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KS 2차전 완봉승→ 또 2차전 관록투… ‘5⅓이닝 2실점’ 양현종, 펀치 그렇게 맞아도 넘어지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올해 KBO리그 역대 탈삼진 기록을 경신했고, KBO리그 역사상 첫 10년 연속 170이닝 이상 소화라는 대기록을 세운 양현종(36·KIA)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훗날 KBO리그에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반드시 들어가야 할 선수다. 정규시즌 1군 통산 513경기에 나가 2503⅔이닝을 던지며 179승118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비교적 강한 선수였다. 개인 첫 포스트시즌이었던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14를 기록했다. 아직 확고부동한 리그 핵심 선수는 아니었던 2011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경기에서 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팀 부동의 에이스로 거듭난 뒤에는 계속해서 비교적 든든한 투구를 했다. 2016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팀이 1패로 뒤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11탈삼진 완봉승을 거두며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책임진 세이브 투수 또한 양현종이었다.
그런 양현종은 포스트시즌 통산 8경기에서 28이닝을 던지며 1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1.61을 기록했다. 물론 항상 좋은 투구를 한 건 아니었지만 강호들이 맞붙는 이 무대에서 이 정도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 자체가 양현종의 클래스와 심장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큰 무대에서 자기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근래 통 찾아오지 않았다. 2018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등판한 게 가을무대 마지막이었다. KIA가 통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KIA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양현종은 시즌 29경기에서 171⅓이닝을 던지며 11승5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하며 일조했다. KIA는 1차전 선발로 턱 골절 수술에서 기적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제임스 네일을 낙점하는 동시에, 일찌감치 양현종을 2차전 선발로 대기시켜놓고 있었다. 당초 22일 선발 등판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비로 순연된 가운데, 양현종은 차분하게 하루를 더 기다려 마운드에 올랐다. 2018년 10월 16일 넥센전 이후 첫 가을 무대 등판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2017년 한국시리즈 2차전을 떠올리면서 “양현종이 2017년처럼 던져주면 제일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그런 정도까지는 힘들 것 같고, 내가 생각했을 때 5~6이닝 정도만 잘 버텨주면 우리 타자들이 오늘 경기에서는 어느 정도의 본인들의 타격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5~6이닝 정도만 끊어준다고 하면 2차전은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비 때문에 시작부터 어지럽게 꼬인 한국시리즈였다. 21일 열린 1차전이 비로 서스펜디드 처리되며 22일로 밀렸다. 예정된 경기는 22일에도 광주 지역의 많은 비로 인한 그라운드 문제와 비 예보로 23일로 다시 밀렸다. 다행히 중단 시점 0-1로 뒤지고 있었던 KIA가 5-1로 역전승하면서 양현종의 어깨도 조금은 가벼워졌다. 이날 김태군과 호흡을 맞춰 힘찬 투구를 시작했다.
양현종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과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 5⅓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 2볼넷으로 많은 출루를 허용했으나 5개의 탈삼진을 포함해 위기 관리 능력을 과시하며 2실점(1자책점)으로 선방했다. 5~6이닝 정도를 잘 막아줬으면 좋겠다는 이범호 감독의 바람과 상당 부분 부합하는 투구를 하면서 승리투수 요건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부터 힘이 있었다. 양현종에 강한 삼성 타자들이 앞쪽으로 배치돼 공격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양현종의 공이 더 좋았다. 힘이 이겼다. 선두 김지찬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자칫 잘못하면 내야와 외야 사이에 떨어질 수 있었는데 우익수 나성범이 잘 따라 내려왔다. 이어 김헌곤의 타구는 중견수 최원준이 잡아냈다. 역시 아주 큰 타구는 아니었지만 내야와 외야 사이로 향하는 지점이었으나 낙구 지점을 잘 잡은 최원준이 전력으로 뛰어 내려와 마지막 순간 슬라이딩으로 건져 냈다.
이어 디아즈에게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았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으나 코스가 좋았다. 이번에는 외야수도, 내야수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 홈런을 허용한 기억이 있는 강민호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초구 파울에 이어 이번에도 강민호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그만큼 양현종의 공에 힘이 있었다는 증거였다. 양현종은 그렇게 1회 뜬공 네 개를 기록했고, 투구 수는 단 7개였다. 7개 모두가 패스트볼이었다. 변화구를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감을 증명했다.
