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토요타 알파드

자동차에도 상석(上席)이 있다. 보통 2열 뒷좌석에 직위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태우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대형 세단들이 뒷좌석에 힘을 싣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VIP라 불리우는 중요한 사람을 태우는 의전용 차량의 경우 세단이 보편적이기는 하나, MPV 역시 이 시장에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다. 높은 차체로 인해 탑승자가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며, 타고 내리기에도 용이할 뿐 아니라 공간이 넉넉해 실내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어 국내에서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이 이런 MPV를 의전용 차량으로 활용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시장은 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 의외의 브랜드가 도전장을 던졌다. 토요타코리아는 지난 9월 18일 프리미엄 미니밴 알파드를 국내에 공식 출시하고 바로 다음 날 미디어 시승회를 개최했다. 쉽지 않아 보이는 시장에 도전한 이유를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시승회 현장을 찾았다.

알파드의 국내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본사가 위치한 일본에서는 2002년부터 생산해 벌써 20년을 넘긴 모델이다. 그동안 북미 지역을 겨냥한 시에나의 경우 패밀리카의 개념으로 접근한 모델이지만, 이쪽은 처음부터 VIP 의전용에 초점을 맞추고 생산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크라운과 함께 알파드만의 고유 로고를 갖고 있어 이 모델 역시 크라운과 같은 고급 승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한 모델은 지난 6월 글로벌 공개가 이뤄진 4세대 모델로, 불과 3개월여 만에 국내 출시가 이루어졌다는 점은 놀라운 부분이다.

이런 의전용 차량의 특징은 외관에서도 그에 걸맞은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알파드의 외관은 일단 합격점을 줄 만하다. 평평한 느낌의 전면부는 헤드라이트와 블랙 글로시 메시 그릴의 조화로 중후함을 보여준다. 멀리서 볼 땐 밋밋한 느낌의 측면부지만, 가까이 살펴보면 꽤나 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앞뒤 도어의 벨트 라인을 살짝 어긋나게 디자인한 것은 2열에 탑승하는 VIP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보닛으로부터 이어지는 라인은 앞 도어부터 상하로 넓게 퍼져 하단 범퍼에서 이어지는 라인과 만나며 차량 측면에 볼륨감을 형성한다. 후면의 트렁크 리드도 입체감을 살린 모습으로, 널찍한 뒤 창문이 차체를 넓어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본격 시승에 앞서 이 차의 목적인 VIP 의전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쇼퍼 드리븐 시승이 먼저 진행되어 2열에 탑승했다. 실내에서는 2열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2개의 독립형 캡틴 시트가 마련되어 탑승자의 편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시트는 다리 받침과 리클라이닝 기능의 조합으로 무중력 자세를 취할 수 있어 장거리에서도 편안하게 휴식이 가능한데, 공간이 넉넉한 덕분에 키 196cm의 기자도 조수석을 앞으로 조금 당겨주면 충분히 누워갈 수 있을 정도다. 시트의 조절은 내측면의 조작 레버로도 가능하고, 각 시트마다 탑재된 스마트폰 방식의 무선 컨트롤러를 사용해 누운 자세에서도 조작할 수 있게 배려했다. 2열 좌우 창문에는 전동식 커튼이 더해졌고, 천장에도 좌우로 분할된 루프 커튼이 마련되어 각각의 탑승자가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다.

각 시트에는 독립 팔걸이에 컵홀더, 수납함 등이 배치되어 있고,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USB-C 포트가 내장되어 있는데, 탑승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무선 충전 패드까지 더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개별 식탁이 팔걸이 안쪽에 내장되어 있으며, 여성 탑승자가 화장을 고치거나 할 수 있도록 거울도 내장한 점에서 개발진들의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의외였던 건 마사지 기능인데, 탑승자의 편의를 위해 마사지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이젠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내부에 탑재된 공기주머니를 이용한 마사지 기능 정도만을 제공했던 것과 달리, 알파드의 마사지 기능은 안마의자처럼 내부에 지압봉이 내장되어 그동안 경험해본 자동차 탑재 마사지 기능 중 가장 시원했다. 재밌는 건 운전석에는 마사지 관련 기능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점에서 이 차량이 2열에 탑승하는 VIP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이 더욱 확실해진다.

천장에는 전동 접이식 스크린이 더해져 각종 엔터테인먼트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고, 여기엔 USB나 HDMI 연결, 심지어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까지도 지원하고 있어 쉽고 다양한 소스의 컨텐츠를 재생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블루투스 오디오도 지원하긴 하지만, 이를 위해선 운전석에서 블루투스 연결을 진행해야 하는데, 자칫 운전석 쪽 오디오와 섞여 주행에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콘솔박스 뒤쪽으로는 1,500W까지 지원하는 220V 콘센트가 마련되어 노트북 등 전자기기 이용도 문제 없고, 아래로 콘솔 박스 후면 수납함이나 1열 시트 하단 작은 수납함이 더해져 실내를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곳곳에 마련된 손잡이들이다. VIP가 타고 내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곳곳에 마련해 놓았다는 건 잘 알겠는데, 특히 도어 쪽 손잡이는 상하로 길게 배치되어 있다. 이에 대해 제품 설명을 위해 현장을 찾은 본사 개발 담당자는 “자녀를 태우는 과정에서 아이가 잡을 곳이 없어 차체를 잘못 잡았다가 손을 다친 적이 있었는데, 개발 과정에서 이런 일화를 이야기하자 남녀노소 모두 승하차가 불편하지 않도록 손잡이를 길게 배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족들과 함께 탄다면 내 가족들이야말로 VIP가 될테니 말이다.

