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역 곳곳 놓인 수족관의 정체

이 사진을 보라. 지하철 개찰구 바로 옆에 물고기가 가득 찬 수조가 보인다. 응? 잘못 봤나? 수족관인 줄 알았는데 눈을 비벼보니 진짜 지하철 대합실이다.

물도 깨끗하고, 물고기들 상태도 좋은데,지하철 한 가운데서 물고기를 볼 수 있는 건 전국에서 대구가 유일하다고 한다.

대구는 도대체 왜 물고기 수조를 지하철에 설치했을까? 유튜브 댓글로 “왜 대구 지하철 역에만 수족관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대구 지하철 수족관들, 찾아보니 생각보다 역사가 꽤 오래됐다. 대구 지하철 1호선은 1997년 개통됐는데, 수족관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99년부터 중앙로역 등 주요 역사를 중심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사실상 대구 지하철과 역사를 함께 해온 셈. 지금은 1·2호선 29개 역사에 총 32개소의 수족관 및 연못이 조성돼 있다.

대구 지하철 수족관 크기는 평균 가로 2m, 세로 1m로 크기가 제법 큰 편. 각 수족관마다 물고기가 많게는 수십 마리씩 헤엄치고 있다.

근데 대구교통공사는 대체 왜 이런 수족관을 설치한 걸까. 대구교통공사는 “대구 시민들의 정서적 안정, 공간의 생동감 확보, 자연 친화적 제고 등을 목표로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시민 편의를 위해서라는 건데, 지하철과 수족관의 매치가 좀 뜬금없긴 하다.

신기한 광경이다 보니, 온라인에는 요 대구 지하철 수족관을 둘러싼 주술론적인 이야기도 떠돌고 있다. 대구는 화(火), 즉 불의 기운이 강한 도시이기 때문에 수(水) 기운을 보충하고자 수족관을 설치했다는 썰.

대구 지하철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1·2호선 전 역사에 정수기가 설치돼 있다는 건데, 이것도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수(水) 기운 보충 사례로 거론된다. 하지만 대구교통공사는 전혀 근거가 없는 루머라는 입장.

[대구교통공사 관계자]

대구는 분지 지형으로 여름철 폭염이 심하고 ‘뜨거운 도시’로 불리죠. 하지만 풍수지리 해석에서 비롯된 인터넷상의 흥미로운 이야기일 뿐, 공식적인 근거는 없는 단순한 루머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수족관들은 대체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걸까. 수족관 운영은 크게 보면 총 세 파트에서 나눠서 관여하고 있었다.

첫 번째, 수족관 전문업체. 대구 지하철에 설치된 대부분 수족관의 실질적인 유지와 관리는 ‘우성수족관’이라는 곳에서 담당하고 있다.

요 수족관 사장님과 통화를 하고 싶어서 계속 전화해봤는데, 엄청 바쁘셔서 결국 실패했다.

수족관 유지와 관리에 드는 운영 비용을 내는 곳은 따로 있다. 주로 지하철역 주변에 위치한 교회 등 종교단체, 병원, 학원, 은행 등 지역 기업들.

수족관 하단을 잘 보면 교회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해당 기관에서 수족관 관리 비용을 매달 협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비용은 한 달에 약 5~10만 원 정도라고.

[대구교통공사 관계자]

그냥 역세권에 이런 교회가 있다는 거를 그쪽에다 약간 안내해 주는 그런 효과죠. 꼭 교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어쨌든 교회도 홍보가 필요하잖아요. 그럼 역세권에 우리 교회가 있다 뭐 이렇게 하나 지나가다가 볼 수 있는 거죠.

대구 지하철 역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일상적으로 수족관 관리에 투입되고 있다. 물고기 먹이 주기나 수조 주변 청결 유지 등이다.

수질 관리, 온도 조절, 조명 관리, 필터 교체, 청소, 물고기 건강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대구 지하철 직원들 정말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취재하다가 알게 된 건데, 어쩌면 대구 지하철에서 이 수족관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대구교통공사도 언제까지 수족관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하는 눈치.

수십 개 수족관을 동시에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고, 후원을 중단하는 기관들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불쌍하다거나, 수족관을 굳이 왜 여기 갖다 놓았냐고 의문을 갖는 시민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이미 지하철 내 7개 수족관은 철거됐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

예전에 오래돼 가지고 계속해서 이제 내려온 건데 이게 관리가 좀 힘들어가지고 지금 이제 시간이 지나면 이제 관리 힘든 데는 차츰차츰 없애는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관리가 이게 왜 그런가 하면 생물이잖아요. 생물을 우리가 만약에 관리를 못 하게 되면 생물이 자꾸 죽어나니까 이게 관리가 조금 힘들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이제 만약에 더 이상 안 되면 이제 수족관을 빼는 거는 그런 지금 현재 추세는 그렇습니다.

근데 요 대구 지하철, 특이한 수족관 말고도 눈에 띄는 장점이 많았다.

지하철 안에 타고 있는 승객이 정차한 역사의 역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승강장 터널 벽면에 역명판을 부착하고, 환승역에 편의시설이나 방향 안내표를 대폭 확대한 게 대표적.

대구 지하철국가고객만족도 조사 도시철도 서비스업 부문에서 16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구 시민들은 매일 보실 테니, 혹시 대구 여행 계획하는 왱구님들 있다면 지하철역 수족관도 한번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