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모험이다. 포드 브롱코 시승기

조현규 입력 2022. 8. 12. 16:47 수정 2022. 8. 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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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브롱코를 타고 달리면 지루한 일상도 설레는 모험이 된다. 포드에서 만든 정통 오프로드 SUV가 만들어낸 마법이다.

“엄마! 저거 브롱코야!” 어떤 꼬마가 엄마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면서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 지른다. 새파란 브롱코를 가리키며 브롱코의 헤드램프보다 더 동그래진 눈으로 잔뜩 신난 표정을 짓는 어린 꼬마의 얼굴은 이번 시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그 꼬마의 눈에는 바닥에 붙어서 다니는 스포츠카만큼 설레는 자동차였을지도 모른다. 포드 브롱코는 그런 자동차다. 어린아이들이 잔뜩 신나서 궁금해하는 평범하지 않은 차.

오프로드 SUV라는 장르 자체는 이것저것 따진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커다란 덩치는 좁은 길을 다니기에 부담스럽고, 가솔린 엔진은 기름을 어찌나 마시는지 넘치는 식욕이 무서울 정도다. 각진 차체는 돌풍이 부는 듯한 풍절음을 만들어내고 올 터레인 타이어는 구를 때마다 노면의 소리를 귓가에 속삭인다. 그런데, 이런 투박한 녀석이 갖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브롱코를 타고 달리는 순간만큼은 지루한 일상이 설레는 모험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마법 같은 경험에는 브롱코만의 개성을 가진 멋진 디자인이 한몫한다. 새파란 물감을 뒤집어쓴 듯한 벨로시티 블루 컬러, 높은 지상고를 가진 차체와 두툼한 타이어, 각을 세운 디자인을 통해 누가 보아도 오프로드를 위한 SUV임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프런트 마스크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을 하나의 검은 덩어리로 만들었으며, 헤드램프는 전원 버튼을 옆으로 눕힌 듯한 디자인으로 동그라미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선이 존재하는 형태다. 그 선을 따라서 ‘BRONCO’ 레터링을 심은 것도 무척 높게 평가하고 싶다.

또한 후드 끝단의 양쪽에 손잡이가 있고, 앞 유리 쪽은 각을 세운 파워돔이 있다. 이런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요소들을 통해 브롱코의 이미지를 한층 더 와일드하게 구성했다. 앞모습과 옆모습을 유심히 본다면 브롱코가 일반적인 자동차들과 다른 한 가지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사이드미러를 도어에 붙인 것이 아닌, 앞 유리 아래에 있는 별도의 패널을 통해 배치한 것이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브롱코의 도어가 탈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어는 물론 루프도 탈착이 가능한데, 포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모든 구성품을 떼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옆모습도 오프로드 SUV만의 개성을 잘 살렸다. 사각형으로 구성된 창문과 툭 튀어나온 펜더, 타고 내리기 편하게 만들어진 발판 등으로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옆모습을 보다 보면 비슷한 느낌의 경쟁 모델들과 비교를 하게 된다. 해당하는 모델들은 지프 랭글러, 랜드로버 디펜더 정도로 압축할 수 있는데, 브롱코는 언급한 두 모델의 딱 중간쯤 되는 형태다. 랭글러의 와일드함, 날것의 느낌과 디펜더의 세련된 느낌을 적절히 섞은 듯한 느낌이라 무척 마음에 든다.

후면에 붙은 스페어타이어도 이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스페어타이어를 가방처럼 메고 다니는 것은 오프로드 SUV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 가깝다. 일반적인 도심형 SUV들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비효율 덩어리기 때문이다. 다른 기교도 필요하지 않고, 단순히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이 차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 트렁크는 상단과 하단이 분리되어 있다. 하단은 오른쪽으로 열고, 상단의 글래스는 위로 여는 방식이다. 트렁크 내부에는 파란색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꽤 멋스러운 편이다.

