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세진 ‘이복현’ 금감원···위기해결사냐, 관치금융 부활이냐

유희곤 기자 2022. 11. 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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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평가 속 ‘월권’ 우려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연탄은행 홍보대사인 배우 정애리씨(왼쪽)와 지난 21일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금융권 합동 ‘사랑의 연탄나눔’ 활동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금융감독원이 최근 들어 주요 금융현안에 대해 부쩍 목소리를 높이며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취임 6개월째를 맞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현장 적응기를 끝내고 ‘검사본색’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불안한 금융환경 속에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관치의 부활에 불과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뒤집게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이 동요하는 기색이 보이자 이 원장이 나서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일부 행사하고, 대주주가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흥국생명 사태는 금융당국의 ‘늑장대응’이 원인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외환당국의 ‘묵인’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BNK금융, NH농협금융, 우리금융, 신한금융 등 회장이 사임했거나 선임 절차를 앞둔 금융그룹 ‘경고성’ 메시지를 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해 “과거 소송(DLF 제재 불복 행정소송) 시절과 달리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면서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내년 초 연임에 도전하려면 행정소송을 제기해 징계 확정시기를 늦춰야 한다. 이 원장이 발언은 행정소송을 걸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됐다.

이 원장은 취임 초에는 은행권에 금리 인상기에 대출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달 외신기자 오찬 간담회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금융사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는 언급도 했다.

관가에서는 이 원장이 취임 후 줄곧 금융사를 상대로 강한 대응과 발언을 이어가는 데 대해 싫지 않은 표정이다. 감독권을 쥔 금감원 수장이 직접 나섬으로 인해 금융 시장이 위기인 상황에서 금융사의 협조와 책임을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역대 금감원장 중에는 업권과의 만남과 소통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원장은 유례없이 금융권과 거리낌 없이 만나고 있다”면서 “검사 출신으로서 주위에서 가졌던 애초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현안에 기민히 대응해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계 관계자는 “감독 당국 수장이면서도 대통령 측근이면 ‘갑 중의 갑’일 만도 한데 이 원장이 적어도 겉으로는 ‘을’ 행세를 하니 평가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이 원장의 강한 존재감이 관치 금융의 부활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인사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회장자리에 당국이 선호하는 인물을 앉히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권들을 너무 검사와 제재 대상으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금융시장의 불만도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올해 내부통제나 자본건정성 이슈가 있던 금융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가 있을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금감원의 ‘월권’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이 원장이 만기연장 상환유예 재연장, 채권시장 안정펀드 가동, 공매도 전면금지 시행 등 금융위가 책임지는 분야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원장 취임 후 금감원이 금융위와 대등한 관계로 자리 잡았고 본인도 빠르게 현안을 파악해 금융위원장보다 더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금융위가 담당하는 정책 분야는 공개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PF 대출 부실 등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상황이 닥쳤을 때의 얼마나 적절하게 대응하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 취임 2개월 만인 지난 8월 이뤄진 인사에 이어 내년 초에도 정기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다. 외부에서 온 이 원장이 1년 동안 2번의 대규모 인사를 통해 내부 기강을 잡는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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