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 넘게 전화해도 안 받아줘”…경찰 ‘진 빼는’ 응급입원

정해주 2022. 12. 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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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전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들러 5명을 숨지게 했던 이른바 '안인득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이 사건 뒤 경찰은 '응급 입원' 제도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실제 입원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정작 경찰이 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해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난동을 부립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난동은 30여분간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병 내려 놓으세요."]

경찰이 테이저건을 쏘고서야 남성은 제압됐습니다.

70대인 이 남성은 동거 가족 없이 혼자 지냈는데, 여러 이상 행동을 보여 주민센터에서도 모니터 해오던 인물이었습니다.

경찰은 '응급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응급 입원'은, 정신 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클 때 전문의 동의 하에 72시간 까지 강제입원시키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받아줄 병원 찾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난동이 벌어진 날, 담당 경찰관 두 명은 3시간 동안, 30곳 넘는 병원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사건 현장은 서울 구로였는데, 인천과 경기도 성남, 의정부까지 수소문해도, 받아준다는 병원을 못 찾았습니다.

"전문의나 병상이 부족하다" 주로 이런 이유를 말하지만, 실제론 난동 위험이 있는 환자를 꺼리는 기류도 없지 않습니다.

또 야간에는, 진료를 하는 정신과 자체가 드뭅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정신과 (의료진)들은 당직을 안 하시고 이러니까…저희가 안 받으려고 한건 아니고."]

결국 이 날, 12시간이 지나서야 받아준다는 병원 한 곳을 찾아냈고, 간신히 입원이 이뤄졌습니다.

[신은욱/서울 구일지구대 경사 : "제압을 해야 했다는 것도 너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고, 응급 입원 후속 조치를 어떻게 해야 되느냐에 대한 걱정도 많이…."]

안인득 사건 이후 '응급 입원' 건수는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총 7천4백여 명, 하루 평균 20명 꼴로 입원했는데, 환자 당 응급 입원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4시간 7분'이었습니다.

이 시간 동안, 결국은,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관들이 환자 곁을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김무종/서울 구일지구대 경장 :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다른 신고가 있을 때 출동하지 못하고 다른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도움을 받아야 된다는 게…."]

정부는 응급입원 병상을 확보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전국에 4곳 뿐입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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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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