발판을 밟고 올라타면 미국차 특유의 인테리어가 운전자를 반긴다. 투박하고 기능에 충실한 인테리어는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죽과 우레탄, 고무 등으로 구성된 인테리어는 촉감이 꽤 거친 편인데, 장르의 특성을 생각하면 무척 잘 어울린다. 인테리어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센터콘솔 부근에서 찾을 수 있다. 윈도 조작 스위치와 사이드미러를 조작하는 스위치가 센터 암레스트 아래에 배치된 것. 그 이유도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도어를 탈착하기 위한 기능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기능이 있는 지프 랭글러도 센터페시아에 윈도 조작 스위치가 달려있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12인치다. 오프로드를 위한 다양한 기능들이 있으며, UI의 디자인과 조작 반응 속도 등 기본적으로 만듦새가 우수하다. 원하는 메뉴를 찾아가기에도 편하게 구성되어 있고, 무선 카플레이 역시 지원한다. 계기판은 아날로그 계기판과 디스플레이가 함께 배치되어 있다. 속도계와 수온계는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하는 식이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V6 2.7ℓ 트윈 터보 엔진이 걸걸한 소리를 내며 깨어난다. 최고출력 310마력에 최대토크 55kg∙m를 자랑하며 10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춘다. 구동 방식은 당연히 풀타임 사륜구동 방식이다. 가솔린 엔진답게 아이들링 시 소음과 진동을 잘 잡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뭉툭한 기어 레버를 당기면 ‘철컥철컥’하는 느낌과 함께 움직인다. 이것만으로 이미 감성적인 부분은 합격이다. 거친 도로를 다니는 차의 특성상 초반부터 강력한 토크를 자랑한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강하게 밟아도 차가 튀어 나가는 느낌이라 깜짝 놀라게 된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내 도로에 진입한다. 오늘의 음악은 록으로 선정했다. AC/DC의 여러 명곡을 재생하며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오디오는 전반적으로 저음을 무척 강조하는데, 그러면서도 고음 영역이 찢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아 만족스럽다. 때문에 락과 같은 장르와 찰떡궁합이다. 창문을 모두 내리고 왼팔을 스티어링 휠 상단에 걸친 다음 선글라스를 쓰고 폼을 내본다. 한적한 시내 도로가 마치 미국의 어느 도시를 달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괜스레 볼륨을 더 키우고 이 묘한 느낌을 즐기게 된다.

댐퍼의 스트로크가 길고 스프링은 부드러운 오프로드 SUV의 특성상 승차감은 꽤 출렁대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 탑승에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과속방지턱이나 도로의 요철을 만나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며 섀시에 진동을 오래 붙잡아 두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는 브롱코는 기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다. 사실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고속 안정감이었다. 브롱코와 같은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의 지프 랭글러를 탔을 때의 경험에는 고속에서 지속적인 보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롱코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속력을 높여도 불안한 모습은 느낄 수 없다. 최고속력은 시속 160km에 제한이 걸려있는데, 넉넉한 엔진의 출력 덕분에 그 속력에 도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풍절음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촬영지에 도착하여 가벼운 오프로드를 즐길 때도 브롱코는 매력을 뽐냈다. 기어 레버 뒤편에 자리 잡은 터레인 모드 셀렉터를 돌려 사륜구동과 이륜구동을 조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가벼운 오프로드는 이륜구동으로도 충분히 주파할 수 있고, 혹여나 주파하기 힘든 코스라도 사륜구동으로 전환한 뒤, 차를 믿는다면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다. 거친 도로를 지날 때도 실내로 전해지는 충격은 차체에서 최대한 걸러지는 편이라 장시간의 주행에도 피로가 적은 편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실내에서 발생하는 잡소리다. 트렁크 부분의 패널에서 발생하는 소리인데,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무척 자주 들리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오프로드를 달리는 SUV니까 용서할 수 있다.

브롱코는 트렁크에 캠핑 장비를 가득 싣고 오지로 떠나서 오토 캠핑을 즐기는 장면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바쁜 일정 탓에 캠핑은 못 하지만, 숲속에서 의자를 펼치고 브롱코를 멍하니 바라보는 ‘차멍’을 즐겨본다. 이 풍경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차가 있을까? 온로드에서도, 오프로드에서도 모두 훌륭한 주행 감각을 보이는데, 외모도 매력적이다. 실제로 시승하는 내내 스포츠카를 탈 때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쳐다보는 이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젊은 청춘을 생각했을 것이고, 언젠가 타고 싶은 드림카를 생각했을 것이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자동차를 생각했을 것이다. 포드 브롱코는 그런 차다. 지루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훌륭한 수단이다.

글 | 조현규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810×1930×1845mm
휠베이스 2950mm | 엔진형식  V6 터보, 가솔린
배기량 ​​​ 2694cc | 최고출력 ​​310ps
최대토크 55.0kg·m | 변속기 10단 자동
구동방식 AWD | 연비 ​​​​​​​​​8.2km/ℓ
가격 ​​​​​​​​​6900만원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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