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순수 한 가구만을 위한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높은 땅값과 수지 타산 등을 따져볼 때 쉬운 접근법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건축주는 아들을 포함해 오롯이 한 가족만을 위한 단독주택을 원했다. 법적인 주차 대수보다 여유가 있는 주차 공간과 손님을 맞기 위한 게스트 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자녀의 방은 접근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살려줄 것을 요구했고, 넓지는 않더라도 분리된 형태의 서재 공간도 원했다.
한 가족을 위한 공간이지만 구성원 각각의 영역에서 서로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어느 공간에서는 다함께 향유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단독주택을 만들고 싶어 했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자료 건축사사무소 오파드건축연구소 | 사진 오문석
주택 부지는 단 한 번도 개발된 적이 없는 지목이 ‘답’인 나대지였다. 오랜 기간 재활용센터로만 임대를 했던 건축주는 그곳에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 우려도 있었다. 대지 면적이 좁지는 않았지만 좁고 긴 삼각형 형태라서 제대로 집을 지을 수 있을지 불안했던 것이다.
이에 건축주는 협소 부지 건축설계 경험이 많은 설계사를 찾아 나섰고, 우리 회사와 인연이 닿았다. 우리는 건축주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긴 삼각형 대지가 활용도는 다소 낮아질지언정 단독주택 부지로서 전혀 손색이 없음을 설명했다.
HOUSE NOTE
DATA
위치 서울 광진구
용도 제1종일반주거지역, 자연경관지구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174.81㎡(52.98평)
건축면적 65.71㎡(19.9평)
연면적 141.95㎡(43.0평)
1층 44.31㎡(13.4평)
2층 55.29㎡(16.8평)
3층 42.35㎡(12.8평)
건폐율 37.59%
용적률 81.20%
설계기간 2021년 10월 ~ 2023년 3월
시공기간 2023년 5월 ~ 11월
설계 건축사사무소 오파드건축연구소
https://blog.naver.com/opad_oms/
070-8600-0463
시공리코ENC 건축디자인
010-2938-1339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THK0.5 칼라강판
외벽 - THK20 콘크리트벽돌타일
데크 - 친환경 액상 하드너/폴리싱
내부마감 천장 - 실크벽지
내벽 - 실크벽지
바닥 - 강마루
계단실 디딤판 - THK20 애쉬집성목
본덱스오일스테인
난간 - 스틸난간
단열재 지붕 - PF폼
외벽 - PF폼
창호 알루미늄시스템창호
현관문 단열스틸도어
주요 조명 LED조명
주방기구 PB가구
위생기구 절수형 위생도기 및 수전
난방기구 냉방기
대지에 순응하는 설계방식 이용
대지는 길이 방향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지만 긴 삼각형 형태로서 길이 방향과 나란히 도로와 접해 있었다. 이에 따라 도로에 접하는 1층부 전체를 필로티 공간으로 조성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대지는 아차산으로 올라가는 경로에 위치해 산행을 위한 보행자가 적잖이 오고가는 곳이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서는 담장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꽉 막힌 담장은 채광의 단절을 가져올 것이고, 영롱쌓기만으로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에 취약했다. 담장의 막히고 뚫린 공간을 통해 프라이버시 보호, 채광, 환기 등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1층부 계획이 필요했다.
먼저, 자연스러운 경사지 이용 방법으로 스킵 플로어skip-floor 방식의 레벨 계획이 이루어졌다. 대지에 순응하는 계획은 활용하기에 편리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기도 하다. 중심부의 계단을 경계로 반 개 층씩 올라가면서 맞는 방들과 주방, 거실 등은 각각의 독립적인 레벨 및 영역을 갖도록 했다. 주된 동선인 계단은 오르내리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수를 늘려서 단 높이가 높지 않게 했다.
담장은 행인의 눈높이에 맞춰 막힌 담장과 영롱쌓기 담장의 켜를 나누었다. 프라이버시도 보호하면서 채광의 불리함도 만회하기 위함이었다. 현관 또한 도로와 맞닥뜨리는 곳에 위치하는데 행인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빗각 루버를 설치했다. 빗각 루버는 시선은 차단하되 공기를 흐르게 하고 채광 기능도 갖는다.
