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걷는 것의 효과
모두가 걷기의 중요성을 안다. 언제 어디서건 별도 장비나 복장을 갖추지 않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귀찮아서 또는 바빠서 제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올바른 걷기 요령에 대해 알아봤다.
◇빠르게 걸으면 치매 위험 떨어져

덴마크 남부 대학의 보리야 크루즈 교수 연구팀은 걷기 운동과 치매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7만8430명을 평균 6.9년간 추적 관찰했다. 실험군의 연령대는 40~79세였다.
이들을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9800보를 걸으면 치매 발생률이 5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적게 걸어도 치매 발생률이 낮아진다. 매일 3800보를 걸으면 치매 발생 위험이 25%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행 속도도 중요하다. 파워워킹하듯 ‘분당 40보’의 속도로 6300보가량을 걸으면 치매 발생률이 57%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냥 9800보를 걷는 것보다 치매 발생률이 더 떨어지는 것이다.
이보다 속도를 높여서 ‘분당 112보’의 속도로 3360보 걸으면(30분 정도 소요) 치매 발생률은 62%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걸을 자신이 없으면 빠른 속도로 짧게 걸어도 되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크루즈 교수는 CNN과 인터뷰에서 “누구나 ‘하루 1만보 걷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몸이 좋지 않거나 의욕이 없는 노인들이 걷기 운동을 하는 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3분 빠르게 3분 천천히

걷기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다른 연구도 있다. 일본에서 아이치현 주민을 대상으로 이뤄진 걷기 연구에 따르면, 6년 동안 걷기만 열심히 한 사람은 쥐는 힘인 악력이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걸어서 악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걷기 만으로 노화로 인한 근육 감소를 막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열심히 걸으나 별 운동을 하지 않으나, 악력은 비슷한 속도로 약화된다는 뜻이다.
걷기의 이런 한계 때문에 등장한 것이 시간 간격을 두고 천천히 걷기와 빨리 걷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속보(interval walking)’ 건강법이다. 근력 운동과 걷기를 동시에 하는 효과가 난다. 어디서나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인터벌 속보의 핵심은 빨리 걷기와 천천히 걷기를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하는 것이다. 일본 장수과학진흥재단이 찾아낸 최장의 인터벌은 3분이다. 3분간 천천히 걷다가, 3분간 빨리 걷는 것을 반복하하는 것이다. 여기서 빨리 걷는 것은 내 체력 수준에서 ‘약간’ 힘들다고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보통 자기가 최대한 빨리 걷을 수 있는 속보의 70%를 기준으로 한다.

일본 장수과학진흥재단은 3분씩 천천히 걷기와 빨리 걷기를 한 세트로 해서, 하루 5세트 이상을 권장한다. 그러면 최소 30분 이상 걷게 된다. 그리고 이를 일주일에 4번 이상 하라는 게 권장 사황이다. 3분 간격은 스마트폰 알람으로 설정해도 되고, 3분 동안 얼마나 걷는지 세어본 후 그 걸음수를 세면서 걸어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인터벌 속보를 권장한 대로 하면, 전체 근력은 10%, 지구력은 20% 향상된다고 한다. 또 고혈압, 고혈당 등 건강 지표가 20% 개선된다고 한다. 우울증도 개선되고, 밤에 잠드는 시간이 빨라지며, 인지 기능이 34% 개선되는 효과도 검증됐다.
이밖에 요추와 대퇴골의 골밀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엉덩이 관절에 인공 관절을 넣은 환자에게 인터벌 속보를 12주간 시켰더니, 하지 근력과 최고 산소 섭취량이 크게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심장병 혹은 폐질환이 있거나,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 후 해야 한다.
◇올바른 걷기의 자세

걷는 자세도 중요하다. 걸을 때는 시선을 전방 25m 정도에 두어, 목선이 다소 비스듬히 앞으로 숙여지도록 해야 한다. 당연히 가슴과 등은 쭉 편다. 팔꿈치 각도를 90도로 만들고, 팔꿈치를 뒤로 당기는 느낌으로 활기차게 뻗으며 걷는 게 좋다. 그러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보행 속도가 올라간다.
보폭은 최대한 늘리는 게 좋다. 빨리 걷을 수 있고 허벅지 근육이 강화된다. 걸을 때는 발 뒤꿈치를 먼저 지면에 대고, 발바닥을 둥글게 굴린 다음, 발가락으로 지면을 차고 나가야 한다.
신발도 중요한데 바닥이 부드럽고, 구부리기 쉬우며, 발 뒤꿈치에 약간의 쿠션이 있는 게 좋다.
걷기 시작 전후에는 하체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개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가 걷기에 가장 좋다고 한다. 근육이 가장 부드러워 운동 부상이 적다.
/박유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