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체제 종식 헌법 개정안 국민의힘 보이콧에 ‘무산’

길용현 기자 2026. 5. 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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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108명 전원 표결 불참 '투표 불성립'
우 의장, 내일 오후 2시 본회의 재소집 예고
지선 동시투표 마지노선 10일…정국 시계제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5월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7년 체제 종식을 내걸고 원내 6개 정당이 공동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국민의힘의 본회의 보이콧에 막혀 무산됐다.

국회는 재차 본회의를 열어 투표를 재시도할 계획이나 국민의힘이 표결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6·3 지방선거 동시 개헌 찬반 국민투표는 사실상 무산되는 모습이다.

국회는 7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계엄 선포 요건 강화와 부마 민주항쟁·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명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상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987년 이후 39년 동안 멈춰있었던 헌법 개정의 문을 여는 역사적 출발점"이라며 "12·3 비상계엄을 겪으며 헌법의 빈틈을 확인한 국회가 다시는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헌법적 안전장치를 세우는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헌 저지' 당론에 따라 표결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

개헌안 투표에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178명이 참여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286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인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12명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우 의장은 개헌안 발의해 참여한 여야 6당 의원들의 투표가 마무리된 뒤 국민의힘을 향해 수차례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자 우 의장은 오후 4시 4분께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투표 불성립 선언 뒤 우 의장은 "내일 오후 2시 본회의를 다시 소집하겠다"면서 "헌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10일까지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본회의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대신 본회의장 맞은편에 위치한 예결위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의원 명의의 성명에서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세력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자신들 입맛에 맞는 헌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면서 개헌 투표를 보이콧한 사유를 밝혔다.

헌법 개정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지금 헌법으로는 현재 우리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준이나 국민의 삶의 상황, 또 국가의 미래를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 또 동시에 전면 개헌을 하기는 부담이 너무 크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다 미룰 것은 아니고 할 수 있는 만큼은 하자. 실용적인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개헌안 투표가 국민의힘의 집단 불참으로 무산되면서, 향후 6·3 지방선거 국면은 더욱 가파른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국민의힘의 '헌법 개정 거부'를 민주주의 후퇴로 규정해 심판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방탄용 개헌'이라는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을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여야 원내 6당과 무소속 6명은 지난달 3일 187명 의원 명의로 개헌안을 발의했다.

그동안 정치권은 39년 전인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을 시대 변화에 맞춰 바꾸기 위한 논의를 계속해 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 2020년 국민발안제도 원포인트 개헌안 등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됐다.

한편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와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이날 공개한 정례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응답자의 59%는 개헌 국민투표를 6월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7%, 모름·무응답은 14%로 집계됐다.

연령 별로 보면 모든 나이대에서 찬성 비율이 반대보다 높았다.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58%로 '필요하지 않다'는 비율(29%)보다 두 배 가량 높았다.

이번 조사는 4~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9.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