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명 : 아직까지 없던 기술이나 물건을 새로 생각하여 만들어 냄. 과학적 창의와 기술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새로운 방법·기술·물질·기구 등에 대한 창조.
학생들의 번뜩이고 유연한 생각들이 세상에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국립중앙과학관은 13일 제43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이하 경진대회)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상작들에선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반년을 넘게 고심한 흔적들이 눈에 띈다.
경진대회는 1979년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적 문제해결 능력을 배양하고 발명 활동을 장려한다는 게 개최 취지다.
그간 숱한 학생들의 생각이 해당 대회에서 구현됐다. 이 중에는 이미 일상에 스며든 작품도 있다. 길을 걸으며 여러 차례 만나는 ‘신호등 녹색불 잔여 시간 표시기’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보행 신호등 옆에 해당 기기가 없으면 어색할 정도로 널리 상용화됐다. 그러나 25년 전만 해도 신호등 잔여 시간표시기는 세상에 없던 물건이었다.
1999년 당시 목포 용호초 6학년에 재학 중이던 서대웅씨가 경진대회에 출품한 ‘순간순간 예측이 가능한 편리한 신호등’이 해당 기기의 시초가 됐다. 녹색 신호가 켜질 때 남은 시간을 점으로 표시한 이 작품을 통해 서씨는 21회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대통령상을 받은 초등학생 발명품’으로 세상에 알려진 잔여 시간표시기는 빠르게 상용화 과정을 거칠 수 있었고, 이내 우리의 일상을 바꿨다.

섬세하게 ‘불편함’ 찾아 만든 렌즈 케이스
올해 역시 이 같은 학생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이번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상금 800만원)을 받은 작품은 충북 과학고등학교 1학년 이호선 학생이 만든 ‘렌즈 안팎의 뒤집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 케이스’가 선정됐다.
국무총리상(상금 400만원) 수상작으론 경남 유어초등학교 3학년 문재인 학생이 제작한 ‘물맺힘 걱정없는 ABC 클린코크 정수기’가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상·국무총리상 수상자와 지도교원 수상자에게는 과학문화탐방의 기회도 제공된다. 이 밖에도 △최우수상(과기정통부·교육부 등 부처 장관상) 10점 △특상 50점 △우수상 100점 △장려상 137점이 선정됐다.
이석래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이날 과기정통부 세종청사에서 ‘전국 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심사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이번 대회에선 특히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불편함에 대한 해결 과정을 연구한 발명품들이 돋보였다”고 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임병훈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도 “이번 대회에 출품된 모든 작품들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훌륭했다”며 “학생들은 어른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상 속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독창적이고 반짝이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 냈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진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1만3880명이 참가했고, 지역예선대회를 거쳐 300명이 전국대회에 진출했다. 임 회장을 비롯한 산·학·연 전문가 총 4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수상작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창의성 △탐구성 △실용성 △노력도 △경제성 등을 기준으로 작품들을 평가했다.

‘렌즈 안팎의 뒤집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 케이스’는 1만3880명의 참가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임 회장은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없는 지점을 섬세하게 찾아낸 창의력을 높게 평가했고, 빛의 특별한 굴절 현상을 적절하게 활용한 지점도 좋게 봤다”며 “일상의 불편함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찾아낸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이 작품은 사용자가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때 안팎이 뒤집힌 상태인지를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담겼다. 이 학생은 이 작품을 렌즈가 뒤집힘 여부를 육안으론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을 해결하고자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렌즈의 상태에 따라 테두리에 빛이 달리 반사되는 점을 발견해 케이스를 제작했고,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테두리가 빛나는 현상이 가장 잘 일어나는 최적의 LED 광원의 각도를 찾아냈다”며 “뒤집힌 렌즈는 테두리가 빛나지 않고, 뒤집히지 않은 렌즈는 빛이나 사용자가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기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렌즈의 소독과 식염수의 교체시기를 알려주는 부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며 “해당 작품의 특허 출원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깨끗한 물 드리고 싶어요”…고사리손으로 만든 정수기 코크
국무총리상에 선정된 작품은 초등학교 3학년생의 고사리손에서 탄생했다. 문 학생은 기존 정수기 코크(물이 나오는 부분) 끝부분에 물방울이 맺힌다는 점을 보고 ‘물맺힘 걱정없는 ABC 클린코크 정수기’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지도교사와 함께 △공기순환을 이용하는 다공형(A형) △탄성력을 이용해 코크를 타격하는 펀치형(B형) △세로방향으로 공기 통로를 확보하는 굴뚝형(C형) 코크를 개발했다.
문 학생은 “정수기 코크에 물이 맺혀있으면 위생상 좋지 않아 깨끗한 물을 많은 사람이 마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발명을 시작했다”며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과학을 좋아해 즐겁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다른 발명품에 비해 창의성·탐구성이 두드러졌고 실용성·경제성 측면에서도 높게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봤다.
경진대회에 진출한 작품들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로 나눠 비율에 맞게 수상작을 선정한다. 그러나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은 초·중·고교 구분 없이 선정된다. 대회 시상식은 오는 10월5일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개최된다.
한편, 신호등 잔여 시간 표시기 외에도 그간 경진대회를 통해 상용화된 기기는 ‘트랙터 부착용 콤비인 작업기(벼 수확기)’가 꼽힌다. 당시 전남 장흥관산고등학교 2학년이던 김중호 씨는 해당 작품을 통해 1994년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작품을 더욱 발전시킨 기기를 제작·공급하는 사업체(대호농기계)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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