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번들플레이션' 논란...네이버, 단위가격표시제 도입한다

김민우 기자 2023. 11. 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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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개발해 내년 도입 추진...법적 의무 없으면 무용지물 우려, 강제할 제도적 논의 필요

묶음상품을 낱개 상품보다 비싸게 파는 이른바 '번들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네이버 쇼핑이 내년부터 단위가격표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온라인 단위가격표시에 대한 법적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법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쇼핑 판매 페이지에 단위가격이 함께 표시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네이버는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점유율 23%의 2위 사업자다. 오픈마켓으로 한정하면 점유율 42.4%로 1위다. 사실상 업계 1위인 네이버가 단위가격표시 시스템 도입에 나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네이버는 판매자들이 상품 중량, 판매 단위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단위가격이 산출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고민 중이다. 내년 중에 개발을 완료해 시범운영을 거쳐 전격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는 물가안정에관한 법률에 따라 대형마트, 준대형마트 등은 햄, 우유 등 가공식품 62개 품목, 기저귀, 휴지 등 일용잡화 19개 품목, 농·축·수산물 등 총 84개 품목에 대해 단위가격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표시대상 선정기준을 △포장용량이나 상품의 규격?품질의 종류가 지나치게 다양해 판매 가격만으로는 소비자의 가격비교가 어려운 품목 △용량단위가 무게단위와 부피단위 등 두 가지 이상의 단위로 유통돼 소비자가 가격비교를 하기 어려운 품목 △유통업체가 여러 가지 단위로 재조합, 재포장해 판매하는 품목으로 정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묶음 상품을 낱개 상품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번들플레이션'의 경우 상품의 묶음을 다양하게 해 판매 가격만으로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대부분의 온라인쇼핑몰은 단위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쿠팡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 온라인쇼핑몰은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단위가격을 표시하고 있지만 일부 위탁 상품의 경우에는 단위가격 표시가 누락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네이버쇼핑,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여타 오픈마켓에서는 단위가격 표시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의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의 단위가격 표시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19곳의 쇼핑몰 중 5군데(26.3%)의 쇼핑몰 일부만 단위가격을 표시하고 있었고 나머지 14개(73.7%) 쇼핑몰은 단위가격을 전혀 표시하지 않았다.

e커머스 업계에서는 "단위가격을 표시하는 것을 판매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위가격을 표시할 경우 상품가격비교가 쉬워져 가장 싼 가격에 판매하는 판매자 이외에는 모두 단위가격표시를 꺼려한다는 얘기다.

결국 온라인 단위가격 표시제가 의무화되지 않으면 사실상 시스템적인 환경이 만들어져도 단위가격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쿠팡도 직매입 상품 외에 오픈마켓에도 단위가격표시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판매자들이 중량과 수량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단위가격이 산출돼 가격 밑에 함께 노출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단위가격표시가 의무가 아닌 탓에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판매하는 상품에는 이같은 정보 입력을 선택사항으로 남겨두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오픈마켓 상품에는 단위가격이 표시되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몰 역시 마찬가지다. 위탁상품의 경우 판매자들에게 단위가격 산출을 위한 정보 입력을 '선택'사항으로 남겨두고 있어 사실상 직매입 상품 이외에는 단위가격이 표시되지 않고 있다.

단위가격을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분류, 계산해 표시하고 있는 11번가만 대부분의 상품에 단위가격이 표시된 상황이다.

네이버는 현재 단위가격표시 입력 여부를 판매자가 선택하도록 할지 네이버 쇼핑에서 자체적으로 계산되도록 할지 고민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판매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정책을 이커머스가 선도적으로 의무화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온라인 단위가격 표시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이뤄져야 업계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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