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떠받친 서울 아파트값, 대출 가뭄 견뎌낼 수 있을까

이광수 부동산 애널리스트(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2024. 10. 6.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월 가계대출 줄어들면서 아파트 거래량도 감소…“유효수요 한계 다다라…지속 가능성 의문”

(시사저널=이광수 부동산 애널리스트(전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2024년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했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102건으로 7월 8881건 대비 2779건 줄어들었다. 3월 이후 빠르게 증가하던 거래량이 6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1738건으로 한 달 남은 신고기간을 감안하더라도 거래량 감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량 감소는 어떤 의미일까? 거래량이 줄어드는 원인은 분명하다.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수요가 감소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8월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및 주택가 ⓒ시사저널 최준필

'빚내서 집 사는 시대'의 불확실성

수요 감소 원인은 가계 대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말 가계 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말보다 5조6000억원 늘어났다. 7월 7조2000억원, 8월 9조6000억원 대비 크게 감소한 모습이다. 가계 대출과 함께 주택담보대출도 감소하고 있다. 9월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74조50764억원으로 8월말보다 5조9148억원 증가했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7조5974억원, 8조9115억원 증가한 것에 비해 줄어들었다.

가계 대출 증가로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주택가격이 상승했다면, 이제 가계 대출 감소로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빚으로 계속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은 불확실성이 커진다. 빚이 계속 증가하면서 수요가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하면 2024년 상반기 서울 부동산 거래 중 61.93%가 대출로 매수자금을 마련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거래가액이 6억원을 초과하거나 투기과열지구(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에 속한 주택을 매수할 때 제출한다. 서울 아파트를 매수할 때 대다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출 현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5억원 이상 대출을 받은 거래는 37.86%, 7억원 이상은 15.62%, 10억원 이상은 6.12%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고가 주택과 아파트 비율이 높은 지역의 대출 비중이 높았다.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 대출 절대 금액이 크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5억원 이하 대출도 증가하면서 발생한 도미노 현상과 높은 레버리지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출은 누군가의 자금으로 활용되고 또 대출이 더해지면서 아파트 매수를 증가시킨 요인이 되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대출의 양과 함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절대량 증가다. 빚으로 이루어진 수요와 아파트 가격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대출 건수와 금액이 계속 증가해야 한다.

"욕망은 시장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계 대출 건수와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까? 계속 빚이 증가한다면 아파트 거래량도 증가하고 매매가격도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그 근거를 감소하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은 다른 자산과 달리 유효수요가 중요하다. 즉 사고 싶은 수요가 아니라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요가 중요하다. 사고 싶다고 해서 수요가 증가하고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증가해야 집값이 상승한다. 최근 대출이 증가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러나 더 증가하려면 대출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은 결국 수요가 결정한다. 시차가 존재하지만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은 하락하고,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상승한다. 그렇다면 향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될까?

"여러분, 강남에 살고 싶으시죠? 이렇게 수요가 많은데 강남 아파트 가격이 어떻게 떨어집니까? 모두 살고 싶어 하잖아요." 사고 싶다고 다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의 욕망은 짧은 시간 동안 시장을 움직일 수 있어도,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 요인은 아니다. 오히려 욕망은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확대시킨다. 서울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빚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제 시장은 지속 가능성을 물을 것이다. 욕망은 시장이 아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