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반복되는 '스토킹 범죄' 대책은?
[EBS 뉴스]
이혜정 앵커
지난 19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스토킹 범죄 예방을 위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나현경 변호사님과 함께 관련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피해자는 생전에 가해자 전 씨의 보복을 걱정하며 불안해했다고 해요.
'범죄피해 평가'에 이런 불안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하죠?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이번 보복살인 범행 전인 지난해 10월 초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카카오톡으로 전송하며 협박하였고, "이러면 찾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350여 차례에 걸쳐 스토킹 행위를 하였는데요.
이에 대해 당시 피해자는 전 씨를 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고요, 또, 올해 1월 스토킹 혐의로 재차 고소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범죄피해평가 상담을 받았는데요.
"범죄피해평가 제도"란 심리전문가가 범죄피해자가 입은 신체적·경제적·심리적 피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서를 수사 서류에 첨부하면 양형 등에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이 상담 결과 "피해자는 두 차례에 걸친 고소로 전 씨의 보복 가능성을 두려워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피해자가 스토킹 혐의 등에 대한 전 씨의 마지막 공판기일에서 재판부에 당부한 말도 "피고인이 절대 보복할 수 없도록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그런데 정작 피해자의 이러한 우려에도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나 가해자의 구속 등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참혹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가해자에 의한 '2차 피해'가 예상이 되었는데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입니다.
검찰은 스토킹 범죄로 징역 9년을 구형했습니다.
구형으로 9년이라면 어느 정도로 심각한 범죄일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전 씨의 촬영물 등 이용 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5개 혐의에 대해 전 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하였는데요.
검찰의 구형은 통상적으로 재판부의 선고형보다 높기는 합니다.
예전에 미성년 제자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전직 국가대표 유도선수 왕기춘에게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징역 6년을 선고한 바 있고요.
과거 성폭행 사건으로 전자발찌를 찼던 30대가 10대 조카를 성폭행한 사건에서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높은 징역 10년을 선고한 적도 있는데요.
아직 전 씨의 보복살인 이전의 범행에 대한 사실관계의 전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위 사례들에 비추어볼 때, 징역 9년 형이 구형된 전 씨의 범행은 상당히 높은 수위의 범행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변을 맴돌았다….
스토킹처벌법은 작년 10월 2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해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스토킹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이러한 반의사불벌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공소 기각되어 수사가 그대로 종결되는 탓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무리한 합의를 종용하며, 합의에 대한 부담을 지우고, 가해자는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8월 18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하자 선고 공판 때까지 합의가 안 되면 자기 인생도 끝나니 피해자도 살해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고요.
이에 따라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현재는 스토킹처벌법이 있습니다만, 이전에는 스토킹을 다루는 특별한 법률이 없었습니다.
이제 법이 시행됐죠.
가해자들, 그동안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사건,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과 그 가족을 살해한 김병찬 이석준 사건 등 이런 끔찍한 강력범죄의 시작은 모두 '스토킹'이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범죄의 싹인 '스토킹'부터 엄격하게 처벌하자면서 '스토킹처벌법'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되었는데요.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판결문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폭행이나 강간 등 다른 범죄 없이 오직 '스토킹처벌법'만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집행유예나 5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의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이들 중 40%는 피해자와의 합의로 공소가 기각되어 처벌 없이 사건이 종결되기도 하였는데요.
결국 어렵게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긴 했지만 이에 대한 법의 적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혜정 앵커
마지막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스토킹 범죄, 더는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어떤 점들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나현경 /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스토킹 범죄처럼 강력범죄로 비화될 가능성이 큰 범죄는 무엇보다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을 차단해서 피해자의 안전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구체적으로는 먼저, 고위험 스토킹 사범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막을 수 있도록 독자적인 영장청구 사유로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외에도 재범위험성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추가하는 방향이 고려되어야 하겠고요.
스토킹처벌법에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두어 피해자가 합의를 종용받게 만드는 현 제도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적용할 구체적인 스토킹 범죄 양형 기준은 아예 없는 상황이라 이 부분도 신속히 마련되어야 하고요.
특히 직장내 스토킹의 경우, 피해자와의 접촉이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만큼 스토킹 피해가 더욱 커지지 않도록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겠습니다.
이혜정 앵커
스토킹으로 신고를 했는데도 가해자가 여전히 피해자의 곁에 있다면, 너무나 두려울 겁니다.
그래서 분리가 가장 우선되어야겠죠.
변호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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