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골프 금메달의 진짜 주인공 제이린드버그(J.Lindeberg)

이지현 서울디지털대 패션학과 교수 2024. 10.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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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스토리]

2024 파리 올림픽의 유니폼은 패션쇼의 런웨이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이슈몰이를 했다. 그중에서도 골프팀의 공식 의류 파트너인 스웨덴 브랜드 제이린드버그(J.Lindeberg)의 골프웨어 유니폼이 큰 주목을 받았다. 골프 세계 랭킹 1위인 미국 대표선수 스코티 셰플러(Scottie Scheffler)가 제이린드버그 공식 골프웨어 유니폼을 입고 금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나이키, 언더아머, 랄프 로렌 등 자국의 유명한 브랜드를 두고 스웨덴 회사의 후원을 받은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제이린드버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028년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하계 올림픽에서도 미국 남녀 골프 대표팀의 공식 유니폼 스폰서로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제이린드버그의 SS24 아웃도어 컬렉션. [제이린드버그]
1996년 요한 린드버그(Johan Lindeberg)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제이린드버그를 설립했다. 그는 제이린드버그를 론칭하기 전까지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로 활동했다. 특히 1990년대 패션 브랜드 디젤(Diesel)이 국제적 명성을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7년 제이린드버그를 떠났던 그는 2016년 1월 제이린드버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패션과 스포츠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의 비전은 브랜드의 초석이 됐다. 제이린드버그는 스포츠와 일상 패션을 아우르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전통적인 스웨덴 디자인에 스포티한 요소를 버무려 세련되면서도 기능적 의류를 제작했다. 고품질 소재와 혁신 기술의 만남은 기능성과 편안함을 동시에 제공해 활동적인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기능성을 강조한 제이린드버그는 골프 패션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여기에는 스웨덴 프로골퍼 예스퍼 파르네빅(Jesper Parnevik)이 한몫했다. 챙이 위로 꺾인 모자가 트레이드마크인 예스퍼 파르네빅은 골프 실력뿐 아니라 독특한 패션 감각으로 골프계에서 주목받았다. 그런 그가 2000년 PGA 투어에서 요한 린드버그가 제작한 핑크 팬츠를 입고 생애 첫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했다.
챙이 위로 꺾인 제이린드버그 모자를 착용한 스웨덴 골프 스타 예스퍼 파르네빅. [Gettyimage]
‌요한 린드버그는 한 인터뷰에서 "1996년 파리에서 열린 트로피 랑콤(Trophée Lancôme·1970년부터 2003년까지 프랑스 생놈라브레테슈에서 열린 프로골프 토너먼트)에서 예스퍼 파르네빅이 너무 크고 헐렁한 스웨터와 색이 바랜 치노 팬츠를 입고 골프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우연히 봤다. 이에 자극을 받아 로큰롤과 골프가 결합한 새롭고 진보적 라이프스타일 패션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예스퍼 파르네빅을 현대의 스티브 매퀸(Steve McQueen·1960~70년대 할리우드를 풍미한 미국 영화배우)으로 변신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이린드버그 골프 컬렉션 SS20'에서는 브랜드 아카이브 컬렉션의 일부로, 예스퍼 파르네빅이 2000년 핑크 팬츠를 입고 PGA투어에 나섰던 제이린드버그의 결정적 순간을 재연해 제작하기도 했다.

리브랜딩과 지속 가능한 패션 강화

2010년대 초반, 제이린드버그는 브랜드 이미지와 포지셔닝을 강화하고자 리브랜딩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의 이미지와 디자인을 현대화하고, 혁신적 소재를 강조하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도입해 더 넓은 고객층과 젊은 소비층을 확보했다.

제이린드버그는 지속 가능한 패션과 윤리적 생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부응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하고, 환경친화적 소재와 생산방식을 채택하고, 컬렉션에 재활용 가능한 소재와 친환경 생산 공정을 적극 도입했다. 윤리적 생산을 위해 공정한 노동 조건과 투명한 공급망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쇼핑이 활발해지자 제이린드버그는 디지털 플랫폼과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강화했다. 글로벌 고객에게 더 나은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제이린드버그는 북미, 아시아, 유럽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한 덕에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립했다. 다양한 지역의 문화와 시장 특성에 맞춘 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 전략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2022년에는 날로 늘어나는 국내 골프 인구를 겨냥한 기획으로 SK텔레콤과 함께 '갤럭시S22+(플러스) 제이린드버그 골프 에디션'을 공식 온라인몰 'T 다이렉트샵'에서 1000대 한정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 남녀 골프팀이 스웨덴 브랜드인 제이린드버그를 공식 의류 파트너로 삼은 것도 놀라운 '사건'이다. 골프 강국인 미국이 다른 나라 브랜드를 대표팀 유니폼으로 선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제이린드버그가 2024 파리 올림픽 골프 미국 대표팀을 위해 제작한 올림픽 골프 컬렉션(왼쪽)과 제이린드버그 올림픽 골프 컬렉션을 착용한 스코티 셰플러(왼쪽에서 두 번째)와 미국 대표팀 남자 선수들. [제이린드버그]
‌올림픽 골프 컬렉션은 미국 국기의 상징 색상인 레드, 화이트, 블루를 메인 컬러로 썼다. 여기에 열과 땀을 빠르게 배출하는 기능,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는 37.5™ 기술, UV50 자외선 차단 효과를 모두 갖춘 기능성 소재는 신축성까지 높여 선수들에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성능과 편안함을 제공했다. 제이린드버그는 무엇보다 고온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유니폼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클리마쿨(ClimaCool)'이라는 수분 흡수 기능과 월등한 자외선 차단 기능, 스트레치 소재로 유연성까지 탑재했다. 또한 3차원(3D) 기술을 사용해 몸의 움직임을 최고로 향상할 수 있는 정밀한 핏의 절개선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제이린드버그는 올해뿐 아니라 4년 후 미국에서 개최될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미국 골프 대표팀의 파트너로 활동하며 USA 골프 컬렉션을 제작한다.

