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뒤의 세계, 모쿠슈라 장건재, 윤희영, 현민지

영화사 모쿠슈라의 첫 기획 출판물인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해피 아워>(2015)의 연출 노트와 각본집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거나 연기와 연출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를 느낄 내용으로 가득하죠. 연기 워크숍에서 선발한 비전문 배우들이 주인공인 <해피 아워>의 제작 과정과 더불어 카메라와 연기에 대한 그의 고찰이 담긴 연출론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달이 지는 밤>(2020) 등 실험적이고 작가주의적인 독립영화를 만들어온 모쿠슈라의 장건재 감독과 윤희영 PD, 현민지 조감독을 만났습니다.

[장건재 감독]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과정이 궁금합니다.

2019년, 영화 <달이 지는 밤>의 촬영을 앞두고 하마구치 류스케의 연출 노트를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일본의 지인을 통해 책을 구한 뒤 통·번역 일을 하는 한국의 지인에게 이 책을 읽고 감상을 얘기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인이 바빠서 몇 달 동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전문가에게 번역을 맡기게 되었고, 1년 정도 걸려 번역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출판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연출론이 어떤 지점에서 흥미로웠는지 궁금합니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영화 역사나 고전에 대한 경외심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시네필 감수성을 지닌 감독입니다. 그 유산을 바탕으로 동시대에 걸맞은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거장들의 방법론을 하나씩 취하기보다 그들이 수행해온 작업 방식의 핵심을 고민한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창작자들이 교류하는 매개체로서의 책으로 볼 수 있을까요?

출판을 준비하면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드라이브 마이 카>(2021)로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큰 호응을 얻어 무척 기뻤습니다. 저희 역시 비슷한 작업을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일종의 긴장감 같은 것도 느껴요. 단순히 비슷한 방식의 작업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영화 작업을 벗어나 출판을 함으로써 저희도 새로운 보람과 자극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삶과 작업에 대한 고민이 공존하는 창작자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에요.

소설가가 주인공인 소설이나 영화감독이 주인공인 영화라는 설정이 때로는 위험하고, 조금은 안이하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아무래도 제가 그 세계에 살고 있다 보니 예술가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감독마다 관심사가 다를 텐데,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 주변 사람들, 창작을 대하는 태도, 특히 자기 몸으로 수행하는 배우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게 됩니다.

이 책을 미래의 독자들에게 추천한다면요.

연출자에게는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어떤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에요. 배우들은 배우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감독과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영화 <해피 아워>를 인상적으로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는 책이 될 테고요. 결국 마음을 여는 것이 배우의 일인데, 어떤 과정을 거쳐 ‘배우’가 탄생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책입니다.

[윤희영 PD & 현민지 조감독]

처음 책을 만들면서 느낀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윤희영 |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된 느낌이 낯설었어요. 잘 만들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지나치게 내용을 포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들었고요. 저는 주로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일단 책이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디자인 측면을 고려하면서 조율하는 과정이 조심스럽고 어려웠습니다.

책의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디인가요?

윤희영 | 책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건 표지죠. 마지막까지 표지를 코팅할지, 하드커버로 만들지, 책날개를 넣을지 등등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디자인 콘셉트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완성했고요. 커버에 사용한 12개의 펀칭은 <해피 아워>에서 영감을 받아 주인공들의 자유로운 열두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현민지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서문이 이 책의 정수라고 생각해요. ‘카메라 앞에 선다는 건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코멘트가 기억에 남아요. 카메라에 기록되면 미래의 불특정 다수가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카메라 앞에 선 자들의 용기, 배우들이 가진 감정에 대해 카메라 뒤에서도 충분히 이해해야 하죠. 감독의 배려를 느낄 수 있는 글이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귀감으로 삼을 만했습니다.

이 책이 모쿠슈라에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윤희영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연기 경험이 전무한 배우들과 즉흥연기 워크숍을 통해 영화 <해피 아워>를 완성했죠. 책 속에 담긴 그 고민의 흔적이 저희한테도 우연처럼 다가왔어요. 마치 서로 알고 있듯이, 서로 이렇게 비슷하게 작업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을 관객에게 소개한 장건재 감독은 이 책을 가장 먼저 읽고 싶었던 독자였다고 생각합니다.

글. 정규환 | 사진. 이규연

전문은 빅이슈 290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