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분석] 6년 만에 한국인 수장 맞는 동양생명, 내홍딛고 일어설까
동양생명이 6년 만에 한국인 수장이 지휘하는 회사로 바뀐다.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2월 말 퇴진하며 그 자리에 이문구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발탁됐기 때문이다. 이 신임대표는 지난 1992년 동양생명에 입사해 사업단장, 제휴전략팀장, CPC부문장, 영업부문장 등을 거치고 CMO에 올라 누구보다 동양생명을 잘 아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의 이런 수장 교체 사유에 대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동양생명이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시세보다 최대 7배가량 높게 인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저우궈단 대표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섰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직전 낙찰가로 알려진 3.7억원의 경우 3년이 아닌 1년(2021년)에 대한 낙찰가"라며 "실제로는 3년 총액 기준 7배가 아니라 2.36배 정도"라고 했다.
금감원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집행된 저우궈단 대표의 사택지원비·사업비 등의 예산 증액 문제를 지적한 것 역시 퇴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동양생명은 저우궈단 대표의 취임 이후 대내외적으로 잡음이 많았다. 특히 잦은 조직개편과 인사, 그리고 한국 기업문화, 업권 특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그러던 차에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문제, 예산 증액 문제 등이 연이어 발생하며 퇴진 압박이 더욱 거세졌고 건강상의 문제까지 발생하며 결국 임기를 1년 여 남기고 퇴진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동양생명에서만 30년 넘게 일해온 이문구 신임대표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내홍을 겪은 회사의 이미지와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하냐에 따라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매각까지 순조롭게 이어진다고 보고 있어서다.
조직 내홍을 차치하면 저우궈단 대표의 지난해 실적은 괜찮은 편이었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중심의 영업전략으로 2023년 상반기까지 당기순이익 2002억원을 달성,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117%)하며 성과를 달성했다. 이어 3분기까지 2175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 추세를 이어갔다. 신계약 CSM의 경우 2023년 3분기에 5609억원으로 전년도 동기(4445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지급여력비율도 지난해부터 새로 적용한 K-ICS 기준으로 183.7%를 기록, RBC 기준으로 적용한 2022년 12월의 173.2%와 비교했을 때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이어갔다.
금리 상승에 따라 채권 평가손의 영향으로 투자손익이 912억원으로 전분기 1368억원에 비해 감소했지만 보험손익이 1834억원으로 견조한 증가세를 달성하며 세전순이익의 우상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노력으로 25회차 보장성보험 유지율을 최근 3년 사이에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며 CSM 확보에 유리한 동력을 확보한 것도 긍정적이다.
납입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보험사의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연납화보험료(APE)도 특정 판매채널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증가했다. 특히 GA(보험대리점) 채널은 언더라이팅 완화, 보장금액 확대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2023년 3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08.2% 상승한 3281억원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재무안정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리포트를 통해 동양생명이 IFRS17 도입으로 지급여력기준금액이 크게 증가했으나 장기 고금리보험상품 비중이 낮아 신제도 도입에 따른 부채 추가 적립 부담이 낮다고 평가했다.
2022년 말 저축성보험 관련 운영리스크 증가로 지급여력기준금액이 증가했으나, 대량해지 감소 영향, 재보험을 통한 위험계수 관리 등으로 양호한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