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이슈 알려줌] <탈주> 3편 (Escape, 2024)
<탈주>는 의상 또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었는데요.
북한이라는 말을 듣고 떠올렸던 고증은 감독과의 미팅 후 사라지고, 북한 군복의 특징은 가져오되 스타일과 컬러는 인물의 성격에 맞게 가져가는 것으로 방향성이 정해졌죠.

"북한 군복=카키라는 선입견을 지워야 했다. '붉은 군대'라는 말과 사진작가 '카림 사하이'가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레드 일색의 강렬한 북한 사진이 영감을 주었다. '그림 동화'처럼 핑크, 그린, 오렌지처럼 흰색이 많이 섞인 컬러들과 강렬한 레드를 보며 전투복과 정복의 색을 정했다"라는 윤정희 의상감독은, 그 후 북한 여성 교통경찰의 사진에서 힌트를 얻은 흰색의 경무부 정복과 고위 장교가 입는 점퍼 등 기존 북한 소재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의상을 디자인했습니다.

특히 '규남'(이제훈)과 '현상'(구교환)의 대립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둘의 군복을 보색으로 설정하고, 장교인 '현상'은 더 각진 라인을 가미했죠.
100여 벌이 넘은 전투복과 20여 벌의 붉은색 정복, '현상'의 정복과 예복 등 올리브그린의 전투복부터 연회장 의상까지, 200여 벌의 다채로운 의상은 <탈주>에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탈주>는 추격 액션을 표방하며, 몸과 몸이 직접 붙는 둔탁한 중량감의 액션보다 비장할 겨를없이 질주하고 추격하는 스피드와 쾌감에 집중했는데요.
숨을 헉헉거리면서 미친 듯이 뛰는 '규남'의 호흡은 비록 지금 숨이 끊어질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금 이뤄가고 있다는 것, 아직 도착하지 못했지만 가고 있다는 과정 자체가 성공인 것이고 동시에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숨소리처럼 들립니다.

카 체이스도, 1:1 액션도, 총격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달리고 있는 이의 질주를 스크린으로 함께하는 듯한 느낌과 가쁜 호흡의 쾌감이라는 점을 <탈주>의 추격 액션은 놓치지 않죠.
촬영 또한,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처럼 긴장감과 속도감, 리듬감을 콘티 때부터 최우선으로 놓았는데요.

지켜보는 카메라가 아니라, 인물과 함께 호흡하면서 상황과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망원렌즈보다는 광각렌즈 위주로 인물을 따라가기로 한 이유입니다.
또한 인물이 달릴 땐 와이어 캠, 드론, 로닌 등의 촬영 장비로 동적인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호흡까지 담으며 움직임에서 오는 긴장감과 속도감을 표현하려 했죠.
그렇기에 카메라도 같이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배우의 질주와 함께했습니다.

배경에 머물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만들고, 튀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음악으로 정평이 난 달파란 음악감독의 음악 또한 보통의 OST와는 다른 궤도를 택했는데요.
영화의 첫 장면인 온통 붉은 조명 아래 '규남'이 악몽에서 깨어나듯 눈을 뜨는 장면은 음악이라기보다는 사운드에 가까운 엠비언트 뮤직으로 문을 엽니다.

그리고 한 장르에 구속되지 않는 영화의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북한이 느껴져야 할 부분에서는 1940, 1950년대 느낌으로 편곡을 하다가도, 현대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배치하는 식으로, 음악으로 시대나 시간대가 느껴지지 않고 상황에 맞는 스타일이 느껴지게 작업했죠.

<탈주>의 메시지를 표현해 주는 노래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인데요.
'규남'이 탈주하기 전부터 즐겨 듣던 '양화대교'는 '규남'이 열망하는 바를 이해시킬 수 있는 노래죠.
이종필 감독은 어렸을 적 순수하게 밝은 미래를 꿈꿨던 시절이 있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꿈을 다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전하고자 했는데요.
이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와 같은 가사가 담긴 '양화대교'는 '규남'의 지난 시간들과 '규남'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어 영화의 몰입도를 더합니다.

한편, 북한말 대사 또한 최근에 탈북했고, 실제 북한군 출신인 젊은 다이얼로그 코치를 섭외해 인물의 감정에 맞는 말을 현대적으로 전하는 것에 집중했죠.
고증보다 현재성에 초점을 맞춘 <탈주> 속 인물들의 말은,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욱 가 닿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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