숲 조망과 채광 위해 크게 낸 창
주택이 들어설 곳의 건너편에는 1~2층의 단독주택들이 자리하고 그 뒤로는 아차산 자락의 숲이 이어졌다. 이에 번잡하지 않은 도로를 완충 공간으로 흡수함과 동시에 2층부터 펼쳐지게 될 숲의 조망을 위해 전면도로 측의 창들은 가급적 크게 계획했다.
남동 측 창호도 당연히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다행히 인접한 건물과의 창호 간섭이 거의 없어서 코너창 등을 통해 빛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였다.
주택은 남동 측 방향으로 서서히 넓어지는 긴 삼각형의 대지 모양을 활용해 남동 측으로 점점 넓어지는 매스의 크기를 갖도록 했다. 하지만 혹 인접 대지와 너무 가까워져서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일정 거리는 유지했다. 쾌적한 건폐율과 이격, 그리고 맞은편 아차산 자락의 숲 조망이 가능하도록 주택 배치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세 가지 톤 외장재 사용으로 입면의 지루함 덜어
외장에 사용될 재료는 주변의 주택들과 크게 이질감이 없는 콘크리트 벽돌타일로 지정했다. 단, 도로에 넓게 펼쳐지게 될 입면의 지루함도 덜고, 매스에 따른 변화감을 꾀하기 위해 세 가지 톤의 콘크리트 벽돌타일을 사용했다. 매스의 볼륨에 맞게 색상별로 배치함으로써 긴 형태의 파사드가 지루하지 않게끔 한 것이다.
무겁게 내려앉아 보이지 않고 경쾌한 형태의 매스감을 위해서 필로티 지지 옹벽은 경사로 계획했다. 그러한 리듬감은 부분적인 창호에서도 이어지도록 했다.
반 층씩 둔 단차로 실별 독립성 확보
평면은 스킵 플로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계단이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고, 그 계단을 경계로 좌우에 각각의 실들이 배치되는 형식이다. 계단을 통한 이동뿐만 아니라, 반 개 층씩의 높낮이 차도 생기게 되므로 각 실들 간의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
1층은 필로티 주차장과 자녀 방이 자리하는데, 자녀 방의 경우 도로로부터의 소음이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담장을 도입했다. 담장은 채광과 환기 기능도 할 수 있도록 상하부를 영롱쌓기로 계획했다. 낮은 2층에 안방을 배치했고, 반 개 층씩 위로 만나는 실들은 주방과 거실, 그리고 게스트 룸 순서대로 구성된다. 1층의 자녀 방에서는 마당으로 나가는 동선이 계획되어 있고, 주방과 게스트 룸에는 외부 테라스를 두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위의 옥상은 가장 높은 외부 공간으로서 먼 곳의 조망뿐 아니라 건너편 아차산자락의 숲 조망도 가능케 한다.
공용부는 베이지 톤의 벽체 도장과 어두운 톤의 강마루를 매칭해 차분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 각 실들은 컬러감을 갖는 벽지를 통해 각 실 사용자들의 개성을 드러내도록 하였다.
평면에서 보듯 이곳 주택은 경사지에 지어졌다. 스킵 플로어의 구조체는 구조체를 타설해 나가는 과정 동안에도 반 개 층씩 레벨 차를 갖게 된다. 그럴 경우 구조체로부터 비롯되는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구조체의 construction joint를 적절한 위치에 형성해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지목이 답인 대지여서 개발행위 허가를 병행해야 했는데, 도시계획 심의를 거치는 등의 여러 과정으로 인해 상당한 설계 기간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도 시공사를 잘 선택할 수 있게 되어 공사를 하는 동안 난항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수행한 전신주 이전은 건축주의 부담으로 힘겹게 위치를 지정해 옮길 수 있었다.
이렇게 길고도 지난한 시간 동안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묵묵히 자리해준 건축주가 있었기에 그 모든 과정의 어려움은 조금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세 분의 건축주 가족을 위한 이름으로 지어진 ‘tri-an(트라이언)’에서 그들의 행복이 점점 더 커져가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