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금연보조제’ 아닌 ‘또 다른 중독’의 시작입니다”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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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강력 규제에 나선다.
김 교수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보다 낮다는 업계 주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미국 등에서는 폐 손상 사례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제품은 기존 충전식 전자담배나 일반 담배보다 높은 농도의 납, 니켈, 안티몬 등을 함유하고 있었으며, 사용 전 액상에서도 이미 유해 수준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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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담배로 분류 안돼 ‘사각지대’ 남아
‘액상담배 사용 뒤 중증 폐질환’ 다수 보고돼
‘전자-일반 담배 병용’ 하면 심혈관 위험 36%↑
정부 “궐련담배와 동일한 규제 필요” 밝혀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강력 규제에 나선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합성 니코틴 역시 건강에 유해한 만큼 일반 궐련담배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를 연초(담뱃잎)를 원료로 한 제품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학적으로 합성된 니코틴을 사용하는 제품은 법적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는 담뱃세는 물론, 성분 공개 의무에서도 자유로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합성 니코틴 제품이 담배로 분류될 경우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담배 유해 성분 공개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해 성분을 분석해 공개해야 한다. 그렇다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실제로 얼마나 해로울까? 최근 연구 결과와 김병미 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AI학과 부교수)의 조언을 통해 살펴본다.
-전자담배, 정말 일반 담배보다 95% 덜 해로운가?
“2015년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95% 덜 해롭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전자담배의 효용성과 유해성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전자담배가 완전히 무해하지는 않지만 금연보조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과 유해성이 큰 만큼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이처럼 논쟁이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전자담배의 역사가 비교적 짧기 때문이다. 등장한 지 약 20년밖에 되지 않아 장기적인 유해성을 입증할 만큼의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김 교수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담배보다 낮다는 업계 주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미국 등에서는 폐 손상 사례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9년 하반기부터 미국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된 중증 폐질환 사례가 급증했다. 다수의 사례가 티에이치시(THC, 대마 성분)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들과 무관한 경우도 확인돼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자담배는 심혈관에도 악영향을 주나?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세계심장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자담배가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주요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니코틴, 초미세입자, 향료 화합물, 중금속, 유기화합물 등 전자담배의 주요 성분들이 산화 스트레스, 혈관 내피세포 손상, 만성 염증 유발 등으로 심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병행할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이 36% 이상 증가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연구진은 ‘전자담배는 결코 무해한 대체재가 아니며, 장기적인 동맥경화 유발 가능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담배는 중독성이 낮아 금연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모두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으며, 니코틴은 헤로인이나 코카인만큼 강한 중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코틴은 흡연 욕구를 유발하며 금단 증상을 일으킨다. 또한 혈압을 높이고 아드레날린을 급증시켜 심박수를 증가시키며 심장마비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전자담배는 한때 금연 보조 수단으로 소개됐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공식적인 금연보조기기로 승인받지 못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이용해 금연을 시도한 이들 대부분이 결국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병행하는 ‘이중 사용자’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 교수는 “2003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담배폐해 기획보고서:신종담배’에 의하면 전자담배 사용이 일반 담배의 빈도와 강도를 높인다고 연구 결과들을 보고한 바 있다. 이는 전자담배로 금연을 시도했지만 결국 연초를 끊지 못한 채 두 가지를 함께 피우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전자담배가 오히려 일반 담배로 입문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자담배 사용량이 늘면서 결국 일반 담배 제품에 손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에서도 25년간 꾸준히 감소하던 청소년 흡연율이 전자담배 사용 증가로 반등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장기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은 청소년의 흡연율은 1.4%였지만 전자담배 사용자 중에서는 33%에 달했다. 단순 체험만 한 경우에도 흡연 가능성은 12.7%로 크게 높아졌다.”
-‘일회용 전자담배’에 대해 세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인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2025년을 기점으로 일회용 전자담배 전면 금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도 강력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며 청소년 중독 예방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일회용 전자담배는 저렴하고 사용이 간편해 청소년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재활용이 어려운 구조 탓에 환경오염 우려도 크다.
최근에는 일회용 전자담배의 심각한 유해성을 밝힌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에이시에스(ACS) 센트럴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에서, 국내에서도 유통 중인 ‘에스코 바’ ‘플럼 페블’ ‘엘프 바’ 등 일회용 전자담배 3종에서 심각한 수준의 중금속 오염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기존 충전식 전자담배나 일반 담배보다 높은 농도의 납, 니켈, 안티몬 등을 함유하고 있었으며, 사용 전 액상에서도 이미 유해 수준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특히 ‘에스코 바’는 단 200회 흡입만으로 일반 담배 20갑에 해당하는 납을 방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처럼 유해 중금속이 다량 검출된 제품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만큼 일회용 전자담배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도 일회용 전자담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청소년의 무분별한 접근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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