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나쁜부모 대신 먼저 지급하고 강제징수 [배드파파, 사라진 양육비]

한국 ‘한시적 긴급양육비’ 운영으론 부족
독일·스웨덴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해야

양육비 미지급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조치는 받지 못한 양육비를 돌려받는 것이다. 하지만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조치부터 형사처벌이 가능해졌음에도 실제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 전문가들은 해외처럼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만으로 국가가 먼저 대신 지급하고 추후 미지급자로부터 양육비를 회수하는 ‘양육비 대지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육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기준 금액보다 적게 지급되었다는 조건만으로 양육비 지원이 가능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5월 국회입법조사처의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1980년부터 ‘양육비대지급법’을 제정,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에게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있다. 양육비를 아예 지급받지 못하거나 정기적으로 받지 못하고, 선지급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만 12세까지 양육비 대지급을 받을 수 있다. 양육비를 부담해야 할 부모가 확인되지 않거나 소재 파악이 어려워도 양육비 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양육자의 소득이나 재산 상황은 자격 조건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독일은 ‘수당 대지급 사무소’를 통해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연령대별 양육비 지급 금액은 ▷0~5세 한화 약 25만9000원 ▷6~12세 34만9000원 ▷12~17세 아동 46만8000원 등이다.

스웨덴의 경우 ‘양육지원금’을 통해 양육비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부모에게 사회보험청에서 양육비를 대신 지원하고 있다. 양육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양육비를 지급해야 할 부모가 지급하지 않거나 약속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 지급될 때 신청할 수 있다. 양육비를 지급할 부모가 존재하지 않아도 양육지원금신청은 가능하다. 18세 미만 아동이 의무교육을 마치지 못했거나 정부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면 20세가 되는 해 6월까지 연장양육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양육지원금은 아동의 연령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다만 연령별 지원금 모두 20만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높은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연령별 지원금액은 ▷7세 미만 한화 약 21만원 ▷7세~14세 23만원 ▷15세 이후 28만원이 지급된다. 양육비가 일부만 지급돼 양육지원금을 신청할 경우 해당 기준에서 나머지 금액이 지급된다.

핀란드 역시 ‘아동양육비 지원법’을 통해 양육비 채무자가 양육비를 아예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분만 지급하고 있다는 조건 만으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양육비를 지급할 부모가 존재하지 않아도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양육비를 받지 못한 이들에게 ‘한시적 긴급양육비’를 통해 국가에서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양육자나 자녀가 건강상이나 경제적 문제에 봉착했을 때만 지원이 가능하기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빈한 상황에 처한 아동에게만 일시적으로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는 셈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대지급제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건강과 주거상의 문제에 봉착할 수 있는 절대 빈곤 상태를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며 “제도가 도입되면 국가가 선지급한 양육비를 추후 미지급자로부터 회수한다는 점에서 양육비 이행의 강제성이 생길 뿐만 아니라 국가가 직접 빈곤 위기에 빠진 아동을 구제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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