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롯데 대산 ‘사업재편’, 석유화학 구조조정 ‘시험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 제공=롯데케미칼

정부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 석유화학단지 사업재편안을 승인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장기화된 업황 부진 속에서 대규모 설비 감축, 정부와 채권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맞물린 이번 재편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위기 극복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일 정부가 승인한 사업재편안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충남 사업장을 물적분할한 뒤 기존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해 신설 통합법인을 출범시킨다. 통합법인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는 공동기업 형태로 운영한다.

통합법인은 출범과 동시에 고강도 설비 효율화에 돌입한다. 특히 공급 과잉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에틸렌 생산 설비(NCC) 2기 중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연산 110만t 규모의 설비를 3년간 운휴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범용 다운스트림 제품의 생산을 축소하는 등 중복 및 적자 설비 가동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원활한 사업재편을 위해 채권단과 주주사, 정부가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선다. 채권은행단은 통합법인의 기존 금융기관 차입금 중 최대 1조원을 영구채로 전환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약 7조9000억원 규모의 협약채무에 대해서는 3년간 상환을 유예하며 기존 금융조건을 유지해주기로 했다. 사업재편 기간 내 최대 1조원의 신규 대출도 지원한다.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금 대응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양대 주주사인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각각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정부는 적격합병 과세 이연 등 법인세와 지방세 부담을 덜어주고 최대 1159억원 규모의 에너지 비용 절감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사업재편으로 주주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골칫거리였던 적자 사업을 덜어내며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오일뱅크는 신설법인이 연결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연결 기준 순차입금 약 4조원이 줄어들고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변동성 리스크를 크게 완화할 수 있게 됐다. 롯데케미칼 역시 적자가 지속되던 대산공장을 떼어내면서 전사 손익 부담과 차입 부담을 일정 부분 경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신설 통합법인의 자립은 과제로 남았다. NICE신용평가는 설비 일원화와 고정비 절감으로 이전보다 손실폭은 줄어들겠지만 NCC 설비 운휴에 따른 대규모 자산손상 인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영구채 전환과 유상증자로 재무적 충격은 상당 부분 흡수하겠지만 장기 침체 국면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NICE신용평가는 “논의 중인 금융지원 규모를 감안할 때 자산손상 인식이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통합 이후)금융비용 및 설비 재배치, 고부가 제품 확대와 관련한 추가 투자자금 소요를 감안하면 차입금상환능력은 저조한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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