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주한 베트남의 도심 한복판, 햇살이 정글처럼 쏟아지는 골목 끝 작은 34평 대지에 새로운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격렬한 교통과 소음 속에서도 조용한 숨결을 담은 이 집은 시멘트를 베이스로 완성된 복합 주거 공간이다.

1층은 누구나 머물고 나갈 수 있는 열린 상업 공간으로 시작된다. 길가와 면한 전면 유리는 문턱을 낮췄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매장 안쪽까지 환하게 만든다. 누구라도 가볍게 발을 들일 수 있는 이 공간은 사람을 위한 배려이자 도시 안쪽의 작은 오아시스다.
거칠게 남겨둔 재질

흔히 시멘트라 하면 차가운 느낌이 먼저지만, 이 집에서는 전혀 다르게 읽힌다. 험한 듯 부드럽게 마감한 시멘트 벽은 곡선을 따라 리듬처럼 흐르며 건물 전체에 따뜻한 질서를 부여한다.
외장재는 철제 프레임과 섬유 시멘트 패널로 이뤄진 반투명 소재를 사용해 빛과 시선을 부드럽게 걸러냈다. 패널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시간이 흐름을 따라 공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다시 걷어간다. 여기에 테라스는 수직적으로 분절된 건물 외벽과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안쪽의 생활 공간에 숨 쉴 틈을 만들어준다.
위로 올라갈수록 깊어지는

6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개인화된 공간으로 전환된다. 임대 아파트와 주거 사무실이 조화를 이룬 공간 구성은 도심 속 다양한 삶의 방식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각 층마다 조성된 테라스는 거주자에게 충분한 햇살과 바람, 그리고 시선을 제공한다. 사방으로 열린 창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연결되며,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흐트러트린다. 주변의 소음은 짙은 잎 사이로 걸러지고, 창호는 바깥과 안쪽의 움직임을 조용히 이어준다.
숲을 담은 실내

공간을 따라 이어진 실내에는 곳곳에 배치된 열대 식물들이 살아 숨 쉰다. 녹색 식물들이 햇빛을 걸러내며 실내에 아늑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마치 리조트에 와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집에는 녹음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 있다. 아치형 구조물과 곡선 유리 창문은 자연스러운 동선을 유도하고, 생명을 담은 화분들은 벽과 가구 사이사이에 깊숙이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