 될 일이지. 
규리 지금까지 우리 아저씨가 가족을 위해서 하고 싶은 거 참아가며 헌신한 게 제일 존경스러워요. 우리 아들들도 아버지를 엄청 존 경해요.

힘들어도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기필 셔츠 DSNR, 니트·팬츠 모두 자라, 스니커즈 반스, 선글라스 리에티/ 규리 원피스 자라, 슈즈·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낭만을 잃지 않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기필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듯이 힘들 어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것 자체가 우리에게 낭만으로 다시 올 거예요. 

MZ세대는 사랑이 힘들다고 합니다. 
기필 목표나 성취가 중요할 수 있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라고 생각해. 어떤 방식으로라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건 사랑이기 때문에 꼭 잘 간직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 만약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면 내가 먼저 사랑을 조금 베풀어봐. 그러 면 분명히 그 사랑이 나한테 돌아와서 삶이 윤택해질 거야. 너무 내려놓지 마. 

스펙을 쌓아야 하고 취업해야 하고 집을 사야 해서 사랑을 뒤로 밀어두는 거죠.
기필 중요한 것들이지. 그런데 막상 시간이 흐르고 나면 별게 아니야.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나도 목표를 위해 사랑을 잊고 지냈던  시간이 있어요. 돌아보면 너무 많은 것을 놓쳤고, 진짜 나를 잃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그렇게 사랑을 잊고 살면 습관처럼 진짜 그렇게 지내게 되는 거야.
규리 혼자 외로우면 안 돼. 가족들도 있고. 사람과 같이 지내야 돼.

청춘들에게 한말씀해주세요.
기필 청춘들아, 낭만 별거 없어요. 표현을 많이 해야 해요. 그래야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힘든 것도 우리 인생의 한 부분 이니 그 시간을 너무 힘들게 지내지 말아요. 결국에는 아무렇지 않을 것들이니까 생각을 조금만 바꿔 '이 또한 추억이 되리라'라고 생각해봐요. 그러면 인생을 좀 더 윤택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5월 가정의 달입니다. <우먼센스> 독자 여 러분을 위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필 "가정이 행복하면 만사가 잘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나는 가족보다 중요한 건 없 다고 생각해요. 배려하면서 아껴주고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 난 그게 제일 좋 아요. 그리고 우리 대한머릿고기협회 회장 님이 "내가 조금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살면 인생이 정말 편해진다"고 했어요. 그렇게 지내면 아마 인생이 더 풍요로워질 거야.
규리 가족이 제일 편하니까 더 막대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더 조심해야 돼.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 나중에 후회해. 
기필 지금 그대들의 가족에게 전화 한 통씩 하세요.

CREDIT INFO

사진 하지영
헤어 박지선(고원)
메이크업 재인(고원)
스타일링 이지현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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