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오랩, CPS 보통주 전환…영리한 우선주 활용법 [넘버스]
혈관신생억제 기전 치료제 개발 기업 ‘안지오랩’이 보유 중이던 우선주 상당수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지오랩은 지난 12일 우선주 8만8892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전환된 보통주는 오는 2월 20일 상장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과 12월에도 우선주를 잇따라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전환된 주식수는 총 13만3332주다. 3개월에 걸쳐 세 차례 보통주 전환을 단행하면서 안지오랩이 보유 중인 우선주는 기존 130만1164주에서 107만8940주로 감소하게 됐다. 대신 보통주는 276만7454주에서 298만9679주로 늘었다.
상장사에 적용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인식되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부채가 줄고 자본이 늘어난다. 기업가치 저평가 요인을 줄이기 위해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보통주 전환을 실시한다.
그러나 이번 안지오랩의 보통주 전환은 부채 감소와 무관하다. 해당 우선주는 원래 상환권이 함께 붙어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였다. RCPS는 일정 조건에 따라 현금으로 상환할 수 있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을 의미한다. 투자자가 상환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IFRS 회계처리시 부채로 인식되는 것이다. 부채가 많으면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도 낮아질 수 있다.
해당 RCPS는 2016년 9월 안지오랩의 시리즈C 투자유치 과정에서 발행됐다. 당시 회사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83만3330주의 RCPS와 5만5554주의 보통주를 주당 9000원에 발행해 80억원을 조달했다.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와 디티앤인베스트먼트 등 다수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에 참여했다.
이후 안지오랩은 2020년 투자자와 계약조건을 변경해 RCPS의 상환권을 소멸시켰다. 상환권이 소멸돼 전환우선주(CPS)로 변경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19년 말까지 금융부채로 인식되던 RCPS가 자본으로 인정됐고, 약 173억원이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잡혔다. 이미 이때부터 회사의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안지오랩의 2022년 말 기준 총자산은 50억원으로 파악된다. 이중 부채 총계는 7억원, 자본총계는 43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6.3%에 불과하다. 자본구조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본금 20억원 △주식발행초과금 308억원 △결손금 288억원 △기타 2억원으로 구성됐다. RCPS 등 투자유치 과정에서 찍어낸 주식으로 벌어들인 주식발행초과금(308억원)이 순손실 누적으로 인해 쌓인 결손금(288억원)을 겨우 감당하는 모양새다.
이중 주식발행초과금은 보통주 154억원, 우선주 154억원으로 절반씩 나뉘어 있다. RCPS의 상환권을 소멸시키지 않았다면 자본총계가 154억원 감소해 자본잠식 상태가 되고, 부채는 160억원을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상환권 등 옵션이 붙어있는 우선주가 보통주에 비해 투자매력이 높다 보니 벤처·스타트업이 기관투자자를 유치할 때 주로 활용한다”며 “다만 외부투자의존도가 높은 큰 벤처기업 특성상 우선주가 모두 부채로 인식될 경우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