스포츠 스타와 협업 효과

2006년 요한 린드버그는 18개월의 디자인 과정을 거쳐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와 협업해 골프화를 출시했다. 그러자 제이린드버그 골프 앰배서더인 예스퍼 파르네빅, 행크 큐엔(Hank Kuehne), 제임스 히스(James Heath)는 드디어 현대적이고 세련된 골프화가 출시됐다며 제이린드버그를 지지했다. 제이린드버그는 LPGA의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며, PGA 스타들이 즐겨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이린드버그의 골프 앰배서더는 스웨덴의 골퍼 예스퍼 파르네빅 외에도 스웨덴 골퍼 리차드 에스 존슨(Richard S. Johnson), 유러피언 투어에서 활약한 프랑스 출신 골퍼 빅토르 뒤뷔송(Victor Dubuisson), 포르투갈 골퍼 호세-필리페 리마(Jose-Filipe Lima), 2024년 골프 앰배서더인 콜롬비아 골퍼 카밀로 비예가스(Camilo Villegas)와 영국 출신의 토드 클레멘츠(Todd Clements) 등이다.

제이린드버그는 2024 파리 올림픽 같은 스포츠 이벤트와 대회에서 스폰서로 활동하며, 프로골퍼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특정 제품 라인을 출시하거나 대회에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골프가 아닌 다른 스포츠 스타와의 협업으로 스포츠웨어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제이린드버그가 글로벌 테니스 앰배서더로 발탁한 미국 테니스 선수 크리스토퍼 유뱅크스(왼쪽)와 체코 테니스 선수 마르케타 본드루소바. [제이린드버그]
‌제이린드버그는 스웨덴의 대표 스키 선수 존 올슨(Jon Olsson)의 스폰서이기도 하다. 2024년에는 미국 테니스 남자 선수 크리스토퍼 유뱅크스(Christopher Eubanks)와 체코 테니스 여자 선수 마르케타 본드루소바(Markéta Vondroušová) 역시 글로벌 테니스 앰배서더로 발탁됐다. 이러한 협업은 브랜드의 가시성을 높이고 시장에서 입지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골프 의류뿐 아니라, 아웃도어와 액티브웨어까지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국내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골프웨어 브랜드의 빅데이터를 매달 분석한 결과로 순위를 매겨 '골프웨어 브랜드 평판 30위'를 발표한다. 이런 '골프웨어 브랜드 평판'에서 제이린드버그는 최근 몇 년간 3위 안에 든 브랜드다.

제이린드버그는 론칭 초기만 해도 스웨덴 내수시장을 겨냥한 브랜드였으나 2000년대 초반부터 스웨덴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브랜드의 독특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국제적으로 통한 것이다. 2006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할리우드 스타 브래트 피트가 제이린드버그 정장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제이린드버그는 골프 의류뿐만 아니라 아웃도어와 액티브웨어, 라이프스타일 패션 등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이를 통해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제이린드버그는 2001년 10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대형 단독 매장을 오픈하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1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계약을 맺은 후 골프웨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2021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하며 국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골프 브랜드 중 정상급 반열에 올랐다. 2021년까지 5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제이린드버그는 2022년 오랜 기간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 기간을 2032년까지 10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판권 영역도 골프뿐만 아니라 테니스, 스키웨어까지 확대됐다.

제이린드버그는 국내에서 프리미엄 골프웨어로 유명해졌지만 유럽에서는 테니스와 스키웨어까지 아우르는 스포츠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내에서도 테니스와 스키 등 다양한 영역의 스포츠웨어를 적극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2년 8월 제이린드버그의 테니스 컬렉션 판매를 시작했으며, 그해 10월부터는 스키 컬렉션을 내놨다. 2023년 청담동 명품 거리에 제이린드버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위상 강화에 나섰다. 2024년 2월에는 국내 시장에 아웃도어 컬렉션을 처음 출시했다. 올해도 아웃도어를 일상에서 입는 고프코어(gorp core)룩 트렌드가 지속됨에 따라 운동족과 패션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컬렉션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고프코어의 고프(gorp)는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가지고 가는 견과류 믹스(granola, oat, raisin, peanut)나 굿 올드 레이진 앤드 피넛(good old raisins and peanuts)의 약자다.
방수 기능이 뛰어난 워터프루프 원단과 드라이 기술이 적용된 제이린드버그 골프웨어. [제이린드버그]
‌이번 컬렉션에 적용된 원단은 화산재에서 추출한 소재를 사용해 뛰어난 흡습속건(땀과 수분을 잘 흡수하고 빠르게 건조한다는 의미) 기능을 자랑하며, 최적의 체온인 37.5℃를 유지해 여름철에는 시원하게, 겨울철에는 따뜻하게 착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방수, 발수 기능이 뛰어난 워터프루프 원단과 드라이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대표 제품은 실용성을 강화한 프로 팩(pro pack) 라인. 얇고 가벼운 소재로 작게 접어 휴대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꺼내 입을 수 있다. 메시, 나일론 소재를 적용한 윈드브레이커(바람막이), 베스트(조끼), 티셔츠 등의 아이템은 등산, 캠핑 등 야외 활동 시 통기성이 좋아 많은 움직임에도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다.

이지현 서울디지털대 패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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