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도 여러번 전화가 오는 여론조사. 전화를 끊어도, 끊어도 불굴의 의지로 밤에도 울려대는데 심지어 영상을 만드는 중에도 여론조사 전화가 오네.. 이거 ARS라 뭐라 할 수도 없고... 유튜브 댓글로 “여론조사는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하는 건지 궁금하다”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
“일단 조사 회사가 조사 응답자한테 전화를 거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이제 하나는 가상번호라고 해서 통신사로부터 구매하는 번호가 하나 있고요. 그다음에 010 다음 8자리를 임의로 생성해서 전화를 거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건) 엑셀 함수로도 만들 수 있고...”

여론조사 전화는 공직선거법에 아예 규정을 만들어놨다. 공직선거법 108조의 2는 여론조사기관이, 57조의8은 정당이 당내 경선을 위해 ‘이통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내용이다. 가상번호는 통신사가 내 번호를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성별과 연령대, 지역 등으로 여론조사용으로 말 그대로 가상으로 050 번호를 부여해 안심번호로 전달하는데 개인정보 유출은 아니지만 어쨌든 여론조사기관에서 전화를 걸 수 있게 되는거고 재수없으면 엄청 많이 받을 수 있다.
가뜩이나 요즘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지역구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적합도 조사를 하느라 전화를 하고 있어서 이런 전화가 더 많이 온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가상번호는 아예 제공하는 비용도 이렇게 나와있는데 올해 여론조사에 쓰이는 가상번호는 335원이라고 한다.

이거 말고도 랜덤으로 무작위 8자리 숫자를 만들어서 전화를 거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물어보니 연고가 전혀없는 내 지역구도 아닌 곳에서 자꾸 전화를 걸어와 황당한 경우가 대부분 여기 속한다고 한다. 또 과거에 다른 지역에 살았을 때 통신사에 가입했다면 그 이후 주소지를 옮기지 않을경우 통신사가 계속 거기 사는걸로 인식해서 안심번호를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통신사별로 차단하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내 번호가 아주 최근에 안심번호로 뽑힐 경우에는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차단해도 전화가 올 수도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
“통신사별로 (차단) 전화번호가 있어요.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이제 거부하시겠습니까라는 멘트가 나올 거예요.”

그나저나 왜 전화를 끊어도 끊어도 계속 오는 걸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
“(전화를) 잘 받는 사람들한테만 응답을 받아내면 그 사람들이 사실 유권자 전체를 대표하기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받지 않아도 계속해서 전화를 시도하는 건데 지금 한 회사에서 전화를 했다고 해서 거기에 조사에 응했다고 해서 그 사실을 다른 조사 회사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이제 같은 조사 회사에서 같은 조사 건으로 두 번 전화를 할 일은 없겠죠. 그렇게 되면 이제 중복 응답이 되니까요.”

여기까지가 일단은 법과 제도에 따른 공식적인 설명이다. 그런데 갈수록 여론조사기관이 난립하고 선거가 혼탁해지다보니 각종 꼼수가 난무하는 게 현실이다.

선거 캠프에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일이 암암리에 벌어진다. 캠프에서 지역구에 있는 아파트 주차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번호를 수집하기도 하고, 졸업 앨범처럼 번호가 적혀있는 자료도 일단 수집한다. 중간에 브로커가 개입해서 번호가 털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건 실제로 영등포에 사는 왱 팀원이 지난 주에 받은 전화다.
왱: "저는 근데 강북사람이 아닌데요?"
강북 선거사무소: "(당황) 그러세요?"
왱: "저는 영등포 사는데 그 번호가 왜 있는 거예요?"
강북 선거사무소: "저희가 여기 강북 주민들 그 번호인 줄 알고..."
강북 선거사무소: "이..이사 가신건가요? 혹시?"

ARS전화뿐 아니라 문자메시지 폭탄도 골칫거리인데 여기도 사각지대가 있다. 선거법상 20인 이하 대상 단체문자는 발송횟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 문자대행업체들이 끼어들어 이런 허점을 악용한다.

법무법인 동인 이민형 변호사
“선거 문자를 어디에 발송할지는 이제 선관위 관리 감독 사안이 아니에요. 그래서 번호 수집을 이렇게 관리 감독할 근거도 선관위에는 없어요. 만약에 개인정보 DB(데이터베이스)를 사고 판다 그러면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정보 수집 하는 거를 처벌하는 규정 자체는 이제 공직선거법에 없단 말이에요.”

누구는 여론조사 전화를 많이 받고, 많이 안 받는 경우가 있어서 이건 왜 그런 건지 물어봤는데, 알뜰폰 통신사는 여론조사 가상번호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관계자
“알뜰폰은 가상번호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걸 운영을 하려면 시스템이 갖춰져야 되는데 흩어져 있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묶어줄 만한 게 필요한데 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는 통신사들의 동의도 필요하고 또 지출해야 되는 비용도 있고 해서 그 시스템을 갖추기 동의하지 않는 그런 회사들도 있고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아직까지는 제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