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윤 퇴진 ‘촛불행동’ 6300명 정보 확보…집회 족쇄 채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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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의 회원 명단을 경찰이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2년 전 고발된 사건을 올해 들어 일선 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으로 넘기고 최근엔 이 단체의 전직 회계 담당자까지 소환 조사하면서 ‘윤 대통령 퇴진 주장에 재갈을 물리려는 압박 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6일 촛불행동의 회원관리프로그램 업체를 압수수색해 6300여명의 회원 명단(성명, 연락처, 후원 금액, 후원자별 후원 일자, 입금자 메모)과 촛불행동의 후원금 총액, 출금액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애초 경찰은 촛불행동 회원들의 출금계좌 정보도 압수 대상에 포함했으나 이는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지난 8일엔 촛불행동의 전 총무 ㄱ씨를 출석시켜 회원가입 절차와 현장 모금 방식, 납부자 명단 작성 여부 등을 물었다. 이 사건은 2022년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수사가 시작됐지만 촛불행동 쪽은 고발인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한 채 2년을 보냈다. 올해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경찰청은 후원 내역 전반으로 수사 대상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촛불행동의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1천만원 이상을 모금할 경우 관할 관청에 등록해야 하고, 1년 이내의 구체적인 모집 계획 등을 밝혀야 한다(기부금품법 4조)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최근 촛불행동이 ‘윤석열 탄핵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5억원 목표 모금과 촛불대행진 현장·계좌 후원금 등을 불특정 다수에게 받는 ‘기부금’으로 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촛불행동 쪽은 그동안의 모금 활동이 같은 법 2조에서 ‘기부금품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회단체 등이 구성원의 공동이익을 위한 일’에 해당하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한다. 앞서 대법원은 2016년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안티2MB)의 기부금품법 위반 사건에서도 ‘안티2엠비’를 사회단체로 판단하고 ‘비회원으로부터 모금한 금액이 1년에 1천만원 이상이어야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런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촛불행동 쪽은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의 송금, 인터넷 뱅킹 등 대부분의 모금액은 회원들이 내는 회비”라며 “집회 현장에서는 굿즈 같은 것을 판매해 집회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이므로 비회원으로부터 모금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사건을 묵히다 최근 들어 회원 명부까지 확보하고 나서면서 정부 비판 집회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라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촛불행동 쪽 법률대리인인 이제일 변호사는 “(명부 압수는) 회원들의 사생활의 비밀 등에 직접적인 제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시민 모금 활동과 대통령 퇴진 집회를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촛불행동 쪽은 지난 11일 “(2022년부터) 3년 가까이 수사를 성실히 받으며 모든 금융거래정보 등을 경찰에 제출했는데도 이와 중복되는 부분을 압수수색했다”며 압수수색 취소를 요청하는 준항고를 제기했다. 최용문 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도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사건을 강제수사하려면 의심이 아닌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예전처럼 촛불집회가 커질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법과 절차를 준수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촛불행동이 매주 서울 도심에서 여는 대통령 퇴진 집회는 최근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맞물리며 세를 불리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오후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1차 촛불대행진 10월 전국 집중 촛불’ 집회에는 1만2천여명(주최 쪽 추산)이 참석해 숭례문 방향 4차선 도로 170m가량을 메우고 ‘윤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쳤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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