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도 지나간 길… 무료라는 게 믿기지 않는 사찰

7월 추천 여행지
출처 :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이미지 (분황사)

물속에 전설이 잠들고, 돌에 고승의 흔적이 새겨진 사찰이라면 단순한 관광지로 보기 어렵다. 신라시대 왕실의 후원으로 세워진 절터에 지금도 살아 있는 전설과 유물이 공존한다.

이곳은 고대의 흔적을 직접 마주하며 짧은 여름 여행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꿔줄 수 있는 공간이다.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고, 도심과 가까워 접근도 편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지만 실제로 그 가치를 알고 찾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절터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다. 신라시대 석탑과 조각상, 전설 깃든 석정, 고려와 조선 시대의 흔적까지 한 곳에 모여 있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이다.

무료 개방은 물론 주차 시설도 갖춰져 있어 문화재 관람에 대한 부담이 없다.

출처 :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이미지 (분황사)

특히 통일신라 이전 양식과 후대 복원이 혼재된 구성을 통해 시대별 유산의 층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7월, 무더위 속에서도 조용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경주 분황사로 떠나보자.

분황사

“약사여래입상·석불 14구 출토된 우물·고려 비석 등 시대별 문화유산 밀집”

출처 :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이미지 (분황사)

경상북도 경주시 분황로 94-11에 위치한 ‘분황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로, 신라 선덕여왕 3년(634)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사찰 내부에는 국보로 지정된 분황사 모전석탑이 있으며, 이 탑은 바닷속 안산암을 가공한 석재로 쌓은 국내 보기 드문 전탑 양식의 유물이다.

원래는 5층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3층만 남아 있으며 일부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전해진다. 탑의 1층 탑신에는 동서남북 네 방향에 감실이 마련돼 있고, 각 면에는 금강역사상이 조각돼 있어 삼국시대 조각 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탑을 보수하던 1915년에는 내부에서 고려시대 화폐, 금은으로 만든 바늘, 구슬 등이 발견돼 후대에도 보수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사찰은 평지 위에 중문, 탑, 금당을 배치한 구조를 가졌으며, 정확한 가람 배치는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아 확인되지 않았지만 회랑식 배치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분황사는 원효대사가 머물며 화엄경소를 집필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으며 그의 아들 설총이 원효의 소상을 제작해 모셨던 곳이기도 하다.

출처 :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이미지 (분황사)

이 절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또 다른 인물로는 선덕여왕의 권유를 받아 머문 자장법사가 있다. 지금의 약사전은 조선시대에 중건된 전각으로,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약사여래입상이 봉안돼 있다.

분황사 경내에 있는 팔각 석정 형태의 우물인 ‘삼룡변어정’도 주목할만하다. 바위를 파고 그 위에 다시 돌을 쌓아 만든 이 우물은 내부가 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호국룡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통일신라를 수호하던 세 마리의 용 중 한 마리가 이 우물에 살았고, 나머지는 인근 동천사와 금학산 아래 우물에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원성왕 시기 당나라 사신이 이 용들을 물고기로 변신시켜 납치했으나, 왕의 명령으로 되찾아 다시 제자리에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1965년 이 우물에서는 목이 부러진 14구의 석불이 출토됐으며 현재는 경주국립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당시 초석의 규모와 남아 있는 유물을 통해 사찰의 전체 규모가 매우 컸음을 추정할 수 있다.

우물 옆에는 고려 명종 시기 건립된 화쟁국사비의 받침돌이 남아 있으며 이는 원효를 기리기 위한 비석의 일부다. ‘화쟁국사’는 조화와 통합을 강조한 원효의 사상을 반영하는 시호로, 국왕이 직접 내린 것이다.

출처 :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이미지 (분황사)

현재 비신은 사라지고 받침돌만 남아 있으며 훗날 김정희가 이를 발견해 그 내용을 새겨 넣었다. 경내에는 이 외에도 석등, 대석, 허물어진 탑재 부재 등이 정리돼 있다.

이곳은 단순히 신라의 유적지가 아니라, 삼국·통일신라·고려·조선 각 시대의 흔적이 공존하는 복합 유산 현장이다.

분황사는 하절기(4월~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월~3월)에는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주차도 가능하다. 경주 도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도보나 대중교통으로도 접근이 쉽다.

여름철 가족 단위 여행이나 역사 학습 장소로도 적합하며 단정히 정비된 경내를 통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처럼 분황사는 복잡한 절차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으면서도 신라시대의 깊은 역사와 원효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다.

당대 최대 사찰 중 하나였던 이곳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신라 불교문화의 뿌리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