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주민 건강 '빨간불'…산불 다 잡았어도 방심 안 되는 이유
[편집자주] 숲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년, 하지만 화마로 숲이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3월 전국 동시 산불로 숲과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 피해 여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루라도 더 빨리 피해 복구에 나서야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산불이 꺼진 후에도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가,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 장기간 남아서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함승헌 교수는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PM2.5)는 폐포를 통과해 혈액에 직접 침투할 수 있어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신경계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기존에 이런 질환을 앓아온 사람이라면 증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불 연기엔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름알데히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해 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 실제 이번 산불 이후 영남권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소보다 5배, 일산화탄소 농도는 2배로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치명적인 성분이 '일산화탄소'다. 일산화탄소가 몸속에 들어오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Hb)에 산소보다 250배 쉽게 결합한다. 따라서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제대로 실어 나르지 못하게 되고, 이 때문에 몸속에 산소가 부족해지면 생체 세포에서 젖산을 생성하면서 피가 산성으로 변한다. 이는 호흡중추 등을 자극해 호흡의 깊이, 호흡수, 심장박동수를 증가시켜 산소 부족분을 보상받으려 한다.
이런 보상 작용은 공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호흡해 산소부족량을 보충하고, 산소함유량이 저하된 혈액을 많이 순환시키며, 뇌혈관을 확장해 많은 피가 흐르도록 조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작용은 산소농도가 16%일 때까지만 효과가 있을 뿐, 이보다 더 낮은 농도에선 생체적 보상이 불가능해 산소 결핍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진단한다. 전신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질식을 유발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장기(뇌·심장·근육)의 기능이 떨어진다.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색깔·맛·냄새가 없어 중독되더라도 잘 모를 수 있다"며 "중독 초기 땐 두통·어지럼증·메슥거림(구역질) 등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해지면 기면·혼수·발작·호흡마비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처럼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면 산불이 마을까지 번지면서 집과 가구 기자재 등을 태우는 동안 벤젠·중금속 같은 독성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연기를 천식,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환자 마시면 기관지의 염증이 더 심해져 아나필락시스(급성 호흡곤란, 혈압 감소, 의식소실 등 쇼크 증세), 호흡곤란까지 유발할 수 쉽다. 김상헌 교수는 "검게 보이는 연기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이 들어있는데, 모두 다 호흡기에 악영향을 준다"며 "폐 등 호흡기로 유독가스 등 연기 속 유해 물질이 일단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기를 많이 들이마신 환자에게 병원에선 산소 흡입 치료, 고압 산소 치료 등을 시행한다. 하지만 몸에 한 번 흡수된 유독가스와 미세먼지 등은 혈관에 녹아들어 가, 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만약 이번 산불 현장에 있었거나, 산불 근처의 '집안'에 머물렀다면 고온과 유독 가스 등으로 인해 기도·폐 등 호흡기가 손상당했을 수 있다. 이를 '흡입 화상'이라고 한다. 흡입 화상은 폐 기능 부전, 호흡기 감염 등으로 이어져 환자 예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흡입 화상으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은 초기엔 나타나지 않다가 손상당한 후 며칠이 지나서 나타날 수 있다. △불에 그을리거나 탄 코털 △얼굴·코·입안과 입 주변의 화상 △쉰 목소리 △금속음 기침(brassy cough) △쌕쌕거림(wheezing) △검은 탄소 가루가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이 있다면 흡입 화상을 의심해 검사받아볼 필요가 있다.
부득이하게 화재 현장을 찾아가거나 지나야 한다면 K94 마스크나 N95 마스크를 착용하되 공기가 드나들 틈이 없도록 밀착해 착용해야 한다. 실내에 머물 땐 바깥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환기는 차단해야 한다. 가능하면 공기청정기를 활용해 실내 공기를 정화해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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