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짜장라면, 로제떡볶이, 돈까스정식, 채끝살스테이크, 마라샹궈. 분식부터 한식, 양식, 중식까지 남다른 요리 솜씨를 뽐내는 이 SNS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밥 잘해주는 과외 선생님 ‘한닭쌤’

여기는 대구광역시 서구 달성고등학교 앞에 있는 작은 수학 교습소. 열 명의 제자와 세 마리의 반려묘가 함께 공부(?), 아니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먹고, 자고, 공부하는 공시생부터 하교 후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초‧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긴 시간 함께하니 생활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죠.

분위기도 일반 교습소와 사뭇 다르죠. 구석구석 배치된 과자와 간식,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인형. 세 마리의 귀여운 반려묘들까지. 다른 학원들과 비교하면 다소 어수선합니다. 이런 데서 과연 공부가 될까 싶겠지만 이곳엔 남다른 필살기가 있습니다.

이곳의 선생님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공시생까지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가르칩니다. 하지만 일타 강사 못지않은 탁월한 수학 실력이 필살기는 아니죠. 진짜 필살기는 따로 있습니다. 분식부터 양식까지 주문만 하면 뚝딱 차려지는 바로 이 ‘밥상’입니다.

한닭쌤
“엄마들이 학원을 보내놓고 말을 안 들으니까 ‘맛있는 거 해줄게. 일단 조용히 문제를 풀어라’. 시험 기간 때 김밥 싸주고 하면 애들이 신나서 하니까, 이게 잘 먹히네(했죠). (그러다가) 점점 음식의 폭이 점점 넓어지면서, 시험 기간이 끝났다고 막상 안 주려니까 애들이 계속 배고프다 하니까...”

그렇게 밥을 해준 지 6년이 넘은 지난해,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추억 남기기 위해 자신이 해준 음식 영상을 틱톡에 올렸습니다. 영상은 순식간 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고 선생님은 ‘밥 잘해주는 과외쌤’으로 유명해졌죠. 신기했던 선생님은 ‘한닭쌤과 삐약이교실’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닭쌤
“우리의 일상이 돈이 되는 거를 좀 한번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그만큼 너희들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랄까요. 그래서 유튜브를 좀 시작했죠”
남다른 유머와 긍정적인 마인드로 제자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한닭쌤의 삐약이 교실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훈훈함을 선사했고, 웃음이 넘쳐나는 영상엔 ‘좋아요’와 ‘구독’이 쏟아졌습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채점을 하면서도, 이렇게 신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삐약이들에게 모두들 빠져든 거죠.

빠영이 아영 : 고등학생 모의고사 매기는 급이야. 이렇게 비가 내리는 게.
삐약이 정섭 : 그래도 원래는 34점이었는데... 34점 보단 높게 나오지 않을까?
한닭쌤 : 원래는 34점이었답니다. 여러분!!!

성적표를 들고 상담을 하는 시간에도 한닭쌤과 삐약이들의 웃음은 끊이질 않습니다.

삐약이 뚜혁 : 성적 가려주시면 안 돼요?
한닭쌤 : 모자이크 처리할게요. 아무리 싫은 문제라도 밀어내지 마시고! 삶의 기본 마인드가 있죠. 무엇인 것 같습니까.
삐약이 뚜혁 : 제대로 봐라.
한닭쌤 : 뭐... 뭐라고?
삐약이 뚜혁 : 열심히 해라.
한닭쌤 : 열심히 해라가 아니고 내가 늘 말했잖아. 딱 기본 마인드.
삐약이 뚜혁 : 꼼꼼히 봐라.
한닭쌤 : 아니지 긍.정! 긍정적인 게 필요합니다. 긍정적인 게... 점수 보고 기분 나쁠 수 있겠지. 기분 나쁘겠지. 하지만 우리는 성장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닭쌤은 아이들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살면서 꼭 알아야 하는 가치들을 이렇게 가르칩니다. 이렇게 공부도 가르쳐 주고, 밥도 해주고, 진로상담까지 해주는 ‘삐약이교실’의 교습비는 얼마일까요? 놀랍게도 무료랍니다.

한닭쌤
“구매대행이나 과외가 되게 많았던 시절에 돈을 한 번씩 크게 벌어봤던 적이 있긴 하거든요. 나이 드니까 돈을 버는 거 말고 가치 있는 삶을 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유튜브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있으니까 무료로 해보자 해서”

1년 전부터 무료로 전환된 ‘삐약이교실’의 입소 조건은 무척 까다로워졌습니다. 무엇보다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11가지의 규칙 및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는 근면 성실함이 필수조건이죠. 조금이라도 흐트러진다면 곧바로 퇴실 됩니다.

한닭쌤도 이 학생들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잘 가르치기 위해 정부 기관이든, 기업이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다고 해요. 광고수입이 줄어들면 그동안 모아뒀던 사비를 털어 충당한답니다. 삐약이교실엔 또 다른 원칙이 있는데, 바로 학부모와는 따로 연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랍니다.

한닭쌤의 이런 교육철학과 삐약이 교실 운영방침으로 꿈을 이룬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능 응원 영상) 2년 전, 한닭쌤이 해준 밥을 먹으며 수능을 치른 수험생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고, 1년 넘게 삐약이 교실로 출근한 공시생도 얼마 전 공무원이 됐다고 해요. 꿈을 이룬 건 삐약이들만이 아닙니다. 한닭쌤도 이뤘다고 하는데요.

한닭쌤
“20대 때부터 꿈꿨던 공간이긴 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좀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공간에 있으면 좋겠고 그냥 좀 재능 있는 사람이 그 재능을 조금 기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있었으면 좋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