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회계논란]① 이찬진 금감원장 "정상화 방침"…전제는 '8兆 배당', 가능할까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 앞 현판 /사진=박준한 기자

보험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삼성생명의 '계약자지분조정' 회계 처리 여부와 관련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밝힌 '삼성생명 정상화 방침'의 파급 효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원장은 이른바 삼성생명의 '일탈 회계'를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춰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회계 문제를 정상화하려면 8조~9조원의 배당이 이뤄져야 해 재원 마련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생명 주주와 계약자 간 이해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금감원의 압박에 삼성생명도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4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앞서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과정에서 유배당계약자의 몫을 별도 부채로 반영하기 위해 '계약자지분조정' 계정을 신설했다.

매각계획이 없는 삼성전자 지분 등 자산의 평가이익으로는 계약자 몫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보완할 목적으로 계정을 만든 것이다. 금감원은 2022년 당시 삼성생명의 입장을 인정하며 '예외적 처리'를 허용했고 삼성생명은 일반 보험부채와 구분된 계정을 회계에 반영했다.

문제는 삼성생명이 과거 유배당보험료로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 등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은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이를 계약자지분조정으로 분류해온 점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계약자지분조정은 삼성전자 지분처럼 비중이 큰 자산의 평가손익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2022년 4분기 5조3459억원에서 올해 2분기 8조9458억원으로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에 따라 계약자 몫이 오르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준한 기자

특히 쟁점은 해당 계약자의 몫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삼성생명의 명확한 방안이 수립되지 않은 점이다. 삼성생명은 보험 업계 1위지만 최대 9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배당 재원을 일괄지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연간 1조원 수준의 분할배당 △삼성전자 지분 매각 △자사주 소각 등이 삼성생명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들이다.

배당 절차가 본격화될 경우 주가는 단기변동성을 피하기 어렵고, 주주와 계약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시장에 혼란이 예상된다. 보험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대규모 배당이 '돈 문제'를 넘어 지배구조와 직결돼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보험업법상 자회사 편입과 지분율 조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주가는 요동치고 이해관계자 간 충돌도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지분 보유에 따른 자본활용 제약, K-ICS비율 변동성 관리, 보유 자사주 처리 방안 등 자본관리 정책의 구체화가 필요해 대규모 매각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법개정 추이를 봐야 하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 전반의 이슈와도 연관돼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계기준이 바뀐다고 해서 삼성생명이 계약자지분조정분을 처분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배당을 해야 할 경우 삼성생명의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본확충 압력으로 이어져 자산 매각이나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또 다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계약자보호와는 전면 대치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어떤 카드를 꺼내든 다수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따를 것"이라며 "금감원의 결정은 한 회사 회계 정상화에 그치지 않고 향후 보험사 배당정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생명 측은 "회계기준에서 정한 재무제표의 목적과의 상충을 피하기 위해 미실현된 자산의 평가손익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약자 배당을 (계약자지분조정으로)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계획은 당장 없다"며 "중장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실적발표회 때 언급된 내용에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이슈에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 전문가는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면서 삼성생명을 겨냥해 회계기준을 변경하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일탈했던 것을 원래대로 바로잡는 것을 정치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견해"라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