7인승 모델인 만큼 3열이 존재하지만, 3열의 실용성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2열 탑승자의 편의를 위해 뒤로 시트를 밀면 상대적으로 3열 공간이 부족해지기 때문. 이뿐만 아니라 2열 시트를 앞으로 미는 방법 외에는 접근할 수 없는 점에서도 3열의 활용성을 기대하긴 어려워보인다. 그리고 3열 시트를 사용하는 상태에서는 이렇다 할 적재공간이 없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다. 캐리어 등을 실으려면 접어내린 3열 시트 위에 얹거나 3열 시트를 좌우로 접어올려 고정해야 하는데, 3열 시트를 접어올리면 2열 시트 등받이가 걸려 뒤로 젖힐 수가 없게 된다. 소수 VIP 의전용이라면 시트를 탈거한 후 구조변경 절차를 거쳐 2열 편의성과 적재공간을 모두 확보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목적지에서 드디어 자리를 바꿔 1열에 탑승했다. 단순한 MPV라면 이럴 필요가 없겠지만, 토요타의 MPV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알파드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파워트레인은 익숙한 2.5 직렬 4기통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라브 4 하이브리드에서도 만날 수 있는 토요타의 주력 파워트레인이다. 190마력의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되어 250마력의 시스템 총 출력을 내지만, 기본적으로 성능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효율성을 목적으로 하는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엔진이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주행에서 파워풀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고속도로나 오르막길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봐도 파워풀함이 느껴지진 않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답답하게 더디거나 한 것도 아닌, 차분하게 속도를 올려붙이는 정도라서 추월 가속 등의 일부 상황에서는 조금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의 진면모는 역시 연비에서 나오는 것이다. 복합 기준 13.5km/L의 공인연비는 욕심만 조금 버린다면 그 이상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2.3톤이 넘는 7인승 MPV가 이 정도 연비를 보여줄 수 있다니,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브랜드답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효율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토요타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E-four가 더해지는데, 상황에 따라 전후륜에 전달되는 구동력을 변화시켜 연비와 성능 각각에 최적화된 주행을 보여준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연비에 대해선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오늘은 조금 다른 쪽에 눈을 돌려보기로 했다. 시승코스에 경기도 양평 유명산 코스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고속도로에서의 차분했던 모습은 내려놓고 거대한 덩치의 알파드와 함께 와인딩 코스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르막에서는 만만찮은 무게 때문인지 달리는 내내 치솟는 엔진음이 실내로 계속 유입된다. 다행히 완만한 고속코너보다는 좁은 저속 코너들이 이어지는 구간이어서 성능의 아쉬움이 크게 나타나진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놀랐던 건 알파드의 예상보다 뛰어난 운동성능이었다. 분명 좌우 롤이 적잖이 나타나는 편이긴 하지만, 60~70km/h까지 밀어붙이는 와중에도 한계를 보이지 않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여기에는 알파드에 적용된 TNGA-K 플랫폼으로 차체 강성을 향상시키고 피치 보디 컨트롤로 차체 상하 진동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 위시본 조합의 서스펜션 세팅과 함꼐 적절하게 구동력을 배분해주는 E-four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더해져 예상외의 스포츠성을 만들어낸다. 독특한 매력에 미소가 지어진다.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에 포함된 주행보조기능과 안전기능들은 운전자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을 덜어주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에서도 피로를 크게 줄여준다. 14인치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토요타 커넥트를 비롯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를 제공하며, LG U+와의 협업으로 개발한 시스템은 내비게이션, 음악재생, 날씨, 차량 관리 정보, 모바일 TV 등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며, AI 음성비서 서비스인 클로버를 통해 정보 검색이나 공조장치 등을 음성 명령으로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게 쓸 수 있었다.

처음 출시 소식을 들었을 땐 토요타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특히 7인승이라는 점 때문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없다는 점은 국내 MPV 시장에서 약점일 수밖에 없는데, 토요타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시승 당시 올해 도입되는 물량이 대부분 사전계약이 완료된 상황으로, 이후 계약자들은 수개월의 대기기간을 거쳐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계약자 중 법인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하는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의전차량 시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느낄 수 있었다.

중요한 사람을 최고의 정성과 예의로 대하는 마음, 일본에서는 이를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라고 한다는데, 토요타의 제품 중 그런 마음이 안 담긴 것이 없겠지만 가장 잘 표현한 모델은 단연 알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탑승자의 편안함을 위한 노력들이 눈에 보일 만큼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내 차에 탄 사람이 피곤한 모습 없이 웃으며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런 목적에서라면 토요타 알파드가 적격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