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수주 분석] FLNG 명맥 '나홀로 해양플랜트'... 삼성중공업의 시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대형 FLNG인 '코랄 술'의 모습./사진 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해양플랜트 강자다. 과거 이런 타이틀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유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경쟁사들이 모두 손을 턴 사업인데 홀로 명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드릴십 리스크는 오랫동안 삼성중공업을 힘들게 했다.

전세계적으로 LNG 운반선 발주가 늘면서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고에서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지만 여전히 한 축은 해양 플랜트가 자리잡고 있다. 프로젝트 중에서도 부유식 LNG생산설비(FLNG)는 LNG 물동량 증가로 전망이 밝다. 양 저울에 LNG 운반선과 FLNG를 올려두고 수주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경쟁사 손 떼는데 홀로 해양플랜트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LNG로 액화해 저장 및 하역까지 할 수 있는 복합 해양플랜트다. 그래서 바다 위 떠있는 LNG 공장으로 불린다. FLNG 프로젝트는 계약금이 건당 조단위에 달하는 고부가 가치 산업이다.

하지만 원유 채굴 관련 프로젝트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비례한다. 저유가 시기 오일메이저도 가스전 개발을 일시 중단하며 짓고 있는 해양플랜트 역시 선주사가 납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소 배럴당 50~60달러선은 유지돼야 오일 메이저도 손익을 맞출 수 있는데 2014년 말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그 이후도 내리막을 걷다 2015년 배럴당 30달러 선을 찍었다. 발주 가뭄에 일감이 없는 조선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양야드를 걸어 잠갔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수십개의 프로젝트를 계속 검토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15년 이후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유일한 조선사가 우리"라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이링·삼성물산·삼성중공업을 묶어 EPC(설계·조달·시공) 3사로 부른다.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많고 주요 에너지 기업의 일감을 따내면서 쌓은 네트워크가 탄탄해 삼성중공업은 이 분야 강자다. 리스크 매니지먼트팀(RM)을 둘 정도로 관리 역량도 뛰어나 전세계서 우위를 점했다. 저유가 위기에도 해양플랜트를 놓지 않은 이유다.

삼성중공업의 수주 실적에서 시추 및 해양생산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2013년 80%를 웃돌다 2014년부터 줄기 시작해 2016년에는 최종투자 결정이 미뤄져 수주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러다 2017년 FLNG, FPU 계약을 따내며 수주를 재개했다.

자료 제공=삼성중공업

FLNG 주특기 살려 수주

삼성중공업이 2017년 모잠비크 Coral FLNG S.A와 계약한 약 2조9000억원 규모 FLNG는 2022년 건조를 마쳤다. 보통 LNG 운반선의 건조 기간이 2~3년이라면 해양플랜트는 5년 이상의 장기 공사다. 삼성중공업 수주 잔고에는 이런 장기 프로젝트가 경쟁사 보다 많았다. 과거 수주에 집중할 때는 수주 잔고의 해양플랜트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해양플랜트의 계약금 정산 방식인 프로그레스(Progress)는 공정 진행률에 따라 대금을 계산한다. 도중에 선주에게 사정이 생겨 계약을 취소하게 될 경우 삼성중공업은 큰 손실을 입는다. 2016년~2018년 발주처의 경영여건 악화 등으로 LNG FPSO,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계약이 해지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애물단지였던 해양플랜트는 현재 우려 보다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LNG 수출 물량이 증가하면서 수주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저유가 시기 해양 부문 투자를 줄인 탓에 현재 생산 중이거나 개발 중인 유전으로는 향후 수요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 때문에 기대감이 더 크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말 북미 지역서 약 2조원 규모의 FLNG 계약을 성공시켰으며 올해 4분기 모잠비크서 연간 340만톤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LNG업체 델핀과도 협상 중이다. 8부터 12월까지 수주 목표액은 48억 달러로 이 가운데 절반은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전세계 발주된 FLNG의 70%는 우리가 점유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양플랜트는 연간 2기 정도는 수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해양플랜트 보다 건조 기간이 짧고 대금 회수가 빠른 상선 수주를 늘린 점도 긍정적이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상반기 수주한 LNG 운반선만 19척에 달한다. 작년 이맘때 신규 수주한 LNG 운반선은 6척이이었다.

최근 중동 지역서 수주한 LNG 선의 척당 가격은 3595억원이다. 지난 2021년 1993억원에 LNG 선을 수주한 것을 감안하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일감에서 이런 고가 선박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공사손실충당금은 2022년 말 9386억원에서 2023년 말 3944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올해 상반기 2516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과거 저가 수주할 때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미리 충당금을 쌓아 미리 손상처리를 했다면 지금은 워낙 선박 가격이 높아 충당금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