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페토가 아무리 신라면과 콜라보를 하고 광고를 해도 쉽지 않던 메타버스 시스템에 Z세대에 500만명이나 쓰게 만든 '본디'가 어떻게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았고 현재는 주춤한다는 소문이 도는 이유를 파헤쳐봤다.
메타버스 중 유일한 한 가지.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을 보면 공통적인 게 있다. 바로 '진짜' 같다는 거다. 제페토로 예를 들자면, 진짜 우리 일상생활에 있는 길이 있고, 캐릭터도 어느정도는 진짜 사람처럼 생기고 사람처럼 걷는다. 심지어 편의점도 있고, 옷도 살 수 있다. 제페토도 10대들이 많이 쓴다고 해서 1주일은 어거지로 한 번 써봤지만 나는 이렇게 너무 사람같기도하고, 내가 진짜 써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삭제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본디'앱은 달랐다. 부담스러운 모습의 메타버스가 아니었다. 내가 어딜 갈 필요도 없고, 길도 없었다. 그저 내 아파트와 친구들이 모여있는 공간만 있었다. 게다가 캐릭터한테 손목도 없고, 발목도 없었다. 근데 웃긴 건 머리색, 얼굴 모양, 악세서리, 옷 등은 내가 세세하게 선택할 수 있었다.
Z세대가 원하는 소통을 하게 해줬다.
본디를 보고 쓴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말 했다. '와 진짜 3D 싸이월드인 줄...'24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싸이월드 기억할 거다. 그곳에서는 방명록도 남길 수 있고, 내 방을 직접 꾸밀 수도 있다. 본디 앱이 그랬다. 내 캐릭터를 꾸미고, 친구들 집에 가서 방명록을 남길 수 있다. 또 친구가 사진을 올리면 거기에 댓글을 달 수가 있다. 일촌은 아니어도 링크나 아이디를 아는 친구들까지만 들어와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능은 바로 메모(방명록)를 남기는 건데, 이는 내 방에 포스트잇으로 붙여진다. 누구나 나한테 메모를 남길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방에서도 그 메모를 볼 수 있다. 이걸 보고 내 친구들,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 있고, 얼마나 창의적인지 알 수 있었다. 업데이트 된 건 없을까 하루에 10번도 넘게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진짜 재미있는 메모를 발견하면 캡쳐해서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기도 했다.
게다가 내 상태를 알려줄 수 있는데 그것 또한 귀엽게 표현했다. 출근 후 점심시간에 잠깐 본디를 들여다보면 다들 출근을 하는 상태로 바뀌어있기도 했다. 내 친구들이 회사 출근을 하고 본인 메타버스 캐릭터도 같이 출근을 시켜버리는 걸 상상해봤는데 다들 직장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본인 캐릭터도 동기화 시켜놨다는 게 너무 귀여워 누구든 깨물어주고 싶었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영상미

본디는 영상과 사운드가 아름답다. 플로팅이라는 기능이 있는데, 내 캐릭터가 어떤 강을 유영하는 기능이다. 그걸 하다보면 정말 아름다운 장면도 나오고, 내 캐릭터가 그곳을 다니면서 내 방을 꾸밀 수 있는 아이템도 받을 수 있다. 나같은 경우는 그걸 받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본디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본디를 보고 느낀 건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건 소통을 할 수 있는 장과 어느정도 '가짜'의 모습인 캐릭터를 활용해서 자신을 나타내고 싶어한다는 거다.
그러면 도대체 왜 본디는 다시 주춤한다는 걸까..?
질리게 만드는 사용자 경험
일단 배터리를 너무 잡아먹는다. 아이폰 13pro를 쓰고 있는데도 본디 앱만 잠깐 켰다고 하면 어느샌가 배터리가 10%가 닳아있다. 이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기능성이 너무 떨어졌다.
UX가 정말 좋지 않았던 거다.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원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와이핑만 해도 가능했던 것이 본디에서만 안 됐다. 내가 쓰는 동안 이 기능은 꼭 개선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결국 내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뿐만 아니라 본디에는 '아파트'라고 해서 친구들의 집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탭이 있는데, 그 곳에서 예쁘고 마음에 드는 집에 들어간 후 누군지 확인하려고 해도 볼 수가 없다. 그렇게 아파트를 통해서 들어가면 '메모'를 남길 수 있게 버튼이 있는데, 누구 집인지도 몰라 쉽게 메모를 남길 수도 없다. 어쩌면 불필요한 기능도 들어간 거라고 볼 수 있다.
왜 있는지 모르겠는 기능
바로 플로팅이다. 워낙 영상미가 좋아서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된다고 말 했지만, 이게 지금 본디 어플에 무슨 기능을 하는지 하나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물론 선물도 나오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가끔 멋있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이게 그래서 친구들이랑 소통하는 메타버스에 왜 있는거지?'라는 의문만 품게 만드는 기능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본디가 소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면 메모 몇 번에 히든 아이템 증정이라든가 친구 초대를 많이하거나 '콕찌르기'를 하면 랜덤으로 히든아이템이 나왔으면 좀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플로팅을 할 때 사진도 찍을 수 있었는데, 이것도 '굳이 혼자 유영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만든다. 아니 심지어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앨범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사진이 찍혀있다. 이것도 소통에 초점을 더 맞췄다면 '스페이스에서 친구랑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을 만들었으면 더 재밌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수 준비물 : 그곳에서 같이 놀 친구
친구가 없으면 안 된다. 적어도 안 된다. 왜냐하면 '인싸'들이 하는 메타버스니까. 내가 본디에서 가장 재미있게 생각하는 기능이 방에 메모장을 붙여놓는 건데, 이걸로 여러가지 장난을 치곤한다. 진짜 잘 놀고, 시끌벅적하게 본디를 잘 써주는 친구들이 있어야 재미있게 쓸 수 있고 계속 들어가겠는데, 그게 없으면 아무리 친구를 많이 추가해놔도 들어갈 이유가 없다. 내가 '아싸'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 명이상은 꼭 들어온 내 방에 이제는 가장 최근에 들어온 사람이 3일 전이다.
그렇게 다들 본디를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
'중국어플이다', '개인정보 유출이다'이런 루머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메타버스의 성공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가상현실을 어떻게 만들어야지 일반인들이 쓰는지
확인하고 탐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