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못가도 장원영 소파는 산다”…가구 시장은 지금 [르포]
강북 가구거리 썰렁한데 강남 편집숍은 북적
백화점 3사·29CM 모두 하이엔드 가구 성장세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까시나’ 제품은 지금 못 봐요. 예약하고 와야만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8일 찾은 서울 강남구 롯데백화점 강남점 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더콘란샵. 평일 낮 시간임에도 가구를 보러 온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매장 곳곳에서는 소파와 조명, 테이블 등을 직접 살펴보며 직원과 상담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장 안쪽에는 VVIP룸도 있다. 하이엔드 가구의 높은 수요에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기본 수천만원대 제품들로 꾸며진 공간에는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까시나’의 소파와 테이블, 조명 등이 배치돼 있었다.
더콘란샵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작은 의자 하나에도 100만원을 훌쩍 넘기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 강모 씨는 “기분 전환 겸 집에 예쁜 가구를 두는 걸 좋아해 자주 들른다”며 “의자, 조명 등 집 안 분위기 바꿀 수 있는 제품들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강남구 하이엔드 가구 편집숍 ‘웰즈/디어스탠스’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매장 전면에 배치한 7800만원짜리 고가 소파가 소비자들의 문의를 가장 많이 받는다. 북극곰 모양의 쿠션이 올려진 이 소파는 블랙핑크 제니가 사용해 유명해진 에드라의 ‘팩’ 소파다.
매장 관계자는 “요즘은 정원영 쇼파, 제니 침대 등 셀럽들이 사용하는 제품 사진을 들고 와서 같은 모델을 찾는 고객이 많다. 희소성 있는 제품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 웃돈이 붙어 투자 목적으로도 찾는다”며 “북유럽, 이탈리아, 독일 등지의 하이엔드 가구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반 가구를 판매하는 서울 서대문구·마포구 ‘아현동 가구거리’ 일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아현동 가구단지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지만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임대’ 문구가 붙은 빈 점포도 곳곳에 있었다. 일부 점주는 매장 밖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거래 감소로 이사 수요가 줄면서 일반 가구 시장이 침체된 탓이다.

업계에서는 집을 옮기는 대신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는 트렌드가 뜨면서 초고가 하이엔드 가구 수요가 커졌다고 본다. 소비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4050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2030까지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 가구를 투자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디자인과 브랜드, 희소성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면서다.
숫자로도 확인된다.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1~3월) 하이엔드 가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했다. 강남점 9층 리빙 전문관에는 아이유, 제니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 최고급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가 입점했다. 최근 신세계백화점 VIP 전용 큐레이션 플랫폼 ‘더 쇼케이스’에서 수억원대 해스텐스 최상위 라인업 ‘그랜드 비비더스’, ‘비비더스’, ‘드리머’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더콘란샵의 5월(1~27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까시나’, ‘놀’ 등 초고가 하이엔드 브랜드 수요가 늘면서다.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는 ‘허먼 밀러’, ‘비트라’ 등 디자이너 가구 브랜드가 인기다. 롯데백화점은 강남점·잠실점·본점·동탄점·인천점에서 더콘란샵을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의 매출도 29.6% 성장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과 목동점을 리뉴얼하며 하이엔드 가구를 강화했다. 무역센터점은 3000만원 이상의 가구를 판매하는 최상위 브랜드 ‘덕시아나’, ‘바이스프링’을 입점시켰다. 목동점은 체험 공간을 강화했다. ‘슬립 피팅룸’ 등 공간을 구성해 제품을 구매 전에 체험해볼 수 있게 했다.
김동호 롯데백화점 콘란팀 치프바이어는 “최근 가구를 단순 생활용품이 아닌 공간의 감도와 취향을 완성하는 요소로 접근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가구의 특성상 소재감ㆍ착석감 등을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경험 수요가 높아,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을 살린 쇼룸형 팝업 콘텐츠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구홈 성수에서 사람들이 소품을 구경 중이다. [29CM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9/ned/20260529122122897orqm.png)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수요가 두드러진다. 29CM의 올해 3월 1일부터 5월 26일까지 가구·인테리어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핀란드 가구 브랜드 ‘아르텍’의 올해 1월부터 5월 27일까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도 같은 기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90%가량 늘었다.
소형 홈데코 상품 인기도 높다. ‘이구홈 성수’ 1호점 기준 올해 4월 홈데코 카테고리 거래액은 지난해 7월 대비 26% 성장했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에 붙이는 마그넷부터 디자인 타월, 실내화 등 집 안 분위기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제품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인테리어 소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부피가 크고 교체 주기가 긴 가구는 한 번 구매할 때 가격대가 있더라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노탱 자석 [29CM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9/ned/20260529122123295cgew.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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