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코리아] IT인재 유치에 진심인 日 …'배우자 취업·공항의전' 특혜까지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3. 5.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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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민 경쟁하는 일본
1년만에 영주권 신청·가족동반
현재도 고급인력 혜택 크지만
전문인력 비자 또 업그레이드
외국인 도우미 2명까지 허용
이민청 설립 2018년 기점으로
"韓에 정책 배우다 이젠 반대"

◆ G5 경제강국 ◆

일본 도쿄 아다치구 소재 요양시설 '센주오우카엔'에서 돌봄인력으로 근무 중인 응우옌티투투옌 씨가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2014년 일본으로 건너온 중국 여성 슈신(35)은 정보기술(IT) 엔지니어다. 2015년 4월 일본 정부가 도입한 '고도전문직' 비자에 도전해 한 번 만에 커트라인을 넘었다. 슈신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중국에서 부모를 모시고 온 것이다. 다른 체류 비자와 달리 고도전문직 비자는 부모와 함께 체류가 가능하다. 슈신은 "일이 바빠 중국에 가기 어려워 부모님을 뵐 기회가 없었는데, 고도전문직 비자 덕분에 지금은 일본에서 함께 살고 있다"며 웃었다.

고도전문직 비자는 학술연구, 전문기술, 경영·관리 등에 종사하는 이민자에게 주어진다. 점수제로 평가되며 120점 만점에 70점을 넘어야 통과된다. 80점을 넘으면 1년만 거주해도 영주권 신청자격을 주는 인센티브를 받는다. 한국의 경우 올해부터 도입된 첨단산업 전문인력(E-7-S) 비자를 통해 영주권 패스트트랙을 밟더라도 최소 3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이민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혜택이다. 부모 체류 보장은 물론이고 배우자의 취업활동도 허용하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는 특혜도 있다.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불법이었다. 현재 한국 내 어떤 비자도 이민자에게 보장해주지 않는 특혜다. 올해 4월에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특별고도인재' 비자까지 도입했다. 일본 체류 이민자 중 연소득 2000만~4000만엔 이상, 전문직 근무 경력 5~10년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기존 점수제조차 적용받지 않는다. 기존 '고도전문직' 비자의 혜택을 모두 받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1명이 추가돼 2명까지 고용할 수 있고, 배우자가 취업할 수 있는 범위도 훨씬 넓어진다. 국제공항에서는 외교관 대우에 준하는 입·출국 수속 '패스트트랙'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미얀마 출신 30대 여성 IT엔지니어 A씨는 고도전문직 비자를 노려 재입국한 사례다. A씨는 "짧은 기간에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는 게 고도전문직 비자의 장점"이라며 "특별고도인재 비자까지 도입돼 앞으로 일본에 일하러 오는 외국인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일본 정부는 기술숙련직 이민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특정기능 1·2호 비자를 도입했다. 한국의 비전문인력(E-9)·특정활동(E-7) 비자와 유사하다. 비전문인력과 중숙련 근로자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 숙련도와 전문성별 비자 제도를 완비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도입을 두고 '뜨거운 감자'인 외국인 가사도우미도 일본은 2017년부터 도쿄와 지바·가나가와·아이치현 등 6개 특별구역에서 시범사업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국도 올해 하반기 도입을 추진 중인데 일본식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간 사적 고용은 허용하지 않으며, 외국인을 특정 기관이나 기업이 고용한 뒤 수요자가 기업과 파견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집에서 같이 거주하는 '정주' 형태는 허용되지 않고 출퇴근 형태로 일하며 숙소는 고용 주체인 기업이 제공한다. 내국인과 같은 노동관계법이 적용돼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가 적용된다. 다만 일본 내 수요는 그리 많지 않아 작년 6월 기준 활동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1067명이다. 2017년 도입 후 매년 비슷한 규모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961엔(약 9500원)으로 한국과 비슷한데 만만치 않은 비용 부담에 주로 일본 내 고소득 외국인이 이용한다.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가사도우미의 사적 고용도 가능하다.

한국이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때만 해도 일본보다 제도적으로는 이민정책에서 앞섰지만 이후 일본의 적극적인 변신으로 역전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컨트롤타워도 일본은 2018년 말 법무성, 경제산업성, 후생노동성, 총무성, 국토교통성 등 7개 부처에 산재해 있던 이민 관련 업무를 한데 모아 '출입국재류관리청(입관청)'을 설립했다. 이제야 이민청 설립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선 한국보다 앞섰다. 일본이 컨트롤타워 출범 후 쏟아낸 이민 활성화 정책만 218개에 달한다.

특히 한국은 비자 체계가 지나치게 분절화돼 있고 비자 간 전환이 까다로운 경직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체류기간 연장 등의 혜택이 부여되는 E-7-4 비자의 경우 지난해 허용 인원이 2000명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시험을 통과한 인원은 1781명에 불과했다. 일본은 한국처럼 업종 간 이동은 허용하지 않지만 사업장 이동은 제한하지 않아 외국인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이미지로 한국과 일본을 저울질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비교우위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한일 양국의 이민자 수 상위 10개국 중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6개국이 동일했다. 지리적·문화적으로도 이민자 유치에서 한일 간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본이 한국에 이민정책을 배우러 오기도 했는데, 이제는 반대가 됐다"며 "전문인력 제도 등 최근 일본의 정책은 한국보다 앞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도쿄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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