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가 내놓은 '폴스타 4'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 화제를 몰고 있다. 첫인상은 솔직히 당황스럽다. 전폭이 2,008mm에 달해 웬만한 주차공간에서는 문 여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 차의 진면목은 주행 성능에서 드러난다.

폴스타 4의 가장 큰 화제는 뒷유리창을 아예 없앤 디자인이다. 자동차 역사상 양산차에서 이런 시도는 극히 드물다. 운전석에서는 디지털 후방 거울만 보이는데, 기존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상당한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파격적 선택에는 나름의 계산이 있다. 뒷유리가 없어진 자리 덕분에 뒷좌석 헤드룸이 넉넉해졌고, 매끄러운 루프라인으로 공기저항을 줄였다.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과 그릴이 없는 전면부까지 더해져 어디서 봐도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뿜어낸다. 자율주행을 위한 카메라 11개, 레이더 1개, 초음파 센서 12개가 곳곳에 정교하게 배치된 모습도 미래적이다.

문제는 현실적인 사용성이다. 전폭 2,008mm는 국내 일반 주차면(2.3m)에서 상당히 부담스럽다. 양쪽으로 15cm씩밖에 여유가 없어 지하주차장에서는 항상 긴장해야 한다. 특히 기둥 근처나 좁은 주차면에서는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전장 4,840mm까지 더해지면 도심 골목길 운전도 만만치 않다. 국내 도로 환경을 고려하면 이 정도 크기는 분명 핸디캡이다. 차량 자체의 품질과 별개로 실용성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 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모든 불편함이 의미 없어진다. 272마력 싱글모터가 만들어내는 가속력이 압도적이다. 0-100km/h를 6.82초 만에 주파하는데, 이는 공식 기록보다도 빠른 수치다. 더 인상적인 건 후륜구동 특유의 주행 특성이다. 전기차 대부분이 전륜구동이나 4륜구동인 상황에서 순수 후륜구동은 희소성이 있다. 가속 시 뒷바퀴가 밀어주는 느낌이 강렬하면서도 안정적이다. 고속에서 차선 변경을 할 때의 안정감은 SUV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제동 성능도 탁월하다. 100km/h에서 36.55m 만에 정차하는 수치는 웬만한 스포츠카 수준이다. 패시브 서스펜션임에도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 고급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10.2인치 계기판과 15.4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실내는 확실히 미래지향적이다. 유튜브나 웹서핑까지 가능한 시스템은 스마트폰 세대에게는 매력적일 것이다. 하만카돈 16스피커 오디오의 음질도 프리미엄급이다. 태양계에서 영감을 받은 9가지 앰비언트 조명 프리셋은 실내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만든다. 흰색과 민트색 조합의 친환경 소재도 신선하다. 앞 좌석 마사지 기능과 4방향 파워 럼버 서포트는 장거리 운전 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2kWh 대용량 배터리로 1회 충전 시 최대 511km까지 달릴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겨울철 실제 테스트에서도 배터리 14% 잔량으로 330km를 주행해 실용성을 입증했다. DC 급속충전 시 최대 200kW를 지원해 충전 시간도 합리적이다. 트렁크 용량 526리터(뒷좌석 접으면 1556리터)와 15리터 프렁크까지 더해지면 수납공간도 충분하다.

폴스타 4 Long Range Single Motor는 전기모터 200kW(272마력) 출력의 기본모델이다. 전장 4,840mm, 전폭 2,008mm, 전고 1,534mm, 축거 2,999mm의 제원을 갖췄다. 기본가격은 6,690만 원이다. 정부 보조금까지 감안하면 실구매가는 훨씬 부담을 덜 수 있다. 비슷한 급의 수입 전기 SUV들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특히 272마력 후륜구동이라는 희소성을 고려하면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폴스타 4는 명확한 타깃을 가진 차다. 넓은 차폭으로 인한 주차와 도심 운전의 부담을 감수할 만큼 주행 성능에 목마른 운전자들을 겨냥했다. 272마력 후륜구동이 선사하는 짜릿한 주행감은 다른 전기 SUV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함이다. 뒷유리 없는 파격적 디자인까지 더해져 남들과 다른 차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강력한 어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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