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 단편소설 심사평

정영선 박향 김종광 소설가 이재봉 문학평론가 2024. 12. 3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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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현실에 다정한 인물…순소설계가 기다린 참신함

지난해 244명보다 응모자가 100명 넘게 늘어 361명이 작품을 접수했다. 순소설 독자는 갈수록 줄지만, 작가는 증가하는 현상이 정점에 달했다. 읽지 않고는 살아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시대를 반영하는 것일까. 작품들의 수준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대개 안정된 문장력과 무난한 짜임새를 갖추었다. 대신 개성 있고 참신한 작품은 귀해졌다. 상향평준화라고 해야 할까.

독자적인 빛을 내뿜는 네 작품을 최종 논의했다. ‘레벨 업’은 게임의 세계와 청년 택배노동자의 현실을 마치 게임처럼 버무려 박진감이 넘쳤다. ‘그런 우주’는 ‘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손주를 상실한 노년 여성의 한스러움을 절절하게 담아냈다.

‘헌터’는 멧돼지와 쓰레기매립장 등의 문제로 고통받는 농촌인의 현실을 맛깔스러운 입담과 방언으로 직시했다. 이 세 작품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전개와 연결만 적절히 손본다면 다른 기회에 빛을 볼 테다.

당선작으로 뽑은 ‘노란 문’은 젊은 여성과 노년 여성의 우연한 만남, 짧지만 유익하고 아름다웠던 소통, 헤어진 뒤의 안타까운 상황을 차분히 그렸다.

서정성 넘치는 고백체 문장으로 다큐처럼 찍어냈다. 인간극장 휴먼드라마를 보면서 동시에 공무원연금 수급의 어두운 이면 보고서를 보는 듯했다. 작가가 스스로 썼듯 ‘수많은 물비늘끼리 서로 누가 더 반짝이는지 겨루는’ 것을 응시하면서도, ‘어느 순간 경쟁하던 물비늘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이좋게 모이는’ 것까지 조화롭게 담아냈다. 우울하고 아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파하면서도 인물들을 참 다정하게 구체화했다. 순소설계가 기다리던 바로 참신한 작가가 아닐는지. 많이많이 축하드리며 정진을 응원한다.

심사위원=정영선 박향 김종광 소설가, 이재봉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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