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뽑은 적 없다” “야당은 김 여사에만 관심”···부산 재보선 민심 들어보니
“국민들은 김건희를 뽑은 적이 없는데 자기가 마치 대통령인 것처럼 행동하지 않나. 국정 농단 아닌가.”
부산 내에서도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던 금정구가 10·16 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금정구민들은 국민의힘 후보의 우세를 예상하면서도 일부는 투표를 통해 김건희 여사 논란에 경고를 날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 승부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9일 동시에 부산 금정구를 찾았다. 이날 두 당의 유세현장 일대를 돌며 유권자들의 민심을 청취했다.
김경지 민주당 후보를 뽑을 것이라는 금정구민들은 대체로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금정구에 30년 넘게 거주 중인 김성엽씨(59)는 금정구 구서동 이마트 앞 이 대표의 유세현장을 찾았다. 그는 “민주당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며 “경기도 안 좋고 모든 게 잘못되고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당장이라도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해 “별로 잘 한다고 생각은 안 한다”면서도 “그래도 정부가 너무 못하니까”라고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배모씨(23)는 “대통령이 속한 당과 반대되는 당 후보를 뽑으려고 한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 (대통령의) 공식석상에서 발언 논란 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에 실망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김 여사 논란이 가장 많이 꼽혔다. 아들과 함께 이마트에 쇼핑하러 왔다가 유세 현장을 구경 중이던 40대 한모씨는 “지금 정부는 아무래도 김건희 논란이 제일 크다”며 “윤 대통령이 혼자서 정치를 하기보다는 그 뒤에 김건희 여사의 의견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의혹들이 있는데 그런 걸 밝히지 않고 내로남불 같다. 수사는 다 무혐의로 나오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아내와 함께 이 대표 유세장을 찾은 이모씨(61)도 “(김 여사는) 기본적으로 자기 분수를 모르는 것 같다. 국민들은 김건희(여사)를 뽑은 적이 없는데 마치 대통령인 것처럼, 이 나라가 자기 나라인 것처럼 행동하지 않나”라며 “그런 부분은 국정 농단 같다”고 말했다.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금정구민들은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진 않았지만 직접 정치를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반박했다. 금정구 장전동에서 거주하는 정연순씨(68)는 이날 부산대 앞에서 열린 한 대표의 유세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윤 대통령은 지금 잘하고 있지 않나”라며 “그 사람이 어디 욕 들어 먹을 게 있나”라고 옹호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에 자꾸 그러는데 김건희 여사가 정치하는 거 아니지 않나”라며 “야당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일을 해야 되는데 김건희 여사만 관심이고 국민은 뒷전인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에 대한 기대감도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유치원 교사인 40대 윤모씨는 “한 대표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라든지 사고가 다르지 않나”라며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별로 배경이 안 받쳐주고 환경이 안 받쳐주니까 아쉽다.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대 기계공학과 재학 중인 박모씨(22)는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한 대표 지지자”라고 답했다. 그는 “한 대표가 젊은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대변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반감 때문에 윤 후보를 뽑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 대표 유세장에서 만난 60대 김모씨는 “국민의힘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재명이 싫어서 기호 2번(윤 후보)을 뽑겠다”고 말했다. 금정구에 거주한 지 50년이 넘었다는 80대 명모씨는 “대통령을 뽑아 놓으면 그래도 원하는 걸 하게 해줘야지 선거운동하면서 욕하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에 투표할 생각도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곡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채모씨(69)는 “선거에 관심이 별로 없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건 민생에 좀 신경을 써달라는 건데 맨날 자기들끼리 싸우기만 하고 지쳐서 아이고···”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재명 대표나 국민의힘이나 대통령 부부나 비슷하지 않나”라며 “서로 물어뜯고 끝이 없다”고 말했다. 선거 전망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변은 없을 것이다. 금정구는 국민의힘 텃밭 아닌가”라면서도 “민주당이 많이는 안 질 것 같다”고 전했다.
양당 캠프는 금정구 민심이 자신들의 후보에게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성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10일 통화에서 “지금 민심은 박빙이라고 본다”며 “금정구에서도 정권 심판에 대해서는 별 거부감이 없었다. 특히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서는 금정구에서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침례병원 공공화 등은 집권 여당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윤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지역 현안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는 지역 일꾼이라는 점을 좋아하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박빙이다. 뉴스피릿·에브리뉴스 공동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에브리리서치가 부산 금정구 거주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7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김경지 후보가 45.8%,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 42.3%였다. ‘지지 후보 없음’은 8.8%, ‘잘 모르겠다’는 3.0%였다. 응답률은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부산 |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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