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어, 왜 사라졌을까? 한때 SNS 휩쓴 '자동차 과시의 끝판왕'의 몰락

'외제차 저신용 풀할부' 집은 반지하 차는 외제차 '사라진 카푸어'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SNS에는 외제차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넘쳐났다.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이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 차량을 끌고 다니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이를 두고 ‘카푸어(Car+Poor)’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외제차를 타기 위해 월세 반지하에 살거나 끼니를 걸러야 하는 상황에 처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오랫동안 성공과 부의 상징이었다. 1980년대 마이카 붐을 지나, 1990년대 IMF 이후 시장이 개방되며 수입차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진출했다. 이후 외제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성공의 증표’로 자리 잡았고, 이 흐름은 2010년대에 절정을 맞았다.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같은 엔트리급 모델들은 "월 몇십만 원이면 당신도 오너"라는 마케팅을 통해 젊은 세대를 자극했고, 자동차 할부 금융은 빠르게 퍼졌다. 그러나 문제는 유지비였다. 세금, 보험료, 수리비는 물론, 주유비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카푸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건 SNS의 영향이 컸다. 자랑과 과시의 공간에서 외제차는 주목을 끌기 좋은 소재였다. 자동차 딜러들 역시 “신용등급 낮아도 전액 할부 가능” 같은 문구로 젊은 소비자들을 유혹했고, 실제로 아무런 직업 없이도 고가의 차량을 구입하는 사례들이 속출했다.

하지만 곧 현실은 달랐다. 자동차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할부금에 허덕이는 카푸어들은 인터넷 밈의 조롱 대상이 되었다. 유튜브, 언론, 커뮤니티에서 “카푸어의 결말은 파산”이라는 경고가 확산되자, 외제차는 더 이상 자랑이 아닌 부담이 되었다.

결정적인 변화는 금리 인상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였다. 저금리 시대에야 20만~30만 원의 할부는 매력적이었지만,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플렉스’ 문화가 지나간 자리에 ‘절약’과 ‘가성비’가 들어서면서, 무리한 소비는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2030 세대의 신차 구매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도시에서 차는 필요 없다는 인식이 퍼졌고, 자동차보다는 자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었다. 해외 역시 마찬가지. 미국, 일본, 유럽 모두 젊은 세대의 차량 소유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카푸어는 사라졌지만, 과시의 본능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과거 자동차가 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명품, 여행, 하이엔드 전자기기 등이 새로운 과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 외제차가 더 이상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소비’가 아니게 되었을 뿐이다.

지금의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경기가 회복되는 순간 새로운 형태의 푸어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부의 격차, 과소비, 타인의 시선에 따른 소비는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다.

Copyright © EV-Hotissue 저작권법에 따라 허락 없이 무단 복제, 배포, 전재, AI 학습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