2회도 비교적 무난하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선두 김영웅을 3구 삼진으로 처리했다. 모두 패스트볼이었다. 첫 10구를 모두 패스트볼만 던진 셈이다. 패스트볼 구위에 힘도 있었고, 변화구가 들어올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삼성 타자들의 대처가 계속헤서 늦었다. 이어 박병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또 하나의 고비를 넘겼다. 류지혁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기는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재현을 상대로 초구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진 것에 이어 1B-2S에서 체인지업을 떨어뜨려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정석적인 완급 조절이었다.
팀 타선이 1회 집중타로 5점, 2회 김도영의 솔로홈런으로 1점을 내줘 6-0의 넉넉한 리드가 만들어졌다. 양현종은 3회부터 패스트볼 구속도 완급을 조절하며 에너지를 아끼기 시작했다. 3회 선두 김현준에게 2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김지찬 김헌곤을 연속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김지찬은 패스트볼에 이어 슬라이더를 연속 두 개 떨어뜨리며 연속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김헌곤은 반대로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은 뒤 패스트볼로 3구 삼진 처리했다. 2사 후 디아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강민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맞이하기는 했지만 김영웅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위기를 탈출했다.
여전히 팀이 6-0으로 앞선 4회에는 실책으로 비자책 1실점을 했다. 선두 박병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양현종은 이후 류지혁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전병우를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고, 김현준을 1루수 땅볼로 유도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치는 듯했다. 하지만 이우성이 한 번에 포구를 하지 못했고,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는 양현종에게 공을 던졌으나 이번에는 양현종이 이 공을 완전 포구하지 못했다. 이우성의 포구 실책, 양현종의 포구 실책이 한 번에 올라간 가운데 공이 옆으로 새는 사이 1루 주자 류지혁이 어느덧 3루를 돌아 전력으로 홈까지 들어와 1실점했다.
양현종은 이후 김지찬에게 연속 3개의 볼을 던지더니 결국 좌전 안타를 맞아 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현준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하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3루수 김도영이 한 번에 공을 잡지는 못했지만 3루 베이스를 먼저 밟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양현종은 6-1로 앞선 5회 안정감을 되찾았다. 이날 안타 2개를 맞은 디아즈를 3루 땅볼로 잡고 한숨을 돌렸다. 수비 위치도 좋았다. 이어 강민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김영웅은 또 삼진 처리했다. 슬라이더와 패스트볼, 커브로 다양한 구종을 보여준 양현종은 5구째 슬라이더로 김영웅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3루 측 KIA 팬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 5회까지 안타 6개와 볼넷 하나를 허용했지만 비자책 1실점으로 처리하는 관록을 보여줬다. 5회까지 투구 수도 69개에 불과했다.
7-1로 앞선 6회에는 실점이 올라갔다. 아무래도 1회부터 전력으로 던진 가운데 힘이 빠질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선두 박병호를 3루 땅볼로 처리했으나 이날 유독 양현종을 상대로 펄펄 난 류지혁에게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다. 이어 전병우와 승부에서 볼넷을 내준 게 아쉬웠다. 여기서 김현준의 타구가 좌중간에 떨어졌다. 중견수 최원준이 마지막 순간 몸을 날렸지만 약간 못 미쳤다. 그 사이 2루 주자 류지혁에게 과감한 홈 대시 사인이 나왔고, 류지혁이 간발의 차이로 먼저 홈에 도착하며 실점이 올라갔다.
KIA는 86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 교체를 결정했다. 100구는 되지 않았지만 전력을 다해 던졌기 때문에 힘이 떨어졌을 것이라 판단했다. 양현종도 코칭스태프의 결정에 수긍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KIA는 김지찬 타석 때 좌타자 스페셜리스트인 이준영을 올렸다. 김지찬과 승부에서 투수 옆을 빠져 나가는 타구가 나왔지만 유격수 박찬호가 건져내 2루를 밟고 아읏카운트 하나를 올렸다. 이어 장현식이 김헌곤까지 처리하면서 양현종의 승계주자들은 홈을 밟지 못해 실점이나 자책점은 더 올라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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