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몬 가루, 꾸준한 섭취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
- 계피 가루에 체중 감소 효과 있다? “미미한 수준”
- 시중 판매되는 계피 가루, 과도하게 섭취하면 독성
계피는 가루 형태로 요리나 음료에 종종 사용된다. 흔히 ‘시나몬(cinnamon)’이라는 영어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 맥주 전문점에서 특정 브랜드의 맥주를 주문하면 계피 가루를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음료인 수정과를 만들 때 사용하며, 식혜를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계피는 한의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약재이기도 하다. 소화기능을 개선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항산화 성분과 항염증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계피 가루는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고,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계피 가루를 활용해 지방 연소를 촉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퍼져나가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계피의 체중 감소 효과, 미미한 수준
계피가 지방 연소를 촉진한다는 콘텐츠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35개의 연구를 검토한 리뷰를 참조했다. 체지방 연소 촉진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간편한 방법은 허리 둘레를 재보는 것이다.
그 결과, 하루 1.5g 정도의 계피를 섭취한 그룹의 참가자들은 허리 둘레가 평균적으로 1.68cm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5g보다 많이 섭취한 사람의 허리둘레가 특별히 더 많이 감소하지는 않았다.
또한, 1,48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21개 임상시험 결과를 메타 분석한 리뷰에 따르면, 계피 섭취로 인해 약 0.92kg의 체중 감소가 발생했다. 그러니 실제 체성분 검사 결과 지방이나 근육량 구성에는 변화가 없었다. 또 다른 메타 분석에서도 체중 감소는 약 0.67kg 정도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계피로 인한 체중 감소는 무척 미미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또한, 체중 감소가 나타난 시기는 연구 참가 시점으로부터 2개월~6개월 사이에 걸쳐 있었다. 계피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보기에는 통제할 수 없는 변인이 더 많을 수 있다.
체중 감소 효과가 있긴 한 걸까?
실제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계피의 효능을 토대로 하면, 소화 기능을 개선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고 했다. 계피에는 ‘시나말데하이드(cinnamaldehyde)’라는 화합물이 함유돼 있다. 이는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은 종종 같은 맥락에서 다뤄진다. 당뇨 치료제인 GLP-1 기반 약물이 비만치료제로도 사용되는 것도 그 한 예다. 즉, 계피의 혈당 조절 기능이 체중 관리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는 해석도 일리가 있다.
계피의 소화 기능 개선은 포만감 유지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계피의 성분은 위로 넘어간 음식이 소장으로 흡수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과식을 방지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계피가 지방 분해에 직접 관여한다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은 점쳐볼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뒷받침 돼야 한다.
계피 ‘품종’도 알고 있어야
그러니까, 핵심은 계피의 주요 성분은 시나말데하이드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계피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며, 품종에 따라 시나말데하이드의 함량이 다르다는 점이다.
하나는 ‘카시아 계피(Cassia cinnamon)’다.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흔히 재배되는 품종으로, 껍질이 두껍고 쓴맛이 강하며 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갈아서 계피가루 형태로 유통되는 종류로, 보통 구매할 수 있는 계피가루는 카시아 계피라고 볼 수 있다. 시나말데하이드 함량이 90% 이상으로 높아 효과를 보기에 좋지만, 과다 섭취 시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체이론 계피(Ceylon cinnamon)’다. 스리랑카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 껍질이 얇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다. 시나말데하이드 함량은 50~60%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독성 반응을 유발하는 쿠마린(coumarin) 함량이 낮고 다른 건강상 이점을 갖고 있어 고급 재료로 분류된다. 단가가 비싸 고급 요리나 건강식품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된다.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음
정리하자면, 커피에 계피 가루를 넣어 마시는 것은 체중 감량에 유의미한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건강습관을 간과한 채 커피와 계피 가루를 섭취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시중에 판매되는 계피는 쿠마린 성분 함량으로 너무 과한 섭취를 경계할 필요도 있다.
계피향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꽤 나뉜다. 달콤한 향이 강한 체이론 계피는 덜한 편이지만, 쓴맛이 강한 카시아 계피는 꺼려하는 사람도 꽤 많다. 사람에 따라 계피 성분으로 인해 복통을 일으킬 수도 있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즉, 요리를 할 때 향신료로써 계피 가루를 살짝씩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음식이나 음료에 계피 가루를 첨가하는 것은 그리 권장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카시아 계피는 1%의 쿠마린 함량을 가지고 있다. 60kg 이상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6g 이상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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