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 끼 먹으려 7~8시간…불황의 깊이만큼 더 길어진 줄
가게 문 열기 전 새벽부터 줄 서 있는 모습을 요즘은 탑골공원 일대에서도 볼 수가 있습니다. 무료 점심 한 끼 받으려고 7~8시간을 기다리는 겁니다. 불황의 깊이만큼 길게 늘어선 줄을, 조해언 기자가 담아왔습니다.
[기자]
서울 탑골공원에 종이 박스가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무료 점심을 먹기 위한 줄입니다.
3개월 전부터 질서정연하게 줄이 만들어졌는데 누구의 자리인지 표시도 되어 있습니다.
새벽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인데요.
오늘(13일) 점심을 받기 위해 맡아둔 박스 줄이 벌써 시작됐습니다.
4시 30분, 인근 쪽방촌에서 사는 75세 노인이 다섯번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5번 할아버지 : {근데 지금 와도 1번이 아니시네요?} 누가 많이 깔아놨구먼요.]
버스와 지하철 등 첫 차가 다니기 시작하자, 줄이 빠른 속도로 늘어납니다.
[29번 할아버지 : 첫차 타고 다 와요. {몇 번 하셨어요?} 여기 놨잖아, 29번. 5시 넘어서 왔는데 이렇게 되잖아요. 첫차 타고 와도 이래.]
[36번 할머니 : 첫차 타고 나와서 해놓고, 집이나 딴 데 볼일 보고. 8시 반에 오는 거야. 한 10시 반 되면 저 끝에 가서 서야 해.]
인천부터 경기도 의정부, 김포 등 두어시간 거리에서도 옵니다.
[55번 할아버지 : 코로나로 장사가 안 되니까. (원래 일하던) 목욕탕 닫으니까 나왔지. 나이가 많으니까 일자리가 없으니까.]
3~4년 전 일부에 불과하던 '박스 줄서기'도 계속된 불황에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거친 신경전을 막기 위한 '줄반장'도 생겼습니다.
[줄반장 : '면목동'이라 써놨지, 각자 자기 암호야. (제대로 못 대면) '왜 거짓말해요' 이렇게 해서 내쫓는 거라고.]
이들이 모여드는 이유, 따뜻한 밥 한 끼로 몸과 마음을 녹이기 위해섭니다.
[42번 할아버지 : 한 끼 해결하려면 순댓국 먹어도 7천원이잖아. 노인네들 뭔 돈이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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