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CM채널, 의도찮은 대면채널 '잠식효과'?
삼성생명이 자사 다이렉트 홈페이지를 통해 대면 채널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함을 안내하고 있다.(사진=삼성생명 다이렉트 홈페이지 내용 발췌)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면서 되레 자사 전속설계사들의 영업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다이렉트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오프라인 채널 동일 상품에 비해 최대 40%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온라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판매단계도 대폭 축약했다. 다이렉트 홈페이지에서 실명이나 소유한 휴대폰 번호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아도 생년월일과 성별을 입력하면 보험료가 산출된다.
영업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온라인채널(CM채널) 상품의 저렴함을 앞세우는 것은 좋지만 구체적인 가격비교를 통해 고객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만들 여지를 뒀다는 것이다.
사진=삼성생명 다이렉트 홈페이지
이는 이때까지 낸 보험료의 40% 가까이를 모집수수료와 점포 운영경비 명목으로 설계사가 받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있어서다. 이는 다이렉트 홈페이지 특장점(사진)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이를 보고 설계사에게 차액을 일정 비율로 나눠 환급을 요구하고 있어 곤란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한 삼성생명 전속 설계사는 "설계사의 경우 고객과 상담을 통해 개개인에 맞는 상품과 특약 등을 설계하는 일련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온라인 채널에 비해 보험료가 비싼 것은 고객도 인지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홈페이지 내 보험료와 대면 채널의 보험료 간 차액을 모두 설계사의 수수료가 될 수 없음에도 그렇게 받아들여 차액을 캐시백해달라고 요구하는 고객을 만나면 허무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간편하게 보험료를 제시한 것은 개인정보 입력에 거부감이 있지만 보험료를 알아보고 싶어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을 착안해서다. 또 코로나 이후 비대면에 익숙해진 고객의 상품 가입 채널을 다양화해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의도도 있다. 산정된 보험료를 보고 가입을 원하면 바로 다음 단계에서 고객 정보를 입력해 병력 등을 조회한 후 가입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 가입 시 개인정보 입력이 필요함을 알지만 정보 공유를 꺼려하는 소비자가 많아 대면채널에서도 생년월일과 성별로 보험료 산출이 가능하다"며 "온라인 상의 보험료 산출만 가지고 고객이 혼란스러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연령별, 성별 위험요율 데이터가 누적돼 있는 만큼, 개인정보를 정확히 입력하면 가입 가능 여부가 갈릴 수는 있어도 제시했던 보험료의 변동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생명이 이처럼 CM채널에서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채널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채널별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의 57.2%가 전속 FC(설계사)를 통해 창출됐다. AFC, 삼성금융서비스 등 전속 대리점과 일반 보험대리점(GA)를 통해 26.7%를 방카슈랑스에서 14.2%를 기록했다. CM채널을 포함한 기타 채널에서는 1.9%에 불과했다.
따라서 다이렉트 채널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채널 내 판매 비중을 높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대면 채널에서는 이 영향을 몸소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삼성생명 전속 설계사는 "회사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삼성생명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 채널 설계사의 고충도 잘 헤아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