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is]② 현대차·포드 의존 여전…해법은 '기술'

/사진 제공=한온시스템

1조원대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며 재무적으로 급한 불을 끈 한온시스템의 다음 과제는 '성장의 질' 개선이다. 글로벌 열관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지만 특정 완성차 업체에 과도하게 편중된 매출 구조가 기업가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확보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고객사 다변화와 파워트레인(변속기) 대응능력 확장에 집중한다. 거대 고객사에 대한 구조적 의존도를 낮추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을 기술적 유연성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캡티브마켓' 명암

한온시스템은 포드(비스티온 공조사업부)와 현대자동차(한라공조)에 뿌리를 둔 기업이다. 이는 안정적인 수주잔액 확보의 기반이자 성장의 확장성 제한이라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왔다. 두 거대 완성차 업체의 판매실적과 전동화 전략 변화가 한온시스템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누적 매출 8조1812억원 중 현대차, 현대모비스, 포드 등 상위 3개 거래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53.1%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쏠림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차 매출 비중은 21.26%(약 1조7393억원), 현대모비스는 19.35%(약 1조5833억원)로 사실상 범(凡)현대차그룹 매출만 40.61%에 달한다. 여기에 포드 매출 12.51%(약 1조232억원)를 더하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들 3사에서 발생했다.

이러한 캡티브(전속) 성격의 매출구조는 대규모 수주 물량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자본시장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상승을 제한하는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정 고객사의 판매부진이나 전략수정이 완충지대 없이 곧바로 한온시스템의 실적 충격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포드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가 전동화 속도조절에 나서자 한온시스템은 즉각적인 가동률 하락과 고정비 부담 증가의 이중고를 겪으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89% 증가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만 시장에서 여전히 고객다변화를 주가 재평가의 선결조건으로 꼽는 것은 이러한 실적변동성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캐즘 돌파구는 '유연성'… 하이브리드·EREV로 대응 폭 넓혀

이에 한온시스템은 고객다변화를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현재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는 물론 북미와 중국의 다양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 수주 대상을 넓히며 다양한 매출처를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속도조절은 한온시스템의 기술적 유연성을 시험하는 계기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전기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으로 시장의 수요가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이에 맞춰 '멀티파워트레인'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EREV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공존하는 시장 환경에서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략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핵심 축으로 삼은 것이다. 이번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의 일부인 488억원을 전기차용압축기(eCOMP) 생산설비 신규 투자 및 내연기관용 압축기 유지보수에 투입하는 것도 전기차와 내연기관 수요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여기에 고객사다변화를 위한 한온시스템의 핵심 무기는 기술 초격차다. 이에 단순한 부품공급사를 넘어 완성차 업체의 환경규제 및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부처는 친환경냉매 시스템이다. 유럽연합(EU)의 과불화화합물(PFAS) 규제 강화에 맞춰 한온시스템은 자연냉매인 R744(이산화탄소)와 R290(프로판) 솔루션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기술 난도가 높은 R744 전동 컴프레서는 이미 양산에 들어가 주요 고객사에 공급되고 있으며 R290 히트펌프 시스템 역시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어 환경규제에 민감한 유럽 OEM들을 유인할 카드로 꼽힌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성능의 핵심인 열관리효율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미 양산차에 적용되는 △800V 고전압 전동 압축기 △전기차 실내공간을 획기적으로 넓히는 'Thin HVAC' 기술은 물론 배터리 폐열을 난방에 활용하는 통합열관리 시스템 등도 다양한 파워트레인 전략을 구사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이수일 대표이사(CEO·부회장)는 "올해는 수립된 중장기 전략을 실행하고 성과로 연결하는 해"라며 "책임경영을 기반으로 내실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을 확대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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