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거른 날이나 입맛이 없는 날, 냉장고에서 과일주스 한 병을 꺼내 마시는 사람이 많습니다. 탄산음료는 몸에 좋지 않지만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는 비타민이 풍부하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포장지에 ‘100% 과즙’, ‘설탕 무첨가’라는 문구가 붙어 있으면 안심은 더 커집니다. 커피 대신 주스를 선택했다며 스스로 건강한 결정을 내렸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시럽을 넣지 않은 아메리카노보다 과일주스가 더 빠르게 혈당을 올릴 수 있습니다. 뜻밖의 음료는 바로 과일주스입니다. 과일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과육을 씹어 먹지 않고 여러 개의 과일에 든 당을 짧은 시간 안에 마셔 버리는 방식입니다.

통과일에는 수분과 당뿐 아니라 과육의 식이섬유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천천히 씹는 동안 먹는 속도가 조절되고, 섬유질은 소화와 흡수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즙을 짜거나 곱게 갈아 마시면 섬유질의 상당 부분이 줄어들거나 조직이 잘게 부서집니다. 한 컵을 만들기 위해 과일 여러 개가 들어가도 음료는 몇 분 안에 쉽게 넘어갑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과일주스가 통과일보다 혈당을 더 빠르게 올리며, 100% 과일주스라도 한꺼번에 많은 당을 섭취하기 쉽고 섬유질은 놓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미국당뇨병학회 자료에서도 과일주스는 약 3분의 1컵에서 반 컵만으로 탄수화물 15g에 이를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달콤한 주스가 입을 지나 위장관으로 내려가면 액체 상태의 당은 빠르게 작은창자에 도착합니다. 포도당과 과당은 장의 표면을 통과해 혈액으로 들어가고, 혈당이 오르면 췌장은 인슐린을 내보냅니다. 인슐린은 포도당을 간과 근육, 여러 세포로 이동시켜 에너지로 사용하거나 저장하도록 돕습니다. 문제는 한 번에 들어오는 양과 속도입니다. 단백질과 지방, 섬유질이 거의 없는 주스를 빈속에 마시면 흡수를 늦춰 줄 요소가 부족합니다. 실제로 과일주스는 저혈당이 생겼을 때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식품으로 사용될 정도입니다. 건강한 사람에게 주스 한 잔이 곧바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당뇨병 전 단계이거나 식후 혈당이 높은 사람에게는 예상보다 큰 변동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은 ‘설탕 무첨가’라는 표현입니다.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았다는 뜻일 뿐, 과일에 원래 들어 있던 당까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과와 포도, 오렌지를 여러 개 짜서 만든 주스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당이 농축돼 있습니다. 여기에 과일농축액이나 시럽이 더해진 혼합 음료라면 당류는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채소가 조금 섞인 녹색 주스도 사과나 파인애플을 많이 넣어 맛을 냈다면 달콤한 과일 음료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침마다 큰 컵으로 마시면서 빵과 시리얼까지 함께 먹으면 액체와 고체 탄수화물이 한 끼에 겹칩니다. 주스는 배를 오래 든든하게 만들지 못해 점심 전 간식까지 찾게 할 수 있으므로, 혈당뿐 아니라 체중 관리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당뇨병학회도 주스를 포함한 당이 많은 음료를 줄이고 통과일을 선택하도록 권합니다.

과일을 먹고 싶다면 가능한 한 즙보다 원래 형태에 가깝게 드십시오. 사과는 껍질째 천천히 씹고, 오렌지는 즙만 짜지 말고 과육을 먹는 편이 좋습니다. 이미 주스를 마신다면 큰 유리잔을 가득 채우지 말고 작은 잔에 조금만 덜어 식사와 함께 드십시오. 단독으로 빈속에 마시는 것보다 달걀이나 무가당 요구르트, 견과류처럼 단백질과 지방이 있는 음식과 곁들이면 흡수 속도를 완만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과일 그림보다 총 탄수화물과 당류, 1회 제공량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착즙’, ‘생과일’, ‘비타민’이라는 문구가 혈당 부담까지 없애 주는 것은 아닙니다. 혈당약이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사람은 저혈당 치료 목적으로 마시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적인 주스 섭취량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과일주스는 독이 아니며, 소량을 가끔 즐긴다고 혈당이 무너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건강음료라는 믿음으로 매일 큰 병을 비우는 습관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과일은 씹어 먹을 때 포만감과 섬유질이라는 장점을 더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내일부터 아침 주스를 통사과 한 개와 물 한 잔으로 바꾸고, 달콤한 커피 대신 무가당 커피나 차를 선택해 보십시오. 커피에 설탕과 시럽을 듬뿍 넣는다면 물론 주스보다 낫다고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료의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 든 당과 마시는 양입니다. 오늘 컵에 따르는 액체 한 잔을 바꾸는 선택이 쌓이면 10년 뒤에는 혈당이 덜 출렁이고, 허리둘레가 가벼우며, 가족과 오래 걷는 노후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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