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홍범식 LGU+ 대표는 '제2의 권영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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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서울 용산사옥 전경 /사진 제공=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새 수장에 오른 홍범식 최고경영자(CEO)는 통신전문가라기보다는 '전략통'으로 꼽힌다. 그는 SK텔레콤에서 신규 사업 개발을 잠시 맡은 적이 있지만, 이력의 대부분은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 등 전략 컨설팅으로 채웠다.

홍 대표는 지난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영입한 인물 중 하나였다. 홍 대표는 ㈜LG 경영전략부문장으로서 인수합병(M&A)과 미래전략 설계를 맡았다. 그는 이달 2일 LG유플러스에 첫 출근해 각 조직의 업무를 파악하고 있다. 이로써 그는 지난 10년간의 LG유플러스 대표 중 권영수·하현회 전 대표에 이어 세 번째로 LG그룹 계열사 출신 CEO가 됐다.

/사진= 박진화 기자

통신전문가 아닌 'LG맨'이 LGU+ 대표로

지난 10여년간 LG유플러스 대표직은 LG그룹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거나 고위관료였던 인사들이 맡았다. LG유플러스 내부승진 대표로는 홍 대표의 전임자인 황현식 전 대표가 유일했다. 황 전 대표는 25년 동안 LG유플러스에서 통신영업 역량을 발휘한 통신전문가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LG유플러스 대표를 맡은 인물 5명의 이력을 보면 고위관료 출신 1명, LG그룹 출신 3명, LG유플러스 내부승진 1명이다. 고위관료 출신 인사는 2010년 부임한 이상철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2001년 KT 대표, 2002년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약 5년간 LG유플러스 대표였다가 LG유플러스 고문을 거쳐 강릉영동대 총장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LG그룹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경영인이 LG유플러스 대표가 됐다. 특히 권영수 전 대표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에서 일한 뒤 2015년 LG유플러스로 옮겼다. 그는 2007년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부임한 뒤 글로벌 1위 패널 회사로 키우며 그룹 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LG유플러스 대표를 맡은 뒤에는 실적 상승과 유무선통신 가입자 수 증가에 기여하고 LG헬로비전 인수의 초석을 마련했다.

권 전 대표가 재임한 2016년과 2017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8%, 11% 증가했다. 이 시기 이동통신 가입자 수 증가에 집중해 시장점유율을 10%대에서 20%대로 끌어올렸다. 이에 당시 경쟁사인 SKT텔레콤, KT보다 늦게 시장에 뛰어든 LG유플러스가 크게 약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을 인정받은 권 대표는 LG유플러스 대표에서 물러난 뒤 ㈜LG 대표이사 부회장과 LG에너지솔루션 대표를 지냈다.

2018년 취임한 하현회 전 대표는 ㈜LG 대표 부회장으로 일했다. 권 전 대표와 같은 LG그룹 출신이지만 LG유플러스 대표를 지낸 뒤 그룹을 떠났다. 하 전 대표는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LX그룹은 2022년 초 LG그룹에서 독립해 계열분리를 완료했다. 이후 하 전 대표는 2022년 LX인터내셔널 상근고문을 맡았다.

하 전 대표처럼 ㈜LG에서 LG유플러스로 이동한 홍 대표는 신사업을 확대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홍 대표도 권 전 대표처럼 LG유플러스 이후 LG그룹에서 경력을 이어가려면 그간 쌓은 전략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살려 비통신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LG유플러스 대표직은 그룹에서 홍 대표에게 준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회사는 과거에는 유무선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KT와 경쟁했지만 이제는 AI·클라우드 시장에서 더 다양한 기업들과 싸워야 한다.

LG '전략통' 홍범식, 통신 AX 추진 과제

홍 대표가 집중해야 하는 분야는 AX(AI전환) 사업이다. LG유플러스는 기존 유무선 사업에 AI를 적용하고 AICC(콜센터)·AIDC(데이터센터)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AI 신사업은 적절한 AI 기술·인프라 투자, 우수 인재 영입·배치가 성패를 가른다.

홍 대표는 LG그룹에서도 이 같은 전략경영을 맡았다. 그는 구광모 회장의 인재 영입으로 LG그룹에 들어와 경영전략부문장을 지냈다. 경영전략부문은 그룹의 미래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글로벌 M&A 추진에 속도를 냈다. 대표적으로 오스트리아 전장기업 ZKW와 LG헬로비전 등을 인수하고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기업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세웠다.

홍 대표는 AX 사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LG유플러스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AI 기반 신규 서비스의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AI에이전트추진그룹'을 신설했다. AI에이전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SKT, 카카오 등 AI 시장에 도전장을 낸 국내외 기업이 주력하는 사업이다. LG유플러스는 전화 대신 받기, 통화녹음 요약 기능 등을 제공하는 AI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