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 마셔도 '지방간' 생기는 이유… "증상 없다고 안심하면 안돼"
술을 즐겨 마시지 않는데 간(肝)이 망가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 환자는 2017년 약 28만 명에서 2022년 약 40만 명으로 5년 새 40% 이상 급증했다. 과거 알코올이 주범으로 꼽히던 간 질환 양상이 최근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을 매개로 한 '대사성 지방간'으로 재편되는 추세다.
문제는 간이 심각하게 손상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내과 전문의 최자성 원장(제이씨김내과)은 "이를 방치하면 지방간염을 거쳐 간경변증이나 간암 같은 중증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 원장의 목소리로 대사성 지방간 위험성과 관리법을 들어본다.
지방간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요?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상태를 말합니다. 정상적인 간에도 소량의 지방은 존재하지만, 간 무게의 약 5% 이상이 지방으로 차 있으면 지방간으로 진단합니다. 문제는 이 지방이 단순히 끼어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염증을 유발하고 간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더 위험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나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오히려 요즘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더 흔합니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더라도 비만, 복부 비만, 인슐린 저항성, 고지혈증 등 대사 관련 위험 인자들이 있으면 지방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대사성 관련 지방간 질환'이라고도 부릅니다. 특히 단 음료, 잦은 외식,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은 술 못지않게 간에 지방을 쌓이게 만듭니다. 따라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됩니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도 지방간에 영향을 주나요?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줍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호르몬 및 대사 기능의 균형이 깨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지방이 간으로 더 잘 쌓이게 됩니다. 스트레스 역시 코르티솔 호르몬을 증가시켜 복부 비만과 지방간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밤샘 근무나 교대 근무를 하는 직군에서 지방간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체중은 정상인데도 야근이 잦고 수면 시간이 4~5시간밖에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서 지방간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증상이 없는데 검사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하며, 고위험군은 누구인가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복부 초음파와 혈액 검사로 간 수치를 확인할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비만, 당뇨, 고지혈증이 있거나 배가 나온 체형, 가족력이 있는 분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미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면 상태에 따라 6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방간은 단순한 지방 축적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방치할 경우 환자의 10~20%는 지방간염으로 진행하며, 이 중 일부는 간경변증, 드물게는 간암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습니다. 가장 무서운 점은 간은 상당히 망가질 때까지 아프다는 신호를 거의 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순 지방간이나 초기 지방간염 단계에서는 식이조절과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완전히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술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요?
가장 좋은 것은 금주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간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주 2~3일 이상은 완전히 금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지방간 관점에서는 쉴 틈 없이 알코올을 처리해야 하므로 조금씩 자주 마시는 습관이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매일 반 병씩 습관적으로 마시는 분들이 정작 본인은 적게 마신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지방간이 더 잘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에서 간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관리법은 무엇인가요?
핵심은 약보다 생활습관 개선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체중 감량: 체중의 5~10%만 감량해도 간 지방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운동: 주 3~5일,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이 큰 도움이 되며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더욱 좋습니다.
식습관 및 수면: 밀가루를 포함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늦은 야식과 과식을 피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더하면 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장기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지방간은 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성 관련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없다고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반대로 조기에 인지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지금 내 간은 괜찮은지 한 번쯤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획 = 임지윤 아나운서
김진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암 진단 후 꾸준한 신체활동, 사망 위험 최대 61% 낮게 나타나 - 하이닥
- 하루 커피 2잔의 긍정적 효과...“치매 위험 낮추고 인지 기능 지켜” - 하이닥
- 진통제 먹어도 안 잡히는 통증... 원인은 ‘염증’ - 하이닥
- 시험 기간 에너지 드링크, 불안장애 위험 1.3배… 스트레스도 높인다 - 하이닥
- “조금만 걸어도 무릎 시큰”… 퇴행성 관절염, 단계별 치료법 찾아야 - 하이닥
- 고개만 돌려도 천장이 ‘빙글’… 귓속 돌멩이 이탈이 부르는 ‘이석증’ - 하이닥
- 서서히 힘 빠지면 ‘파열’, 갑자기 아프면 ‘염증’... 내 어깨는 어느 쪽? - 하이닥
- 팔 들 때마다 아픈 어깨...어깨충돌증후군의 증상과 비수술 치료법 - 하이닥
- 심장·혈압에 좋은 '칼륨', 간편하게 식단에 추가하는 5가지 방법 - 하이닥
- 취침 전 3시간 금식, 혈압·심박수 낮춰 ‘심혈관 건강’ 개선 - 하이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