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김 팀장은 신입 직원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사 3개월차인 것을 감안해도 지시한 업무를 실수 없이 제대로 해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일도 일인데 태도 문제도 심각하다. 한 번은 수준 미달인 결과물을 그냥 통과시킬 수가 없어 업무 재작업을 지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일 출근해서 하겠다"며 칼같이 퇴근을 하는 것이다. 일이 능숙하지 못하면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제대로 업무 수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 김 팀장으로선 황당한 노릇이었다.
가르치고 지적하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소용 없었다. 본인 업무도 많은 상황에서 '빨간펜' 선생님처럼 일일이 옆에서 봐줄 수도 없었다. 더 절망스러운 건 역량 미달의 무책임한 신입 직원이라고 행여 퇴사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중소 기업인지라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일이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처음에는 속이 터지고 답답했지만 이제는 관리자로서 자신의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며 스스로를 탓하고 있다. 이대로 참고 견뎌야만 하는 걸까? DBR 369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살펴보자.
💌 김 팀장에게 보내는 편지
직장을 다니다 보면 어디에나 ‘빌런’이 있게 마련입니다. 일에 서툰 것은 물론이거니와 개선의 의지도 없고 자아 계발의 욕구도 없는 그야말로 ‘월급 루팡’을 만나게 되지요. 직장 생활은 근본적으로 ‘팀 플레이’기에 개인의 역량 부족은 팀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억울한 노릇이지요. 나만 잘한다고 해서 성과를 낼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영혼 없이 “죄송하다”는 말만 내뱉는 부하 직원을 마주할 때 관리자의 속은 타들어 가는 게 당연합니다. 회사는 유치원이 아니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가르쳐주고 챙겨줄 순 없습니다.

일단 해당 사원의 저(低)성과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감정은 최대한 배제해야 합니다. “미워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계약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그러니 진정성 없는 “죄송하다”는 말에 화가 날 필요도 없습니다. 사과받기 위해 하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조직에서 사람 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직원 개인의 기대나 욕구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다양한 욕구와 특성을 가진 개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김 팀장님도 신입 직원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문제나 태도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입 직원의 반복되는 실수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김 팀장님께서는 바쁜 시간을 쪼개 신입 직원의 잘못된 업무 결과를 직접 고쳐 주거나 선배 사원을 통해 업무를 지도했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실수를 5번 반복했다는 것은 업무 외적인 문제가 있거나 업무 몰입이 떨어짐을 의미합니다. 이럴 때 반복적 업무 지시나 꾸지람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직원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건지, 일하는 데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등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신입 직원이 입사한 초기 6개월 동안은 주기적인 대화를 통해 업무에 익숙해지고 몰입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입사 초기에 부여되는 단순한 업무라도 생소한 전문 용어와 사업 내용 등으로 인해 신입 직원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사원에겐 실수가 발생하기 힘든,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부터 시키십시오. 즉시 교정을 지시하고 바로바로 수정이 가능한, 호흡이 짧은 일 위주로 시키는 거죠. 야근을 해서라도 수정해야 할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시키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소위 ‘일머리’가 없는 사람들의 특징은 업무가 주어졌을 때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입니다. 덩어리로 일을 시키지 마십시오. 하나의 업무를 단계별로 잘게 나눠 지시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제대로 수행했는지 점검하세요.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쉬운 일을 시켜도 실수는 또 발생할 것입니다. 이때 ‘무능’을 ‘태도’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무능은 무능일 뿐입니다. 불성실해서, 무책임해서 또는 상사의 말을 무시해서 저지르는 실수라고 단정하지 마십시오. 무능을 태도의 문제로 확대 해석할 경우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싣게 됩니다. 부하 직원을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본인의 평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수한 일에 대해서는 감정을 배제하고 실수를 수정할 때까지 그 일을 무한 반복시키세요. 화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일 때문에 만난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는 점에서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작은 일을 소홀히 여기는 태도를 문제삼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직원은 자신이 만든 보고서의 핵심 아이디어나 내용은 보지 않고 지엽적인 오타나 실수만을 꼬집는 상사의 피드백에 불만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입 직원이 좋은 일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일의 배경과 기대 결과에 대한 상사의 구체적인 설명이 도움이 됩니다. 김 팀장님의 경우 신입 직원의 반복되는 실수가 업무에 있어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압니다. 김 팀장님이 대체 왜 그렇게까지 수고를 해야 하는지 납득하실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회사 사정상 처우가 좋지 않아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많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요.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봅시다. 우선 신입 사원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 보상해주세요. 칭찬을 해주는 것도, 맛있는 점심을 사주는 것도 좋습니다. 대신 실수했을 땐 무엇이 잘못됐는지 분명히 지적하세요. 인사 고과에 반영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도 좋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보상과 처벌의 메커니즘은 인간의 모든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거든요. 보상과 처벌은 가시적일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MZ세대에게는 불명확한 미래보다 손에 잡히는 현재가 훨씬 중요합니다.

보상과 처벌이라니 너무 삭막한가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MZ세대 직장인 11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상적인 직장 상사 1위는 ‘피드백이 명확한 상사’(42%)였습니다. 단순히 업무에 대한 ‘평가’보다 구체적이고 빠른 ‘피드백’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신입 사원의 실수를 질타하지 마시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분명한 피드백을 제시한다고 생각하세요. MZ세대의 피드백 선호는 단지 과오에 대한 피드백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잘한 일에 대해서도 어떻게 그 일이 조직에 도움을 줬는지 분명히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은 해당 사원의 특징을 ‘MZ세대는 다 그렇다’고 일반화하지 않는 것입니다. 분명 세대적 특징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MZ세대가 다 똑같은 건 아닙니다. 개인의 특징을 세대 문제로 치환해버리면 모든 것을 운명론적으로 생각해 버리기 쉽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실수투성이의 시기를 거쳐왔습니다. 기원전 1700년쯤의 수메르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하잖아요. 우리를 인내해준 누군가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69호
필자 최호진
정리 인터비즈 조지윤
inter-bi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