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모든 풍경을 발아래 두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약 75평 규모의 이 펜트하우스는 상징적인 건물의 최상층에서 도시의 모든 전경을 입체적으로 품고 있다. 아랍 연맹 공원부터 대성당과 법원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테라스를 통해 집 안 어디서든 360도로 펼쳐진다.

내부로 발을 들이면 차분하고 밝은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흰색으로 마감된 원목 바닥재는 창을 통해 들어온 자연광을 머금었다가 집 안 구석구석으로 부드럽게 확산시킨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입구에는 격자 모양의 참나무 칸막이가 세워져 있다. 이 장치는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빛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영리한 경계가 된다.

이 집의 핵심은 원과 정사각형, 삼각형이 반복되는 기하학적 언어에 있다. 건축가는 작은 창문과 과녁 모양의 개구부를 통해 공간에 리듬감을 부여했다.

특히 트래버틴 소재로 만든 벽난로는 이 기하학적 실험의 정점이다. 정사각형 화실과 삼각형 장작 보관소, 그리고 그 곁에 자리 잡은 원형 개구부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메인 거실은 현대적인 감각과 아늑함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브러시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제작된 바와 서재는 날것 그대로의 금속성이 주는 세련미를 보여준다. 그 바로 옆에는 원목으로 마감된 작업 공간이 자리해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무가 주는 따뜻한 질감은 소음을 차단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욕실과 침실은 경계를 허무는 파격을 선택했다. 마스터 스위트룸에서는 침실과 욕실의 구분이 모호해지며, 개방형 샤워실을 통해 공원 전망이 그대로 이어진다. 씻는 행위조차 도시 경관과 소통하는 시적인 경험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게스트용 화장실은 짙은 색감의 타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깊은 동굴에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준다. 천장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일상적인 공간을 특별한 감각의 장소로 바꾼다. 이 펜트하우스는 빛과 기하학, 그리고 독특한 질감을 통해 도시 속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