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물고기도 나왔다, 울릉도 앞바다 10마리 중 6마리가 열대어
“수온 상승으로 바다 달라져”
최근 울릉도 연안에서 대표적 열대성 어류인 파랑돔 출현이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립생물자원관이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일본 최남단의 오키나와나 베트남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줄꼬리돔도 처음 발견됐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상승하며 바다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울릉도 연안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어류 다양성을 조사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나 울릉도, 독도 주변 바다는 물이 맑아 다이빙으로 어류 관찰이 가능하다. 그 결과 수중조사에서 관찰된 131종 중 절반 이상(58.5%)이 열대·아열대성 어류였다. 온대성 어류(36.9%)의 1.5배에 달한다.
2년 전 50마리 남짓 몰려다녔던 파랑돔 무리 규모는 최대 500여 마리까지 늘었다. 그중 일부 지점에서의 파랑돔은 10여 마리에서 100여 마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다 자란 크기가 10cm 남짓인 파랑돔은 바다를 닮은 새파란 체색에 노랑 꼬리 지느러미를 가져 관상어로 사랑받는다. 수심 20m 내외 바위가 많은 곳에서 무리지어 산다.
파랑돔의 적정 서식 수온은 16도에서 31도 정도다. 기존에는 제주 해역에서 주로 발견됐지만 최근에는 울릉도와 독도 앞바다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수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지난 4월에는 국내 바다 기후변화 지표종으로도 선정됐다. 기후변화 지표종이란 바닷물 온도가 오르며 서식이나 분포, 번식 활동 시기나 개체군 변화가 비교적 뚜렷해 기후변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생물을 뜻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노랑 빛깔의 흰꼬리노랑자리돔과 붉은 바탕에 검고 푸른 점이 있는 큰점촉수의 어린 물고기(유어·幼魚) 등도 처음 발견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어린 열대 물고기가 대한해협에서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난류를 따라 떠다니다가 동해에 머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바리도 처음 발견됐다. 다금바리로도 불리는 자바리는 과거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어종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부산 앞바다에서 많이 올라오는 등 서식지가 북상하다 이젠 울릉도 앞바다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 이번 조사 뿐 아니라 과거 기록 등을 합친 결과 올해 10월 기준 울릉도 어류는 지난해 154종에서 20종이 늘어난 174종으로 집계됐다고 국립생물자원관은 밝혔다.
국내 바다는 뜨거워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8월 하순부터 9월 초순까지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 수온은 26도로,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이 기간 울릉도가 있는 동해의 표층 수온은 25.8도였다. 평년보다 2도 이상 높다. 어류는 종류와 성장 단계에 따라 필수적인 온도 범위가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수온 변화는 어류의 생태와 분포에 변화를 일으킨다.
연구진은 해수 온도 상승에 따라 열대·아열대성 어류의 분포가 동해 연안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수온 상승은 장기적으로 각 해역에 출현하는 종수 변화와 어류의 종 다양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독도와 동해 중부 연안 해역까지 조사 지역을 확대해 지속적인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